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 우리는 그냥 더운 게 아냐
조심해! 우리는 그냥 더운 게 아냐
  • 방재혁 기자
  • 승인 2018.10.09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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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해수 온도 상승이 가져오는 엄청난 변화

_지난 여름, 살인적인 더위가 한반도 전역을 덮쳤다. 올해가 유독 체감 상 심했지만,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지구 전체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다. 바다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바다가 뜨거워지면 그 피해가 바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육지에도 여러 가지 재앙을 불러온다.


점점 뜨거워지는 바다

_최근 3년간 한반도 고수온 영역은 급격히 넓어지고 있다. 여름철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24∼25도다. 2016년 7월 평균 등수온선(바다 표층 수온이 같은 지점을 이은 가상의 선)이 태안∼울산 인근 해역이었다. 하지만 이 선은 2017년 백령도∼속초 인근 해역까지 올라갔고, 이번 여름 평안북도∼함경남도 인근 해역까지 북상했다. 바닷물의 복사열 방출은 연안 생태계는 물론 한반도 기상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불볕더위와 열대야를 심화시킬 수 있다. 바다 어종의 변화, 어획량 감소, 양식어 집단 폐사, 태풍이나 해일의 변화를 야기한다.

한반도 연안 등수온선 및 수온변화 (연합뉴스 제공)
한반도 연안 등수온선 및 수온변화 (연합뉴스 제공)

_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전 해역의 7월 평균 수온이 2010년 이후 연 0.34℃씩 상승했다. 2010년 이전 상승 경향이 연 0.14℃인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급격한 수온 상승이다. 단순히 숫자만 봤을 때는 미미한 수치로 보이지만 그 대상이 바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수 온도가 1℃만 상승해도 해양에는 육지 온도가 10℃ 가량 상승한 것과 맞먹는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_최근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장기간 지속된 폭염으로 대기 온도가 상승하고 일사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수온이 올라가고, 수온이 올라가면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순환구조 때문에 급격한 수온 상승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몇 년간 태풍의 영향을 적게 받았던 탓도 있다. 차가운 아래층 바닷물과 표층 바닷물이 순환하며 열을 줄여야 하는데 표층 바닷물이 섞이지 못한 채 대기로 열을 다시 방출한 것이다.

 

이 물고기는 처음 보는데?

_수온이 상승하면 우선 해양생물들이 직접적인 변화를 겪는다. 한류가 흐르는 동해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류성 어종 명태는 더 이상 잡히지 않는다. 제주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제주 연안에서 어획된 전체 어종의 40%가 기존 한반도 연안에는 없던 아열대성 어종이다. 어종의 변화는 어획량 감소를 불러온다.

_그렇다면 기존 어종 대신 새로 둥지를 튼 아열대성 어종들을 팔면 되지 않을까?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여의치 않다. 몇몇 어종은 식용으로 연구해볼 가치가 있지만, 아직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어부들도 낯선 물고기는 잡지 않는 경향이 있어 정보가 점점 알려지고 공유되어야만 토착 어류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_위험한 아열대 생물들도 많다. 아열대 생물 일부는 독을 가지고 있어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 서너 해 전부터 남해 일대에서 맹독을 지닌 파란고리문어나 넓은띠큰바다뱀이 발견됐고 각종 매체에서도 이를 보도해 주의를 요했다. 뿐만 아니라 아열대성 바다에 서식하는 상어의 우리나라 연안 출몰이 잦아지고 있다. 상어는 배가 고프면 얕은 바다에도 나타나기 때문에 해수욕장 피서객에게 큰 위협이 된다. 실제로 지난 4월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길이 4m에 달하는 백상아리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한류성 어종 어획량 변화
우리나라 한류성 어종 어획량 변화

기후변화의 뫼비우스 띠

_육지에 비해 열의 출입이 느린 바다는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보전해 지구의 평균 기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또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 현상을 늦춘다.

_수온이 상승하면 열 흡수량이 줄어들어 지구 기온이 올라가고,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 다시 수온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뿐만 아니라 기체의 용해도가 낮아지면 바다가 흡수하는 온실가스의 비중이 줄어들어 그만큼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보고서에 따르면 더워진 바닷물이 해저에 냉각상태로 묻혀 있는 수십 조 톤의 메탄가스를 풀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강력한 온실가스가 지구 표면을 불바다로 만드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_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우연히 태풍이 빗나갔다. 하지만 이로 인한 수온 상승은 태풍의 피해를 커지게 할 수 있다. 태풍은 따뜻한 바다 위에서 세력이 더 성장한다. 이론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1℃ 상승하면 최대풍속이 약 5% 증가하고 대기의 습도는 대략 6% 증가한다. 실제로 지난 17년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멕시코만과 대서양 일대를 강타했다. 이 두 허리케인은 해수면의 열에서 파괴적인 에너지를 얻어 기상학자들도 예측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연의 저항, 대처가 필요하다

_안타깝게도 해수 온도 상승은 인간이 막을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변화에 적응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방법뿐이다. 먼저 해양의 기후를 감시하고 예측하는 것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단계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어도와 가거도, 독도에 종합해양과학기지를 건설했다. 이들은 기상 예보, 관측 시스템 및 해일, 태풍에 대한 조기 경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양에 대한 입체적 관측 및 감시를 위해 세계 최초로 정지 궤도 해양 관측 위성인 ‘천리안’을 발사했다. 이를 통해 해양생태계 변화를 연구하고 적응해야 하며, 지상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어도(左), 가거도(中), 독도(右) 종합해양과학기지
이어도(左), 가거도(中), 독도(右) 종합해양과학기지

_해양과 기후변화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해양 환경이 변화하면 지구와 인류 전체에 미치게 될 영향은 규모와 파급력을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기후변화 적응 계획과 대책 수립은 육지 및 담수 지역에 집중되었고, 해안과 해양의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만큼 바다의 변화에 더욱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앞으로 해양과 기후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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