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파헤치기]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이슈 파헤치기]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 조경인 기자
  • 승인 2018.10.09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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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불법촬영 논란, 우리대학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_공중화장실 가기가 두렵다. 되도록 가지 않으려 하고 불가피하게 가게 되면 얼굴을 가린 채 볼일을 보기도 한다.
_도대체 왜 남이 화장실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_솔직히 어디서든 한 번쯤은 찍혔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화나지만 자포자기의 심정이다.

끊이지 않는 논란
_ 젊은 학생, 회사원 그리고 공무원과 교사도 가해자였다. 불법촬영에서는 말이다.
_ 불법촬영 논란은 이미 오래된 화두이다. 과거에는 검색만으로도 불법으로 촬영한 사진이 노출되었고, 심지어는 모 사이트에서 포르노의 일종으로 공유되기도 했다. 불법촬영이 사회적 이슈가 된 현재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검거된 불법촬영 범죄 피의자는 지난 2014년 이후 4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_ 불법촬영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었다. 화장실,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주민센터 화장실에서도 불법촬영 카메라가 발견됐다. 실제 지난 9월 한 공무원이 자신이 일하는 주민센터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 장치를 설치해 검찰에 넘겨졌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전산망을 관리하는 만큼 보안이 철저한 곳이라 생각한 곳마저 불법촬영으로 논란이 되자 사람들은 ‘불법촬영 안전지대는 없다’고 말했다.

자포자기의 심정
_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해자의 97%는 남성이었으나 피해자의 83%는 여성이었다. 또한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불법촬영 영상물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실제 최근 5년간 불법촬영 범죄로 검거된 16,201명 중 가해자가 면식범인 경우는 2,259건이었는데, 그중 가해자가 애인인 경우가 1,077건으로 47.7%에 달했다.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에 의해 피해자가 되고 면식범, 심지어는 애인에 의해 불법촬영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공과대학 소속 A 학생은 “솔직히 어디서든 한 번 쯤은 불법촬영 카메라에 찍혔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화나고, 슬프고, 어이없지만 불법촬영이 우리사회에 만연한 이상 이미 자포자기의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예방, 가능할까?
_ 불법촬영의 심각성이 대두된 만큼 정부는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제공한 정부의 불법촬영 범죄 대책 방안은 다음과 같다.

  • 공중화장실 상시 점검
  • 변형카메라 등록제 시행
  • 불법영상물 실시간 차단기술 개발
  • 해외 당국과 사법 공조
  • 음란사이트·웹하드 수사 강화
  • 몰카탐지기 대량 확보

_ 지난 8월 정부는 대중교통 공중화장실 등 5천여 개소에 대해 불법촬영 안전지대를 추진했다. 각 지자체에서는 경찰과 협력해 불법촬영 근절 캠페인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카메라 탐지기를 통해 촬영 카메라 단속에 나섰다. 상시 점검과 불시 점검을 통해 국민을 안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솜방망이로 때리면 아프지 않아요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변 중인 민갑룡 청장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변 중인 민갑룡 청장


_ 하지만 처벌에 관련해서는 여전히 ‘솜방망이’식 처벌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고발된 불법촬영 사건 10건 중 7건은 벌금형에 그쳤으며, 2012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불법촬영 1심 판결을 분석한 결과, 실형은 10%에도 못 미쳤다. JTBC 인터뷰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로 불법촬영 피해자에게 “끝까지 가도 별로 좋을 것이 없고, 솔직하게 처벌도 크게 받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들려온다고 한다.
_ 끊이지 않는 불법촬영과 솜방망이식 처벌에 분노한 국민들은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성범죄 산업에 대해 특별수사를 요구한다’는 국민청원을 남겼고, 20만 명 이상이 추천해 청와대가 이에 대해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8월 초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고 답했다. 또한 음란사이트·웹하드 사업자, 헤비업로더를 포함해 불법촬영을 하고 이를 유포한 1,012명을 검거해 63명을 구속했음을 밝혔다. 민 청장은 “정부 대책 상당 부분은 국회 입법이 필요하므로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자들의 고통을 국회에 알려 피해자 입장에서 디지털성범죄 근절법안이 신속히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관련 법안 마련 계획에 대해 말했다. 현재 불법촬영 근절을 위한 법안들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에 머물고 있는 불법촬영 관련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20여 개에 달한다.

불법촬영,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_ 안타깝게도 우리대학 역시 불법촬영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지난 4월 28일 새벽 5시경 우리대학 도서관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 사건이 있었다. 경찰 측에 따르면 남고생 B 군은 여자화장실에 숨어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을 하던 도중 재학생 C 씨에게 발견됐고, C 씨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후 바로 신고했다. 이후 B 군은 도서관 건물에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B 군은 범행 후 사진을 삭제하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여학생들이 화장실 앞 CCTV 등을 근거로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했다. B 군은 “시험 기간에 대학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갔다가 여성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촬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_ 하지만 학생들은 이 사실을 뒤늦게 한국해양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를 통해 알게 됐다. 사건 이후 여자화장실 앞에는 경고문만이 붙었을 뿐, 대학 내 별다른 공지나 지시사항은 없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분노하며 공론화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해양과학기술대학 소속 D 학생은 “우리가 왜 한 달이나 지나서야 불법촬영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며, 그것도 어째서 SNS를 통해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 처리 방식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학내 페미니즘 소모임에서는 국제대학관에 대자보를 부착해 동종 사건 발생 방지와 공식적 서면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해양대 대나무숲에 게재된 불법촬영 관련 게시물
▲한국해양대 대나무숲에 게재된 불법촬영 관련 게시물
▲불법촬영 논란 관련 대자보 중 일부
▲불법촬영 논란 관련 대자보 중 일부

 

_ 대학 측은 사건에 대해 말을 아꼈다. 불법촬영을 적발한 것이 대학이 아니며, 피해자가 바로 경찰에 신고해 경찰 측에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그 후의 자세한 내용을 대학이 알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전부터 불법촬영 단속을 실시하고 있었으나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사건이 벌어진 후로 점검을 강화하고, 대학 내에서도 성평등지킴이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재발 방지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촬영 근절을 위한 대학 내 경고문
▲불법촬영 근절을 위한 대학 내 경고문
▲성평등 지킴이 육성 프로그램 관련 현수막
▲성평등 지킴이 육성 프로그램 관련 현수막

_ 논란이 끊이지 않고, 피해자가 줄지 않는 만큼 정부는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불법촬영의 피해자가 될 것을 두려워하며, 일부는 송곳과 같은 촬영 카메라를 없애기 위한 도구를 가지고 다닌다. 하지만 불법촬영 최고의 예방 방법은 촬영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그 누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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