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보다 가지고 싶은 것이 많은 우리 공유시대를 살아가다
가진 것보다 가지고 싶은 것이 많은 우리 공유시대를 살아가다
  • 김태훈 기자
  • 승인 2018.06.04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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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요즘 우리대학을 비롯한 부산 곳곳에서 노란 자전거의 물결이 강세다. 중국의 공유자전거 업체인 오포(ofo)는 4월 말 학교 곳곳에 자전거를 배치해 학생들의 이동 편의성을 도모하고 있다. 긴 방파제 거리를 거닐면서 늘 자전거 한 대쯤은 가지고 싶었지만 막상 구매하기 쉽지 않던 학생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이처럼 가지고 싶지만 가지기 쉽지 않던 물건들을 공유하는 공유경제 시대가 오고 있다. 과연 우리들은 무엇을 공유하며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공유경제 먼 이야기 아닌가?
_ 공유경제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하버드대학의 로런스 레시그 교수가 구체화한 개념이다. 저성장시대로 돌입해 과소비를 지양하고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게 되면서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하는 협업소비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타임지에서는 2011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로 뽑히는 등 기대를 받아왔으나 국내에서는 공유경제 기반 부족으로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개인 간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첨단 IT 기술과 결합하며 주류경제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주니퍼 리서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7년 공유경제 시장규모는 186억 달러에서 2022년 402억 달러로 성장하리라 전망했다. 또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상위 13개 기업 중 12개 기업이 공유경제를 응용한 비즈니스 모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처럼 세계는 공유경제를 주류로 받아들이고 공유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영도구 동삼동 ‘한울마당 작은도서관’ 입구

오랜 지식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 도서관

_도서관은 지식, 문화의 공간이다. 책, 잡지, 영상매체, 디지털 도서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정리하여 보관하는데 이는 가장 오랜 공유경제 모델이다. 개인이 많은 장서를 보유하기 힘든 현대사회에서 꾸준히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신속히 자료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전자 자료 이용을 극대화하는 등 다양한 범주에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실제 우리대학 도서관은 ‘전자정보 체험전’등을 열어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전자책, 저널 등의 서비스를 도입해 접근성을 높이는 등 학생들의 연구와 공부에 필요한 자료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_ 201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개인 단위에서 도서관을 운영하고 공동도서관과 자료를 연계하는 ‘작은 도서관’ 사업이 확산하였다. 16년도 시행된 작은 도서관 진흥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작은 도서관을 건립하고 행정·재정적 도움을 주도록 이바지하며 영도구에는 15개의 도서관이 설립되었다. 영도구 ‘한울마당 작은도서관’ 운영자는 “작은 도서관이지만 거리상의 이점으로 지역 단위 주민들에게 교육·문화적 공간을 제공한다”며 “지역 주민들이 쉽게 지식에 접근하고 공유하도록 그 역할은 충분히 한다”고 말했다.

소셜멘토링 ‘잇다’ 로고

_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늘어가고 있다. 소셜 멘토링 사이트 ‘잇다’는 정보 격차로 인한 취업 양극화를 해결하고자 시작된 소셜네트워크 벤처기업이다. 취업을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현직에서 일하는 직장인을 연결해주는 멘토링 서비스로 현재 1270명의 현직자가 멘토로 활동 중이다. 한 달 평균 500건 이상의 온라인 멘토링이 이뤄지며 대학생의 월 방문자는 10만 명에 달한다. 실제 ‘잇다’를 이용한 C군은 “희망하던 직종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며 “현직자들을 연결해 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J 학생는 “서비스가 무료로 운영되어 접근하기 쉬웠다”며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주는 플랫폼이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취직하면 멘토가 되어 경험을 공유해 취준생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학내에서 ofo를 타고 이동중인 학우들

탈것도 소비재가 아닌 공유재로
_ 자동차는 고가의 소비재 중 하나다. 하지만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13년도 우리대학에 설치된 ‘쏘카존’이 그 예다. 카 쉐어링 서비스 ‘쏘카’는 연평균 100% 고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주된 이용층은 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20·30 세대로 17년 9월 가입 회원 3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었다. ‘쏘카’는 8,200대의 차량과 3,200곳의 ‘쏘카존’이 지정되어 누구나 쉽게 차를 공유할 수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 해사대학관 앞과 공대 2호관이 쏘카존으로 지정되었으며 총 4대의 차가 배정되어 있다. ‘쏘카존’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으며 자체적인 검토 후 선정된다. 김철진 학생(국제무역경제학부·11)은 “주로 많은 짐을 옮기거나 드라이브 등에 이용한다”며 “차가 필요할 때마다 쉽게 빌릴 수 있어 자주 찾게된다”고 말했다. 이에 쏘카 관계자는 “도심에 주차·교통난이 심각해지면서 사람들이 경제성을 중시하게 되었다”며 “자동차는 소유의 개념에서 필요할 때 찾아 쓰는 공유의 개념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_ 지난 4월부터 공유자전거 ofo가 부산에서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통신기업 KT와 MOU를 맺으며 무료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ofo는 사물인터넷 기술과 네트워크 인프라를 결합한 비고정형 공유자전거 플랫폼이다.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공유자전거 서비스 ‘따릉이’와 달리 대여소가 정해져 있지 않아 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부산에서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사용법은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QR코드 혹은 자전거 번호를 입력해 잠금을 해지하고 사용이 끝났을 때 어디에서든 잠금장치를 걸으면 끝이 난다. 우리대학은 지난 4월 24일 50대의 공유자전거를 배치해 학생들의 이동 편의성을 도모했다. ofo는 여름부터 보증금과 요금을 부과할 예정이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 ofo 홍보팀은 “부산에 배치된 자전거는 총 1,000대이다”며 “일별 사용량은 평균 5,000건이다”고 전했다. 이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더 증설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을까?
_ 공유경제 시장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확장 중이다. ▲옷장 속 잠들어있는 정장을 기증받아 청년 구직자들에게 공유하는 비영리단체 ‘열린 옷장’ ▲남아 있는 공간을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RESPACE’ ▲누구나 프로젝트를 등록하고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아웃소싱 플랫폼 ‘위시켓’ 등 다양한 물건 및 서비스를 공유하고자 하는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다. 학생들의 방문 빈도가 높은 공유경제 플랫폼 중 ‘오쉐어’는 제주도의 여행객들에게 여행 장비를 공유하는 기업이다. DSLR과 액션캠 같은 여행을 위해 구매하기 힘든 촬영 장비부터 부피가 커 이동하기 쉽지 않은 유모차같이 다양한 장비를 대여해준다. 이처럼 사용 횟수가 많지 않고 경제적 여건으로 구매를 망설이는 물건이 있다면 공유하는 플랫폼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공유시대,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공유의식

개인 사유지에 보관중인 ofo 모습

_ 공유경제는 저성장시대를 맞아 적합하게 설계된 자본주의라는 인식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임대사업이 확장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새로운 자본주의 개념을 넘어 사회적 개념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공유경제를 주도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는 기성세대가 간직하던 주거, 차량에 대한 소유의식을 계승하지 않았으며 경험과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밀레니얼은 N포세대로 성장해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는 공유경제와 적절하게 부합해 공유시대를 맞이했다. 이는 풍요로운 개인주의의 과거에서 서로 협력하고 교류하는 공동체적 커뮤니티 사회로 회귀할 사회적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_ 하지만 공유시대를 맞이했어도 법적 제도와 기술적 기반, 시민의식이 미숙하다는 평가다. 소유 중심 경제에서 제도화된 법들이 공유경제와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기술적 기반이 부족하다. 또한, 상호 간의 신뢰가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공유경제에서 개인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공유자전거를 자주 이용하는 공과대학 소속 K 학생은 “공유자전거를 사유지에 보관하는 경우를 보았다”며 “올바른 의식을 가지고 서로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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