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골함성] 3줄 요약 좀 부탁드립니다
[아치골함성] 3줄 요약 좀 부탁드립니다
  • 한국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8.10.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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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행정학과 14_이헌기

스압주의

_인터넷 게시글 제목에 흔히 붙어있는 문구다. 게시물의 분량이 길면 스크롤 바의 크기가 작아지고 그만큼 스크롤을 많이 내려야 하므로 스크롤 압박을 주의하라는 말이다. 긴 글이 읽기 귀찮으면 클릭하지 말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최근 짧은 동영상, 웹툰 같은 짧고 가벼운 콘텐츠를 간식처럼 소비하는 이른바 스낵컬처(Snack Culture)’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움직임 속에 긴 글을 읽는 이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_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독서율)이 성인 59.9%로 나타났다. 이전 조사와 비교하면 5.4% 감소한 수치이며, 1994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일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안타까운 것은 해가 바뀔수록 줄어드는 독서율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 성인 평균 독서량이 8.3권으로 집계됐지만, 본인 독서량에 대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성인은 59.6%에 불과했다.

 

_요즘은 독서 기피를 넘어 인터넷 게시글도 긴 글은 안 읽으려고 한다. 그래서 게시글 제목에 스압주의가 붙고, 3줄 요약을 부탁한다는 댓글이 넘쳐난다. 온라인 포털 뉴스도 댓글부터 보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아무리 길어봐야 인쇄하면 10페이지도 안 될 분량을 읽기 귀찮아하고 요약을 부탁하니 300페이지는 우습게 넘기는 책을 읽을 리 만무하다.

 

_대부분 정보는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잘 읽는다는 것은 정보습득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하다못해 회사에서 작성하는 보고서, 친구와 소통하는 카카오톡 메신저도 읽어야 할 정보에 속한다. 미래에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읽는다는 행위는 계속 남을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뉴스와 전자책이 발달했지만 읽어야 한다는 점은 종이신문, 책과 다르지 않다. 많은 양의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정보습득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사회에서 도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읽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_읽는 것도 결국 습관이다. 멀리하면 더 읽지 못하게 된다. 필자 또한 독서를 즐겨 했으나 군 제대 후 학업을 핑계로 멀리했다. 지금은 뉴스 기사가 조금만 길어지면 스크롤을 내려 댓글부터 읽어보고, 3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은 한 달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야 겨우 읽는다. 그래서 읽기가 더 귀찮고 꺼려진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서 읽어주지 않는다. 필요한 정보는 자신이 습득해야 한다. 스압주의는 클릭하지 않고, 댓글로 3줄 요약을 요구하면 읽는 힘이 약해지고, 정보습득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_3줄로 마무리하자면, 많이 읽으면 그만큼 많이 알게 되고 많이 알면 생각이 깊어진다. 인생은 스압이 심해서 3줄로는 도저히 요약할 수 없다. 그 압박이 심한 스크롤 안에 얼마나 많은 것을 적을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이헌기 학생 (해양행정학과·14)
이헌기 학생 (해양행정학과·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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