사이버 강의가 마주한 불편한 진실, 해답은 어디에?
사이버 강의가 마주한 불편한 진실, 해답은 어디에?
  • 이은민 수습기자
  • 승인 2018.06.04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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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지지 않는 사이버 강의 온라인 커닝 문제

_누구나 한 번쯤 , 나도 이번 학기에 한 번 들어볼까?’라는 생각과 함께 사이버 강의(일명 ''싸강)수강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오프라인보다 훨씬 다양한 교과목들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사이버 강의만의 매력은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버강의에도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너도 나도 답안 공유, 안 하는 게 손해야

_ 대학 사이버 강의에는 인터넷 네트워크처럼 넓은 시험문제 공유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을 바로 잡으려 해도 이미 시험기간마다 서로 시험문제와 답안을 공유하며 학점을 쉽게 따버리는 주위 친구들 때문에 나도 참여하지 않으면 혼자 피해를 보게 되는 역설적인 문제가 일어난다. 올해 1학기부터 타 대학 사이버 강의를 수강해온 장다빈 학생(영어영문학과·17)혼자 시험을 치려고 해도 이미 남들이 시험문제와 답을 다 같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따라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 강의 온라인 시험의 시험범위도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을뿐더러 제한된 시간 안에 주어진 시험문제 또한 상당히 많은 편이라 더욱 시험문제나 답안 공유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사이버 강의 평가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사이버 강의는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볼 만큼 매력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학생들에 의해 변질된 사이버 강의는 이제 개인의 태도를 넘어 구조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보의 격차에 달린 내 학점의 운명

_ 작년 2학기부터 사이버 강의를 수강해온 공과대학 소속 A 학생은 온라인 커닝을 위해 형성된 인터넷 커뮤니티의 존재 사실을 뒤늦게 알고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사이버 강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많은 온라인 커닝 네트워크를 알지 못해 혼자 온라인 시험을 치렀다. 그 결과 제한된 시간 안에 풀기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시험문제 때문에 시간에 쫓겨 후반부에 문제들을 찍을 수밖에 없어 낮은 학점을 받았다. 알고 보니 이미 주변에는 인터넷 카페(전대모 등)를 통해 동일한 사이버 강의 과목을 듣는 사람들끼리 SNS 단체 채팅방으로 모여 시험문제와 답안을 활발히 공유하고 있었다. 이후 A 학생도 본인의 학점에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온라인 커닝을 하는 채팅방에 참여했고, 전보다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_ 이렇듯 사이버 강의 온라인 시험은 이제 노력이 아닌, 정보의 격차에 따라 학점의 운명이 결정될 만큼 변질되었다. 우리 주변에는 정직한 방법으로 온라인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학생들이 사이버 강의의 시험문제와 답안을 서로 공유하며 학점을 쉽게 따고 있는 가운데, 정직하게 시험을 치르는 수강생들만 피해를 보는 현실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사이버 강의 시험 답안을 함께 공유할 단체 채팅방을 구하는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사이버 강의 시험 답안을 함께 공유할 단체 채팅방을 구하는 모습
SNS 단체 채팅방을 통해 학생들이 답안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부산일보 제공)
SNS 단체 채팅방을 통해 학생들이 답안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부산일보 제공)

 

 

 

 

 

 

 

 

 

 

 

사이버 강의 속 악순환의 고리

_ 우리대학의 경우, 학내 가상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 강의 시험은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온라인 커닝 문제가 발생하기 어렵다. 그러나 타 대학 사이버 강의를 듣는 경우, 온라인 커닝 문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동일한 사이버 강의 과목을 듣는 친구들끼리 PC방에 모여 시험문제 및 답안을 공유하는가 하면, 같은 과목을 들은 경험이 있는 선배나 타 대학 학생들을 통해 족보를 받기도 한다. 심지어 전국에서 동일한 사이버 강의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는 특성을 악용하여 시험과 관련된 정보를 교류하는 인터넷 카페가 존재하기도 한다. 이처럼 갈수록 사이버 강의 시험정보 교류 커뮤니티가 다양하게 조성되는 등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개선방안이나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GeLC(··경 권역 이러닝 센터) 관계자는 수강생들이 분산된 환경 특성상 감독관이 모든 상황을 관리할 수 없다문제 유형을 서술형도 추가하여 변별력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이 온라인 커닝을 하는 원인으로 시험문제 및 범위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부경대학교 이희영 교수는 현재로서는 제도적으로 온라인 커닝을 막을 방법은 없다시험시간을 30분 정도로 짧게 잡아, 공부한 학생이라면 제시간에 충분히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_ 사이버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온라인 커닝을 통해 학점을 쉽게 받으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출제진들은 시험문제나 시험 범위를 상대적으로 늘려 변별력을 둔다. 결국 온라인 커닝이 반복되어 끊임없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커닝, 해답은 어디에

_ 해외대학의 사이버 강의(Online Class)의 경우는 어떨까? 많은 해외대학 사이버 강의의 시험은 오로지 온라인 시험만 존재하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다양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도록 한다. 특정한 학교나 센터(testing center)를 지정해서 시험을 보도록 하거나, 온라인 시험을 치도록 하되 컴퓨터에 달린 웹캠이나 특정 소프트웨어 모니터로 수강생들의 부정행위를 감시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영어영문학과 노종진 교수는 해외 사이버 강의의 경우,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교내 징계 위원회를 통해 정학 또는 퇴학에 처한다해외대학 온라인 시험에서 부정행위는 잘 일어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온라인 커닝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해외 사례와 같은 해결책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 사이버 강의의 순기능이었던 평생교육은 의미가 퇴색되었으며 학점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국제대학 소속 B 학생은 학점을 따기 위한 경쟁에서 족보, 단체 커닝 등 반칙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 가는 거 같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_ 오프라인 강의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보다 다양하고 우수한 품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사이버 강의의 본래 취지와 목적은 사라져 버렸다. 서로 학점 채우기에 매달려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오늘날 우리들 자화상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M00C : Massive Open Online Course

Coursera(세계 최대 MOOC 플랫폼) 온라인 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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