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
글채사장 저, 한빛비즈, 2014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 책 제목이 좀 길다. 원고 청탁을 받고 약간 고민의 시간을 보낸 후,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된 지 좀 되었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매우 기억에 남은 책들 중 하나로, 당시 베스트셀러였다. 한참 인기가 있을 때, 도대체 무슨 대단한 것이 들어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일까 하는 궁금함에, 그들의 선택에 동참하여 책을 샀다. 그리고 여러 번 읽었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사람들을 구성원으로 가지는 ‘사회’를 매우 간단한 관점으로 분석한다. ‘사회’는 매우 다양한 모습을 가지는데, 이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나눈다면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로 가를 수 있고 이들을 이분법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먼저 가장 간단한 지배-피지배 구조에 대한 관점으로 역사를 기술한다. 이어서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서 경제를 이야기하고, 어떠한 경제체제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정치를 다룬다. 다음으로 그 선택을 통해서 누구(개인 또는 ‘사회’, 또는 집단)의 이익이 우선되는지에 대한 논의로 사회를 말하고, ‘사회’ 정의에 대한 물음으로서 윤리를 기술하면서 책의 내용이 마무리된다. 책의 각 부분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면서도 곱씹어볼 만한 상황적 예를 제시하면서 현상 뒤에 숨어 있는 기본 원리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설명한다. 다루는 주제들 중 많은 것들은 교과과정을 통해 배웠던 것들이라 생소하지 않아서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읽은 후, 이 책에서 다루는 것들을 대부분 제대로 모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인문학으로의 입문서들 중 하나로 언급되곤 하는 이 책이 가진, 비슷한 종류의 다른 책들과 차별되는 특징은,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세세한 부분들은 생략하고 큰 줄기만 다루고, 그것도 이분법적 관점이라는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다룬다. 예를 들면, 역사를 지배-피지배 구조에 대한 관점으로 본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사람이 이루어온 역사는 매우 복잡하고 여러 다양한 것들이 엮여 있다. 그에 비하면 이 관점은 너무 단순하여 역사를 자세히 다루지 못한다. 지은이는 이 관점을 바탕으로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까지 엮어 다루면서, 다루지 못하는 그리고 다룰 필요가 없는 것들은 생략해 버린다. 그래서 책 제목처럼 넓고 얕은 지식들이 이 책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넓고 얕은 지식들이나, 지은이는 자신이 제시하는 관점에 따라 이들을 잘 엮어서 ‘사회’가 보여주는 여러 현상을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들을 고개를 끄덕이며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그리고 반복하여 읽다보니, 무엇을 불분명하게 알고 있었고, 무엇을 잘못 알고 있었으며,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지은이가 이 책을 쓴 목적 중 하나는 이러한 큰 줄기에 따라 이야기를 엮어서 지식을 잘 전달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식 말고 얻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사회’를 바라보는 또 다른 하나의 관점을 배우게 된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대상(개인이나 집단 또는 ‘사회’)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이런 생각, 저런 판단 등을 한다. 이 책 덕분에 배운 ‘관점’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온 ‘사회’의 변화 모습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그 뒤에 숨은 변화의 역동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의 ‘사회’ 현상들을 분석할 때에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이렇게 보다 큰 관점으로 바라보고 단순하게 구분하여 분석하는 방법 또는 방식은, ‘사회’ 현상의 분석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계에도 응용할 수 있다. 마주하게 되는 문제를 보다 큰 관점에서 바라보고, 일단 단순하게 구분하여 문제가 제시하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문제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복잡하다 여겨지면, 또는 문제에 대한 감이 잘 오지 않으면, 먼저 이렇게 단순하게 접근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 말고도 우려먹을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책이다.
지은이의 말처럼 ‘세상’과 ‘나’는 본질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세상’에 대한 이해는 ‘나’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고, ‘나’에 대한 더 깊은 이해는 ‘세상’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이어진다. 이 ‘넓고 얕은 지식’을 바탕으로, 학우 여러분이 ‘세상’을 그리고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이동훈 교수 (전자소재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