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손잡으면 더 넓은 바다가 손짓한다
우리가 손잡으면 더 넓은 바다가 손짓한다
  • 방재혁 기자
  • 승인 2018.06.04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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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남북관계

 

_지난 427,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고 회담의 결과로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다. 이후 북한은 비핵화를 선언하고 지난 5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외신 보도가 집중되고 북미 정상회담을 약속하는 등 남북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는 지금, 통일이 된다면 각종 사업들의 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대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해운산업도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관심이 필요하다.

 

해운산업의 현상황

 

_해운업은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 중 하나이다. 한국의 10대 수출품목 중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이 각각 2위에 위치(수출 통관자료, 2017년 기준)해 있다. 이런 해운산업이 최근 국내와 세계의 동향 모두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해운산업은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인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글로벌 대형사들이 연합하여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선박 대형화 투자와 인수합병을 지속해왔다. 세계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절대적 위기를 맞았다. 부동의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지난 2017년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것이다. 2위 선사인 현대상선도 지속적인 구조조정 과정에 있다. 이에 더해 경쟁국가인 중국이 선사 대형화 및 지원강화를 통한 공격적인 투자로 우리나라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북한의 해양인프라

 

_통일 후 해운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북한의 해운 인프라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의 선원 양성기관으로는 5년제인 해운계통 나진대학과 수산계통 원산수산대학, 2년제인 남포수산대학과 청진해양단과대학, 수산고등전문학교가 있다. 선원의 평균 연령은 50대가 37.2%로 가장 높은 한국과 달리 북한은 40대가 46.5%로 가장 높다. 이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북한의 선원이 다소 낮은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_북한 항만 현황은 무역항 8, 원양수산기지 5, 어항 30여개 등으로 무역항은 서해안에 송림, 남포, 해주항이 있으며 동해안에는 원산, 흥남, 청진, 나진, 선봉항이 있다. 북한 항만의 하역능력은 3,600만톤 내외로 1990년대 이후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또한 대부분의 항만시설이 노후화되어 석탄, 철광석과 같은 화물의 처리가 지연되는 등 정체상태에 있다. 해안선은 총 3,000km을 보유하고 있으나 동해안과 서해안이 분리되어 양 해안 간의 효율적인 운송체계 구축이 어려워 연안간 해운은 불리한 상황이다.

 

현재의 남북한 교류상황

 

_남북한 해상로는 컨테이너 정기 노선과 부정기 노선이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남북한 컨테이너 정기 노선으로는 인천-남포 및 부산-나진 항로가 있다. 인천-남포 항로는 남북한 교역 물품의 운송에 이용된다. 반입품으로는 의류, 가전제품 등 임가공품과 농산물이, 반출품으로는 가공용 원자재 및 지원 물품이 있다. 부산-나진 항로는 남북한 교역보다는 한-중 교역의 중계노선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국 동북 3(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이 동해·태평양 출구가 없어 나진항이 부분적으로 역할 수행을 하고 있다.

 

기회의 바다

 

_근래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남북간 경제협력이 재개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문가는 만약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북한의 취약한 도로 인프라 때문에 철도, 해운, 조선업의 수혜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북 3성과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러시아에 몽골 지역까지 아우르는 북방 권역은 인구 12천만 명이 있는 거대한 소비시장이다. 해운과 철도, 도로 등 복합 물류망을 구축하고 가스관 연결 등을 통해 에너지 단가를 낮추면 교역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제공

 

_특히 북한의 항만 중 나진항은 통일이 된다면 기회의 땅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진항은 북한의 경제특구 나선특별시에 위치해있다. 항만이라 부르기 애매할 정도로 노후화가 진행된 항만이었지만, 거리가 가깝다는 이점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현재 나진항은 동북 3성과 극동 러시아의 개발이 전략적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곧 통일이 된다면 위에서 언급한 북방 권역을 공략하기 위한 해운 물류산업의 주요 요충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많은 투자를 했고, 손에 쥐려고 계속 노력할 예정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한 실정이다.

_우리대학 해운경영학과 류동근 교수는 남북한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면 인적, 물적자원의 이동이 많아져 연안 해상운송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북한의 지리적 이점과 한국의 기술력이 결합되고 남북한이 합작 투자를 하면 글로벌 해운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해양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우리대학이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남북간 협력을 통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극복이 필요한 문제

 

_통일 후 해운산업이 마냥 밝은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북한 항만 시설의 대부분은 장비가 부족하고 노후화가 선박 기항에 제약을 줄 정도로 진행된 상태다. 이는 곧 하역 효율성 저하를 불러온다. 또한 해운 분야에 있어서 지금까지 남북한은 인적, 물적 교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북한의 현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주변 해역 해양환경 자료와 정보도 미흡하다. 류 교수는 아직 북한의 항만과 해운선사가 규모가 크지 않고 인프라가 부실해 한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나 사업도 투자가 없으면 실행할 수 없어 재정 확보를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통일이 되면 북한의 재원 조달은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많은 비용을 한국 측에서 지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도상국 인프라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지원을 받거나 현재 조성되어 있는 남북협력기금 활용하는 등의 대책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통일을 대비하는 자세

 

_1990년 서독과 동독은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독일 연방공화국으로 하나가 됐다. 통일 후 약 10년의 정체기간이 있었지만 지속 성장해 지금은 유럽연합의 경제 중심이 됐다. 해운산업의 경우, 독일의 선복량이 통일이후 1990년에는 1,400DWT*였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2013년에는 13,097DWT로 약 23년만에 10배 성장하는 등 통일이 경제를 포함한 해운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_아직 통일을 말하기는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다만 남북한 모두 최근 통일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를 미약하게나마 보여줬다. 해운산업이 앞서 말한 독일의 사례처럼 과도기를 겪고 발전하느냐, 그대로 침체기에 빠지느냐는 현재상황보다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DWT : Dead Weight Ton, 무게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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