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정? 어 인정
[취재수첩] 인정? 어 인정
  • 김태훈 기자
  • 승인 2018.06.04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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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인정? 어 인정’은 흔히 급식체라 불리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이 답하기 전 스스로 답하는 자문자답이 핵심이다.

_기자는 2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이번 학기 복학했다. 돌아온 사회는 낯설었으나 해보고 싶은 일은 무궁무진했다. 입대 전 2년간 신문사에서 일했던 기자는 사실 복직할 생각이 없었다. 마감의 압박과 기사 소재를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맸던 옛 기억들은 새로운 기회를 꿈꾸는 기자에게 장애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축소되어 가는 대학 언론에 대한 관심과 쥐꼬리만 한 지원금, 노력 대비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아 뒤에서 응원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_이런 기자가 신문사에 발을 들이게 된 시작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동기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동기 중 유일하게 편집국장의 자리에 올라 대학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후배 기자들에게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가시밭길처럼 어려워 보였다. 알지만 외면하고 혼자만이라도 편하고 싶었던 기자는 망설였고, 선배들의 등 떠밀기 덕에 용기를 얻어 복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_기자는 이번 318호 신문에서 ‘염전 노예? 진실을 찾아 3만 4천리’, ‘6.13 지방선거 후보자 인터뷰’ 기사를 취재하면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보여주지 못한 채 큰 어려움을 느꼈다. 양측이 주장하는 진실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해 방황하기도 했고, 부산시장 후보들의 공약집을 뒤지며 학생들에게 중요한 질문일지 새벽녘까지 고민하기도 했다. 특히 청와대 국민 청원을 취재하면서 포기하고 싶었고 진실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두렵기도 했다. 도움을 주고자 복직했던 기자는 오히려 주변 기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글을 마칠 수 있었다.

_지난 기자로서의 모습은 인정받기 위함의 연속이었다. 대단한 선배들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가족, 동기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사명감 하나로만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하지만 복직한 기자에게 신문사는 새로운 배움의 장소가 되었다. 남에게 인정받고자 무리하지 않아도 되었고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이제는 남에게 동의를 구하기보다 스스로 답하고 싶다.

_신문사 돌아오길 정말 잘했다. 인정? 어 인정이다.

김태훈 기자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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