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선배] 걷기와 읽기의 힘
[기자가 만난 선배] 걷기와 읽기의 힘
  • 방재혁 기자
  • 승인 2018.06.04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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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편집국장_이병문 동문 (기관공학부·83)
▲ 이병문 동문(기관공학부·83)
▲ 이병문 동문(기관공학부·83)

_시외버스를 타고 도착한 창원. 신문이 가득 쌓여있는 건물로 들어가니 부서별로 기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편집국장이라고 적혀있는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가니 이병문 동문이 기자님이라는 호칭을 부르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불의를 참지 못했던 학창시절

_학창 시절 이병문 동문은 학업에 충실했던 모범생이었다. 졸업 요건보다 많은 학점을 듣고, 전공과 관련이 없음에도 평소 흥미가 있었던 법학 과목까지 찾아서 이수하기도 했다. 3학년 때는 동기회장을 하고, 4학년 때 행정관을 할 정도로 인간관계 역시 모범적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학생과는 달랐다. 이 동문이 대학을 다닐 때는 지금보다도 더 위계질서가 중요시되던 시절이었다. 정당한 훈계도 있었지만 부당한 폭언과 기합이 잦았다고 한다. 이 동문은 대학을 학업의 길을 열어준 배움터이면서도, 청춘과 자유의 일정 부분을 양보해야 했던 곳이라는 말로 회상했다. 당시 다수 학생은 반항하지 않고 선배에게 순응했지만, 이 동문은 선배의 부당한 기합이나 훈계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1학년 때에는 3학년 선배에게, 3학년 때는 4학년 선배에게 부당함을 항의하다가 한 달 가까이 옥상으로 불려가 혼났고 퇴학을 당할뻔한 위기도 있었다. 혼나면서도 본인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고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불의를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했던 성격이 기자가 된 지금의 이 동문을 있게 한 원동력인 듯했다.

 

 

어떤 일을 해야 사회에 도움이 될까?

_이런 위계질서 때문에 승선 생활보다는 배에서 내려 다른 직업을 찾는 길을 택했다. 이 동문이 직업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그 직업이 가진 사회적 에너지였다. “인간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이 동문은 고민 끝에 교사, 공무원, 기자 3가지로 범위를 좁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사회에 많은 기여한다고 생각했지만, 전공 때문에 공업고등학교 교사밖에 할 수 없었다며 우선 해양수산부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좋은 성적을 냈지만, 안타깝게 최종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결국,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30년을 언론계에서 쉬지 않고 달려오게 되었다.

 

기자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

_이 동문은 고등학생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해 교지편집국에서 활동했다. 대학에 와서는 학보사 편집국장이었던 친한 선배의 부탁으로 4.19혁명에 관한 칼럼을 기고했다. 이 동문은 훌륭한 글을 쓰진 못했지만 글 쓰는 직업을 가져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기자라는 직업은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이 동문의 결심과도 통했다.

 

처음 맛본 사회의 쓴맛

_경남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모 신문사에서 사회부 수습기자로 출발했지만 큰 시련을 겪게 되었다. “모 사립대학의 입시 부정에 관한 취재를 갔는데 대학에서 제시한 자료가 직접 조사한 자료와 일치하지 않았다며 얘기를 시작한 이 동문은 학교 관계자에게 목소리를 높여 따졌고, 그 당시 시위를 하고 있던 학부모들에게 대학의 부정을 알려 시위가 더욱 거세졌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를 본 대학 고위 관계자는 신문사 국장, 부장들에게 전화해 수습기자가 자신을 취조하려 한다고 투고했고, 끝내 이 동문은 편집부로 좌천됐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제대로 마주한 것 같아 서러웠다. 부서 이동을 당했을 때 옥상에서 한참을 울었다며 당시 감정을 전했다. 결국 다니던 언론사를 나와 경남신문 경력 기자로 일을 다시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걷기와 읽기

_경남신문 사무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신발 한 켤레와 두꺼운 책의 형상을 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동문은 걷기와 읽기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조형물을 설치했다읽기는 해석력을 길러주고 걷기는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발로 뛰면서 글을 쓰는 직업이기 때문에 더욱 신발과 책이 중요하다는 이 동문은 기자에게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대학을 다니고 있는 후배들에게 학교 앞 방파제가 바람이 많이 불고 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천히 걸어보면 그만큼 여유롭게 명상을 할 수 있는 장소도 드물다며 걷기를 권장하기도 했다.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내가 흘린 피와 땀

_스펙과 취업 때문에 고민이 많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냐는 기자의 요청에 당신의 스펙은 당신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당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당신이 흘린 피와 땀이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이 동문도 처음 기자를 꿈꿨을 때는 관련 없는 전공으로 기자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때마다 우리대학 출신 기자인 이영희(항해학부 3조선일보), 안병찬(항해학부 13시사저널) 선배들을 보며 힘을 냈다고 한다. 스펙과 전공에 얽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면 흘린 피와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하며 후배들에게 젊음을 무기로 도전을 하라고 독려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을 노력으로 이겨낸 그의 모습에서 기자의 당당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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