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내가 직접 만든다
답답해서 내가 직접 만든다
  • 김민창 수습기자
  • 승인 2018.06.0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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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다

_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책을 만들고 싶어도 원고가 상업적으로 가치가 없으면 출판사들의 관심을 받기 힘들다. 독서인구가 줄어들며 출판업이 사양산업이라는 딱지를 달고난 후, 출판사들은 좀 더 안전하게 돈을 벌기 위해 ‘베스트셀러 만들기’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최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며 등장한 독립출판이 각광받고 있다. 수익과 상관없이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것을 책으로 엮어내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다. 출판사를 설립하지 않고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만들어 내는 독립출판이 출판업계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무소속 독립출판물
_ 독립출판이란 대형 출판사를 통한 통상적인 책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이나 소수 그룹이 기획, 편집, 인쇄, 제본하여 책을 출판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서점에 판매되고 있는 책들은 모두 고유의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 국제 표준 도서번호)을 가지고 있는데 독립출판물은 ISBN 등록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독립출판물과 기성출판물을 나누는 척도이다. 독립출판사 ‘소설연구소 15번지’ 대표 이경민 씨는 “독립출판물은 기존의 시장시스템으로부터 독립되었고 대안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이러한 특성 덕분에 독립출판물은 기존 유통과정에서 벗어나 자신의 표현 수단으로 많이 활용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독립출판물들

 

 

독립출판물, 부산에서는요?
_ 독립출판물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상업성이 부족해 큰 이윤을 낼 수 없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겨우 적자를 면하는 실정이다. 소규모 스튜디오들은 예산 부족이라는 현실에 도전을 망설인다. 부산에 위치한 독립서점 ‘샵메이커스’의 사장 구나연 씨는 “독립출판업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서울과는 달리 부산에서의 상황이 안 좋은 편”이라며 “부산은 독립출판물을 출판한다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앞에 위치한
독립출판물 서점 '샵메이커스'
작년애 열린 부산아트페어

_ 독립출판의 부흥 흐름을 조성을 위해, 부산지역 독립출판서점들은 뭉쳤다. 지난해 7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있는 아트 소향에서 ‘2017 부산아트북페어–프롬더메이커즈’가 열렸다. 이 행사는 독립출판을 주제로 부산에서 매년 열리는 독립 서적 박람회로 전국에서 발행되는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창작자가 직접 판매, 홍보하며 창작자와 관람객이 만나 책을 매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주최 측은 “사람들이 안 올까 봐 걱정하였지만, 예상보다 많이 찾아와주었다”고 전했다. 이어 “일대일로 작가와 독자가 대담할 수 있는 것에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부산에서의 독립출판 흥행의 잠재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내 의도대로 만들어지는 책
_ 독립출판물의 가장 큰 매력은 ‘내 마음대로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대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독립출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제작자가 원하는 판형과 장르를 선택하고, 거기에 맞는 글과 사진, 그림을 담으면 된다. 기존의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개성과 재치가 녹아든 다양한 출판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 기성출판물보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의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청춘들의 고뇌를 다룬 잡지에서부터 성소수자 이슈를 포함,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선 등 주제가 다양하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워커스

_ 청년들이 주로 이루어진 디자인 팀은 기성 잡지의 틀을 깨 파격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을 도입해 새로운 이미지와 디자인으로 시선을 이끈다. 그 안에 담긴 글들은 청년들의 시각으로 대담하며 현실을 꼬집는다. 또한 글에만 묶여있지 않고 월간지 3분의 1을 사진에 할애하는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사진을 통하여 직관적으로 독자들에게 저항적인 메시지를 던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_ 하지만 정작 독립출판은 청년들이 쉽게 다가서기 힘들다. 소량생산으로 인한 비싼 책 가격과 자본금이 필요한 출판은 시도해 보기 힘든 여건이다. 돈 없는 청년들도 쉽게 참가할 수 있는 관련 프로젝트는 무엇이 있을까?

 

출판이 어려우면 도와줄게
_ 누구에게나 출판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매년 6월, 협성문화재단은 ‘NEW BOOK 프로젝트’라는 공모를 진행하며 책을 출판하기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출판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출판할 기회를 제공한다. 출판에 드는 비용은 전액 무료이며 총 5명을 선정한다. 총 300부를 발행하며 실제 판매도 진행된다. 이는 청년들이 독립출판을 경험할 좋은 기회다.

'NEW BOOK 프로젝트'로 출판한 책들
'NEW BOOK 프로젝트'로 출판한 책들

_ 재작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여행을 하며 가족, 친구는 물론, 자신과 미래의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여행지를 풀어낸 <스물다섯 살, 세계여행하며 편지 쓰기> ▲국제봉사를 하며 경험한 20대 기억들로 구성된 수필 <마음만 있으면 떠나는 국제봉사여행>이 출판됐다. <스물다섯 살, 세계여행하며 편지 쓰기> 저자 강태훈(25) 씨는 “틈틈이 메모를 하고, 잠을 줄여가며 비행기 안에서 글을 정리했는데, 세계여행만큼이나 책 출간도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마음만 있으면 떠나는 국제봉사여행> 저자 심고은(29) 씨는 “처음이어서 책 내기가 막막했는데 공모전을 통해 출판의 과정을 경험한 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협성문화재단의<br>​​​​​​​ '2018 NEW BOOK 프로젝트' 공모 포스터
협성문화재단의
'2018 NEW BOOK 프로젝트' 공모 포스터

_ 협성문화재단 주관으로 열리는 ‘NEW BOOK 프로젝트’의 지원 기간은 6월 4일부터 6월 15일까지이다. 올해 공모부문은 [문화/예술, 여행, 환경, 나의 부모님, 나의 열정과 경험을 담은 글] 중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하여 작성한 수필을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협성문화재단 홈페이지 접속 후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판의 장벽은 허물어져 간다
_ 해외의 독립출판업계는 상당히 활발하다. 미국은 대형 출판그룹들이 외면하는 시집 분야를 독립출판사들이 대부분 내고 있다. 의미 있는 문학적 실험과 혁신이 대부분 독립출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정부에서 출판인들에게 최저 판매량을 보장하기 위해 발행분 일부를 매입하여 공공 도서관에 배포하는 것으로 독립출판업을 지원한다. 적극적인 정부의 문화 진흥정책과 높은 일간지 구매율을 기반으로 1인당 출판 부서 세계 7위를 달성했다. 이에 대해 1인 독립출판업자 이경민 대표는 “창작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훌륭한 제작자일 수 있다”며 “정부의 지원과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이 있으면 독립출판은 확장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출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과 같이 디지털 시대 속에서 종이 책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누구나 출판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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