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당당하게 아싸하기
어디서나 당당하게 아싸하기
  • 김민창 수습기자
  • 승인 2018.10.09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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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개인주의 최종단계 자발적 아싸

_국제대 18학번 K 군은 아침 7시에 일어나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통학생인 그는 105분 전, 딱 맞게 강의실에 도착해 수업 준비를 한다. 1시에 수업이 마친 뒤에는 혼자 학생식당에서 천천히 식사를 즐기고, 도서관에서 영화 DVD를 빌려 공강 시간을 보낸다. 4시에 있는 교양수업을 마저 들은 후 조별과제를 하며 새로 만난 사람들과 잠시 수다를 떤다. 5, 190번 버스에 몸을 실으며 유행하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린다. 그는 누가 뭐래도 즐겁게 대학 생활하는 자발적 아싸.

 

혼자인 게 무서워 난 잊혀질까 두려워

_소위 아싸는 아웃사이더의 줄임말로 주도 세력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입장을 지닌 집단 또는 개인을 일컫는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학과 생활에 적응을 못 하거나 같은 학과 내에 친구나 선배가 없는 학생을 표현하는 말로 자주 사용된다. 그래서인지 주로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_특히 대학에 처음 온 새내기나 갓 복학한 학생들은 아싸가 되기 싫어 더욱 노력한다.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고 친구들을 사귀려고 술자리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혹시나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강의를 들을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아싸가 될까 걱정인 신입생 게시물

_하지만 취업의 높은 장벽과 개인주의의 확대 속에 이러한 풍토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기존의 대학에서는 학회, ·후배 관계, 동아리 등 집단 문화가 중시되었다면, 요즘 대학에서는 오히려 개인의 행복과 권리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요즘 아싸는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혼자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한 이들을 통칭하는 말로 변화하고 있다. 불편한 관계는 아예 만들지 않고 편한 사람들하고만 교류하는 당당한 이들이 새로운 대학 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기숙사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학생

혼자가 편한 요즘 세상

_지난해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 '알바몬'이 대학생 889명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 ‘자발적 아싸 생활을 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45.8%그렇다고 답했다. 자발적 아싸를 선택한 이유로는 남들 눈치 볼 필요 없이 혼자 다니는 게 편해서(67.6%)’라는 답변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권태기를 겪는 등 인간관계에 지쳐서(22.3%)’, ‘축제, MT 등 불필요한 학과 행사가 싫어서(22.1%)’라는 답변은 각각 2, 3위에 올랐다. 자발적 아싸는 여러 인간관계에 치이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마련하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_한국 사회에 개인주의가 퍼지며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당당한 행동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도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으며, 동전 노래방에 가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 것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집단이 강조되던 대학에서도 자발적 아싸라는 이름으로 여러 학생이 개인주의자 선언을 하고 있다.

_이런 자발적 아싸들도 어떻게 하면 학교생활을 더욱 알뜰하게할지 고민한다. 각자만의 혼자 즐기는 다양한 아싸들의 대학 생활에 대해 알아봤다.

자발적으로 아싸가 된 이유

그냥 학점 따고 조기 졸업 각 학점킹 아싸

_국제대 16학번 L 양은 요즘 도서관과 자취방을 반복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번 학기에는 23학점을 신청했으며 자격증 공부와 토익까지 병행한다. 학과 사물함은 사용하지 않고 도서관 사물함을 매년 신청해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도서관에 항상 있다 보니 차라리 사물함도 도서관으로 이동해 편하게 공부하고 싶었다열심히 해서 조기 졸업이 중간목표이고 최종목표는 취업이다라고 답했다.

_L 양은 여행이 취미다. 성적이 좋은 그는 매번 방학마다 받은 장학금으로 여행을 가는 것을 즐긴다. L 양은 특히 배낭여행을 할 때는 혼자 있는 순간이 많다다른 사람들과 만남도 좋지만,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학과 생활보다는 개인 생활을 사랑한다 마이웨이 아싸

_공대에 재학 중인 15학번 K 군은 기숙사생이다. 그는 혼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매일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그는 항상 밥을 천천히 먹는 편이라 동기들과 먹을 때 눈치가 보인다굳이 동기들과 밥을 먹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오히려 혼자 밥을 먹게 되면서 학과 시간표도 자연스럽게 혼자 듣게 됐다. 그는 자신이 원하던 시간대에 누구랑 합의 없이 들을 수 있어 시간 관리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_그 또한 학과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며 항상 기숙사로 일찍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남는 시간이 많아져 다양한 활동에 관심이 커졌다. 그는 대외활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최근 서포터즈 활동도 참여했다. K 군은 최근 학과 생활에 피곤함을 느껴 다른 활동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대외활동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으니 정말 좋다고 답했다.

 

학교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도 즐거운 통학 아싸

_해과기대에 재학 중인 18학번 C 군은 통학하는 학생이다. C 군은 대학에 진학하며 자연스레 아싸가 됐다. 이유를 묻자 그는 대중교통으로 통학하는 학생이니 학과 모임에 참석하면 항상 2차는 어렵다“1차만 잠깐 갈 바에 차라리 불참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았다고 대답했다.

_그는 주말이면 동네 친구들과 술자리를 즐긴다. 12년 지기 친구이며 같은 부산권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 굳이 학교를 통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그는 동네 친구가 있으니 학과 내의 관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외롭지가 않다아싸가 된 것에 후회가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아싸도 한 문화가 된 사회

자발적 아싸’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

_앞서 언급한 알바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발적 아싸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은 긍정적으로 본다는 답변이 44.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잘 모르겠다 (41.1%)’라는 답변이 이어졌고, ‘부정적으로 본다 (15.0%)’는 답변은 소수에 그쳤다.

_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내가 하기 싫은 것들을 할 때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다억지로 함께 하는 것보다는 혼자가 정말로 편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아싸가 되는 것은 대학생들의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아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보며 아싸를 자처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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