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양심은 총을 들라 하지 않았습니다
제 양심은 총을 들라 하지 않았습니다
  • 조경인 기자
  • 승인 2018.10.0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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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 논란에 대하여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가 다시 법정에 섰다.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는 병역법 5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에 따라 내년 말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지난 8월 30일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형사처분 여부에 관련한 공개변론이 개최됐다. 꺼지지 않는 불씨인 양심적 병역거부. 그에 관련된 이야기와 사람들의 시선을 들여다보았다.

나의 주관적 소신, 신념
_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징집 등 병역의무를 거부하거나, 전쟁 또는 무장충돌에서의 직·간접적 참여를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병역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병역법 조항
▲현재 병역법 조항

 

_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한다는 부분에서 ‘양심’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개념과 다르다. 실제로 양심적 병역거부에서의 양심이란 ‘헌법상 보호되는 양심’을 의미하는 법률 용어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은 ‘비양심’의 상대 개념이 아니며, 양심에 따른 행동이 객관적으로 옳거나 선한 것이라는 가치 판단을 내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단지 선악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소신·신념’을 가리키는 것이다.

▲대체복무 도입을 외치는 시민단체 (BBC 코리아 제공)
▲대체복무 도입을 외치는 시민단체 (BBC 코리아 제공)

 

_ 현재 우리나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종교, 정치, 단순히 본인의 양심 등 다양한 근거로 병역을 거부한다. 그중 다수가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데, 99.2%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A 씨는 양심적 병역거부 말 자체의 의미처럼 자신의 양심이 병역거부라는 결정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양심에 근거해 성경을 배우고 있고, 성경은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러나 만일 징집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연습을 한다면 다른 사람을 나 자신처럼 사랑한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병역거부의 이유를 설명했다.

좁혀지지 않았던 거리
_ 8월 30일에 있었던 공개변론에서 역시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의 의견은 팽팽히 맞섰다. 검찰 측은 병역거부의 ‘형평성’을 가장 큰 이유로 삼으며 “측량이 불가능한 주관적 영역은 법적으로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구라도 개인 신념으로 병역과 처벌을 거부한다면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최소한의 형벌 부과의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이에 반해 피고인 측은 “병역 거부자는 병역 기피자들과 분명히 다르며 형사처분으로 양심의 자유가 침해된다”며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공개변론 장면 (SBS 제공)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공개변론 장면 (SBS 제공)

 

대체복무로 의견을 모으다
_ 하지만 이토록 팽팽히 맞선 검찰과 피고인 측도 한 가지에 대해서는 입을 모았다. 바로 대체복무이다. 피고인 측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병력 자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도록 형평성에 맞게 수용한다면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병역 거부자들이 대체복무의 의사를 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검찰 측 역시 “대체복무가 특혜가 되지 않도록 하는 합리적 대체복무를 전제했을 때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체복무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현재의 대체복무는?
_ 대체복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는 시점에서 현재 정부는 대체복무기간으로 두 가지 안을 검토 중에 있다. 첫 번째는 36개월 안이다. 정부는 “36개월 안은 영내에서 24시간 생활하는 현역병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기간을 설정하기 위함”이라며 다른 대체복무 복무기간과의 형평성을 고려했음을 밝혔다.
_ 두 번째는 27개월 안이다. 이는 유엔인권이사회의 의견을 반영한 안이다. 유엔인권이사회 등에서는 대체복무기간이 현역 병사의 1.5배 이상일 경우 징벌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기 때문에 기간을 단축했다. 복무 기관으로는 교도소, 소방서, 국·공립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36개월이 유력하다는 반응이다.
_ 그러나 이러한 대체복무가 병역 거부자들과 국민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A 씨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도 36개월 안은 징벌적 성격을 띨 수 있다고 공고를 하고 있음에도 현 정부는 단지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를 이유로 36개월 안을 생각 중인 것 같다”며 현재 제기되는 대체복무안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대체복무 기간은 조금씩 조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또한 복무 장소에 관해서는 “우리는 수혈이나 교리에 반하는 의료행위를 거부하기 때문에 병원과 같이 피를 많이 흘리는 곳에서의 복무는 힘들 것”이라며 “교도소나 소방서와 같이 업무가 많아,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의 복무를 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리의 시선
_ 우리나라 남성들은 병역의 의무를 지니는 만큼 군 문제는 특히 20대 남학생들 사이에서 화제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에 대한 사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존재했다.
_ 공과대학 소속 B 학생은 “지금까지 징역을 제외한 대체복무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징역에 처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현재의 병역법에 관해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해양과학기술대학 소속 C 학생은 “징역까지는 정도가 심하고 처벌의 강도를 낮출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병역 거부자들도 전과자가 아닌 상태로 사회에서 당당하게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현재 병역법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_ 대체복무에 관한 의견도 다양했다. 공과대학 소속 D 학생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전과가 남는 것은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대체복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며 대체복무에 대해 수긍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국제대학 소속 E 학생은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 모두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의 악용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에 대한 국민 여론 (국민일보 제공)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에 대한 국민 여론 (국민일보 제공)

 

기약 없는 기다림, 불확실한 미래
_ 하지만 병역거부자의 어려움은 다른 곳에 존재했다. 바로 기약 없는 기다림과 불확실한 미래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A 씨는 현재 재판이 연기된 상태이며 실제 많은 병역 거부자들이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A 씨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을 걸었기 때문에 재판이나 징역살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각오하고 있다”면서도 “끝을 알기 어려운 재판에 대해서는 힘든 심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대체복무 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앞으로의 내 삶과 가정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걱정”이라며 말을 맺었다.

_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는 이미 5천 명을 넘어섰다.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는 병역법 5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더 이상 논란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군 징용자 모두에게 합당한 대체복무 안이 마련되어 병역 문제가 많은 이들에게 이제는 걸림돌로 다가오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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