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 진실 찾아 3만 4천리
염전노예? 진실 찾아 3만 4천리
  • 김태훈 기자
  • 승인 2018.06.04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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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지난 4월 5일 <현대판 염전 노예, 가해자는 서울대 학, 석, 박사 출신이며 해양대 현직 교수> 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원자는 국제대학 소속 A 교수를 비롯한 우리대학 교수 4명을 거론하며 (전)한국해양대학교 산학협력기업인 코보테크의 불법적인 행위에 관해 관심을 촉구했다. 5월 5일까지 진행되었던 청와대 국민청원은 7,561명의 동의를 얻어내었으며 당시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과 페이스북 ‘한국해양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오는 등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20만 명의 동의를 얻지 못한 국민청원은 누구의 관심도 가지지 못한 채 잊혀졌다. 하지만 이는 개인과 기업의 민·형사 법정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청원의 진실 여부를 떠나 청원자는 해피아 의혹을 다시금 제기했으며 우리대학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또한, 산학협력기업의 불법 행위 및 우리대학 교수의 사기 의혹은 학생들에게 알 권리를 가진다. 13,392km 즉 3만 4천리 떨어진 시에라리온에서는 어떠한 일이 일어난 걸까? 기자는 청원자와 교수를 만나 사건의 진실을 들어보고 진정한 피해자는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 걸까 _ 청원인 주장

_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은 두서가 없이 서술되었다. 선박 지식과 관련 기업, 거론된 실명들은 자세한 설명이 없어 이해하기 힘들다. 박가현 학생(국제통상학과·14)은 “에브리타임을 통해 청원 글을 보았다”며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힘이 되고파 동의했다”며 당시를 설명했다. 기자는 청원자를 만나 사건을 정리해보았다.
_ 원양어업에 종사하던 조재원 선장은 직장을 그만두며 모은 재산으로 선박 5척을 구입한다. 이어 코보테크 전 대표 강현우가 동업을 제안해 이를 받아들인다. 코보테크는 선박 5척을 조 선장으로부터 사들여 회사 명의로 바꾼다. 조 선장은 동업자가 아닌 부사장의 직책으로 4명의 선장과 함께 고용되었고 계약서를 작성한 후 아프리카 서안의 시에라리온 공화국으로 출국한다. 이어 코보테크는 ‘청강’이라는 기업과 동업하여 사업을 진행하나 선박이 세관에 잡혀 2개월 이상 대기하게 된다. 조업 라이센스를 얻지 못해 대기가 길어지면서 현지 비용을 전부 지불하던 ‘청강’이 사업성이 없다고 생각해 동업을 끝낸다. 따라서 코보테크는 청강에게 2억 6천만 원의 금액을 갚기로 합의해 1천만 원의 어구와 선박 2척, 1억의 현금으로 상각한다. 배가 줄어들면서 4명의 선장은 해고되고 코보테크는 조 선장 명의를 도용해 시에라리온에 회사를 설립한다. 코보테크 지사장은 불법 조업을 지시했고 이를 조 선장이 국내에 알리려하자 기밀 누설로 부당해고 당한다. 당시까지 조 선장은 첫 임금을 제외하고 돈을 받지 못했으며 선박비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_ 건강 악화로 국내에서 치료 중이던 조 선장은 부당해고 당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코보테크의 요청으로 다시 시에라리온으로 출국한다. ‘청강’을 이어 동업하던 (주)BTI 또한 사업성을 문제 삼으며 코보테크와의 계약을 파기해 자본금 상환을 요청한다. 따라서 본사는 현지 조 선장에게 BTI 일을 해결하도록 요구했으나 자본이 없어 해결하지 못한다. 한편 조 선장은 현지에서 새로운 투자자 시에라리온 총리 부인 ‘마담 도리’를 소개 받아 코보테크에 보고했고 정식으로 한국에 초청하였다. 하지만 코보테크는 번복하여 방한을 취소했다가 2개월 뒤 다시 초청해 투자계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항공권 등 경비를 조 선장이 전부 지불하게 했으며 비용을 갚지 않았다. 한편 시에라리온을 정리하러 조 선장이 다시 출국하였고 입국 다음날 (주)BTI의 채무로 인해 현지 감옥 CID에 감금된다. 이후 마담 도리가 조 선장의 채무를 전가 받으며 석방시킨다. 하지만 조 선장에게 남은 선박 3척 인도를 요구하였고 이를 거부해 재투옥된다. 조 선장은 감옥을 탈출하여 세네갈로 밀항한 후 현지 선교사의 도움으로 귀국하게 된다.
_ 위 내용은 청원인 조 선장의 주장을 시간의 흐름으로 구성한 내용이다. 조 선장은 코보테크를 선박 대금 미지급 및 임금 체불로 고소했으며 회사 자문교수이자 대주주인 국제대학 A 교수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또한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교육부, 외교부, 해양수산부, 우리대학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조 선장이 주장하는 코보테크 및 A 교수의 불법행위는 ▲임금 체불 ▲선박 매매대금 미지급 ▲명의를 도용해 회사를 설립 ▲여수시청과 시에라리온 선박의 톤수 차이를 통해 밝혀진 공문서 위조 등이다. 진정서에서 조 선장은 “A 교수를 즉각 파면 조치하라”고 요구하며 “반성은 커녕 거짓 증언과 증거인멸을 일삼는 사람들이 어떻게 교육자라고 할 수 있겠냐“고 엄중조사를 부탁했다.

억울하다. 사기꾼들에게 당한 것뿐

_ A 교수는 위 청원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 교수는 “제자 강현우(코보테크 전 대표)의 제안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시에라리온 수산물 사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조 선장 측이 주장하는 범죄사실은 거짓”이라고 못 박았다.
_ A 교수가 반박한 진술들은 다음과 같다. ▲조 선장과 코보테크는 동업자 관계였다. 고용계약서는 시에라리온 출국 전 조 선장이 4대 보험 및 가족문제 해결을 부탁했으며 회사에 찾아와 급하게 작성됐다. 따라서 급히 학교 양식을 수정하면서 계약서 갑이 한국해양대학교 총장임을 지우지 못했고 이를 문제 삼고 있다. 결국 노동청 조사에서 코보테크 임금체불은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동업을 시작할 당시 선박매매의 관한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5년도에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조 선장이 제시한 선박매매계약서는 16년도에 제작되어 서명되지 않은 채 존재했었다. 이는 조 선장이 뒤늦게 선박매매 계약서를 만들어 강현우 대표를 통해 도장을 받은 거라는 정황이 들어났다. 또한 선박 구매를 제외한 모든 비용은 회사에서 부담했으며 선박은 회사 공동자산이라고 밝혔다. ▲명의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는 시에라리온에 설립된 회사는 코보테크와 관련이 없다. 조 선장은 자기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후 공동자산이던 선박 3채의 명의를 빼돌리려 했다. 실제 청강에게 상각한 이후 3척의 배를 자신의 개인자산처럼 사용했다. 1척은 침몰했으며 2척은 시에라리온에서 판매해 개인의 이득을 챙겼다. ▲공문서위조 혐의도 회사와는 무관하다. 여수시 선박증명서의 도장은 여수시장의 도장이 아니며 조 선장 측이 도장을 만들어 거짓으로 꾸며낸 사기 행각이다. ▲그 외에도 코보테크는 마담도리 초청을 번복한 이후 다시 초대해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 조 선장이 개인적인 사업으로 마담도리를 초청해 계약을 맺었고 시에라리온에서 사기 행각이 적발돼 붙잡혔다. 이후 교도소로 가던 중 도망쳐 밀항한 것이다.
_ A 교수는 “강 대표가 조 선장을 친인척으로 소개했다”며 “사업 실패의 책임도 조 선장이 큰데 돈을 갈취하려고 이런 사태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A 교수는 코보테크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보지 못했으며 명예훼손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조사로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속히 해결되면 법적 처벌을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무고죄 ▲명예훼손 ▲공문서 위조 ▲사기 등의 행위로 변호사를 선임했다.

나 교수가 제시한 노동청 혐의없음 의견 송치건
A 교수가 제시한 노동청 혐의없음 의견 송치건

 

진실은 저울, 누구의 진실이 더 무거운가

_ 하지만 조 선장 측은 여전히 강경하다. A 교수의 진술은 거짓말이며 진실이 밝혀지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두 주장들 사이에는 대립적인 사실들이 존재한다. 우선 강현우 대표와의 관계이다. 조 선장측은 “강현우 대표와 친인척이 아니다”며 “A 교수 이전에 코보테크 대표로서 강현우를 고소했는데 친인척일리가 없다”면서 관계가 없다고 단정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사업적 이득을 위해 아무 사람들에게 친인척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여 사실 여부를 따질 수 없게 하였다. 이어 고용계약서 작성 여부다. 조 선장측은 5명의 선장이 같은 조건, 같은 날짜, 같은 시간에 작성되었고 작성할 때 A 교수가 함께 있었다고 주장한다. 실제 같이 고용된 4명의 선장 모두 같이 고용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증서를 작성해 경찰에 제출했다. A 교수가 주장한 개인적으로 찾아와 계약을 맺었다는 진술과는 대비된다. 또한 A 교수가 업무상 보낸 메일 속 조 선장을 부사장으로 지칭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조 선장은 “임금체불로 코보테크를 고소한 것이 무혐의 처분 송치된 것은 혐의가 A 교수에게 있었기 때문”이라며 노동청에 A 교수를 상대로 추가 고소한 상태이다.
_ 회사 운영은 소꿉놀이가 아니다. 기업은 원칙과 규정을 세워서 운영되며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이다. 따라서 동업자의 부탁으로 고용 계약서를 작성해주고 동업자가 사업을 계속 밀어붙여 끌려갔다는 A 교수의 주장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자신의 자본을 투자한 대주주로서(지분 50%) 진행되는 사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투자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는 주장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시에라리온에서 코보테크 회사가 사용하던 선박
시에라리온에서 코보테크 회사가 사용하던 선박


실체적 진실로의 귀결

_ 양측의 엇갈린 진술들 중에서 분명 하나는 거짓이오. 하나는 진실이다. 각자 주장하는 진실은 근거가 있으나 조금씩 빈틈을 가지고 있다. 실제 첫 경찰조사 당시 A 교수는 사기꾼 범죄자 취급을 당했지만 “이후 자신은 죄가 없어 참고인 신분으로 전환되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이 주장하는 진실은 계속 저울질되어지고 있으며 검찰조사가 끝나지 않아 진실을 단정 짓기 어려운 상태다. 끝내 거짓으로 상대방을 핍박한 자는 분명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나 그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에 검·경찰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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