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 서서] 익숙함의 화(禍)에 대하여
[강단에 서서] 익숙함의 화(禍)에 대하여
  • 한국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8.10.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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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영문학과_노종진 교수

_지난 추석에는 부모님이 부산에 내려오셨다. 자식의 고생스런 운전과 왕래하는 수고를 덜어주려 고집하셨기 때문이다. 북한 평안도 출신인 아버지는 6.25 전쟁 동안 어린 나이에 이산가족이 되어 고아원에서 지내다 홀로 독립하여 가정을 이루고 평생을 살아오셨다. 우리 집은 제 사나 차례를 드리지 않고 명절에도 다른 집들보다 간소하게 준비하고 치른다. 지난 추석도 장소만 바뀌었을 뿐 우리식으로의 명절 나기는 그대로였던 것 같다. 가족들이 모여서 명절 음식을 먹고 지내온 이야기를 나누며, 근처 구경할 곳을 방문하는 것이 전부이다. 추석 연휴 동안 에 부모님을 모시고 부산 주변을 이곳저곳 돌아보았다. 이제 부모님은 연로하시어 건강도 예전 같지 않고 거동도 편치 않아서 여러 곳을 다닐 수 없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여러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올 추석은 지나갔고 약간의 변화가 새로움뿐만 아니라 또 다른 기쁨도 가져다준 것이다. 배웅하러 터미널에서 헤어지는데 부모님은 만족하시며 즐거웠다하시니 이번 추석은 여러모로 즐거운 명절이었다.

_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때로는 쉽지 않다. 그것은 자아의 완고한 틀에서 빠져나오는 것이기도 하고 타성에 젖었던 몸을 새롭게 적응시키는 일을 요구한다. 익숙한 것에 머물면 편안하기도 하고 변화된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걱정할 일도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성향을 갖고 있다. 익숙한 사람과의 관계나, 일의 익숙함, 장소의 익숙함 등이 여전히 우리의 삶을 지속해주고 유지한다. 우리는 이런 익숙함 때문에 모든 일을 잘하게 되고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익숙함 때문에 좋은 결과도 만든다. 그러나 어떤 때는 이 익숙함이 타성적으로 지속되고 유지되면 좋지 않은 결과도 가져오기도 한다. 익숙함 때문에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우리의 삶이 전개되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깨지거나 실수로 일을 그르치거나 범속한 일상의 연속으로 정신과 육체가 소진되는 삶을 살게 될 때도 있다.

_ 대학 선생으로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 세월이 많이 흘렀다. 오래전 이 가을학기에 임용을 받고 강단에 서게 되어 새로운 세계에 입문한 지가 엊그제 같다.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이 일에 대해 너무 익숙해 버리지 않았나 하는 자책을 자주하기 시작하였다. 연구의 성과도 점점 탄력을 잃게 되고 가르치는 열정도 예전보다 식은 것 같고 초조함과 불안감이 서서히 드는 것은 바로 이 익숙함에 너무 취해버린 것 때문인 것 같다.

_ 우리의 삶에서 이런 익숙함에 빠지는 것에 주의 주고 보내는 경고음이 도처에서 들려온다.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 경쟁과 성과주의에 내몰린 대한민국은 개인, 사회, 국가 할 것 없이 세계 속에서 경쟁하고 변화하고 뒤처지지 말 것을 요구받는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손 놓고 거부하거나 봉기할 수도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도처에서 새로운 세상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고 개인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기술과 전문성을 겸비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우리는 이미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언급한 피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가장은 두 가지, 세 가지 일을 갖기도 하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더 적어지기도 하며, 일터에서의 최장 근무시간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지만, 여전히 경쟁력에서 뒤처진다고 한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익숙함에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고 점검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때론 익숙함의 달콤한 유혹을 이기고 새로움과 혁신을 위해 과감히 생각을 바꾸고 행습을 바꾸는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인 것이다. 변화가 때로는 새로운 기쁨과 즐거움을 가져다준 것을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는가?

_ 내가 즐겨하는 스포츠는 테니스이다. 해양대에 와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운동할 때면 정말 즐겁기도 하고 정신과 신체를 건강하게 해 주니 일석이조다. 그런데 이것이 원하는 만큼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가진 선배 교수님들은 항상 내가 고집하고 있는 익숙한 것들을 과감히 버리거나 변화를 줄 것을 지적한다. 운동에서도 내게 편하고 익숙한 것을 너무 고집하면 원하는 만큼 실력은 향상되지 않고 냉정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느끼며 배우는 것 같다. 요즈음 과감히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니 테니스의 또 다른 세계가 보이는 것 같다. 익숙한 것을 하나하나 바꾸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알지 못했던 차이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때로는 익숙한 것들에서 살짝 빗겨 서서 다른 시각에서도 살피고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노종진 교수 (영어영문학과)
노종진 교수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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