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선배]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기자가 만난 선배]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 이은민 기자
  • 승인 2018.12.06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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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영사행정관 김정원 동문 (해사법학부·90)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영사행정관 김정원 동문 (해사법학부·90)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영사행정관 김정원 동문 (해사법학부·90)

 

_약 2시간을 걸쳐 도착한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에 들어서자 김정원 동문(해사법학부·90)은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며 유쾌한 미소로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처음 만난 기자에게 ‘후배님’이라 부르며 어색할까 먼저 말을 꺼낸 그에게서 따뜻한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열정과 순수함이 가득했던 학창시절

_ 김 동문은 고등학생 때까지 통영에서 살아온 순진무구한 시골 학생이었다. 우리대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할아버지와 해사고등학교를 졸업한 삼촌의 권유로 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 동문은 가장 자신 있는 ‘법’을 전공하고자 해사법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주체성 없이 어른들의 말에 학교를 선택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_ 김 동문은 대학 새내기 시절 무엇이든 하고 싶은 열정이 가득했다. 그는 축구를 나름 잘하는 편이라며 쑥스럽다는 듯이 교내 미식축구 동아리 ‘바이킹스’ 부원이었음을 밝혔다. 당시 전국 단위 대회에 나가기도 하면서 학창시절 많은 열정을 쏟아 부었다.
_ 김 동문은 대학 축제 때의 남다른 추억을 들려주었다. 1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커피숍 부스를 계획했다. ‘해양대’라는 특성을 고려해 부스의 이름을 ‘수중공간’이라고 지었다. 처음 왔던 손님이 커플이었는데 ‘수중공간’이라는 인상을 남겨주기 위해 물세례를 하며 강렬하고도 참신한 환영인사를 남겨주기도 했다.
_ 김 동문은 올해 80세가 되신 김영구 교수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은사님이라고 이야기했다. 해군 장교 출신으로 표준어를 구사하셨던 깔끔한 차림의 교수님이 투박한 사투리를 쓰던 자신의 눈에는 마냥 멋져보였다고 한다. 김 동문은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해주시는 해군 장교 시절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들었고 아직도 많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교도관이었던 그가 법원에 몸을 담그기 까지

_ 김 동문이 처음부터 사법부에 몸을 담은 것은 아니었다. 대학시절 형법과 민사소송을 배우며 ‘재소자들이 나쁜 사람들이라서 범죄를 저질렀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현장에서도 확인해보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또한 경쟁이 치열하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법원 공무원 시험보다 비교적 쉬웠기 때문에 교정직 공무원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김 동문은 학업과 공무원 시험공부를 병행했고 졸업 후 교도관으로서 2년간 일했다. 그러나 일정 근무 연수가 채워질 경우 법무사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는 법원 공무원의 메리트를 보고 직업을 바꾸기로마음먹었다. 결국 김 동문은 형사 업무를 하는 법무부 소속 교정직 공무원에서 민사, 형사 업무를 모두 다루는 사법부 공무원으로 전직했다. 김 동문은 “이전에 다루던 업무와 유사하고 단지 영역이 커진 것”이라며 “전직을 했지만 큰 불편함은 없다”고 전했다.
_ 김 동문은 현재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영사행정관으로 근무한다. 그가 머무는 법원은 개원과 민사소송, 형사소송, 가압류, 가처분과 같은 민사 신청 소속 등을 담당하고 있다. 영사행정관은 우리가 방송과 언론에서 자주 들어보았던 ‘구속영장’과 ‘압수영장’을 직접 처리하고, 영장을 담당한다. 또한, 판사의 업무를 보좌하며 직접 재판에 참관하는 등 구속 보조 업무를 맡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앞 김정원 동문(해사법학부·90)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앞 김정원 동문(해사법학부·90)

누군가의 악역을 맡게 되는 일

_직업적 보람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는 “소송과 분쟁, 다툼을 다루는 법원의 특성상 대부분 좋지 않은 일로 사람들을 만나, 업무를 처리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법원 소속의 강서 등기소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많은 보람을 느꼈다. 등기를 처리해 줄 법무사를 고용할 수 없는 형편의 사람들이 등기를 하기 위해 자주 찾아오는데, 자신의 법적 지식을 통해 그들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이 있었다. 김 동문은 나이 드신 분들의 등기 처리를 일일이 설명하고 업무 순서를 안내해서 하나의 등기를 마침내 완성시켰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람들이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직접 캔 농작물을 가져다주는 일도 많았다”며 “큰일을 도운 것은 아니지만 고마움을 전하는 사람들 덕분에 가장 행복하고 보람됐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 참여관으로 근무할 때 “승소와 패소의 갈림길에 설 수 밖에 없는 재판에서 죄는 없지만 패소한 사람을 보면 안타깝고 짠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고 밝혔다.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_김 동문은 학교 후배들에게 “학창시절 순진무구했던 나보다 현실감각이 뛰어난 후배들에게 어떻게 충고를 하겠냐”면서도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아라”고 귀띔했다. 학업과 취업준비로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정신이 건강하려면 육체부터 건강해야 한다”며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전했다. 또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말이 있다”며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단 번에 잡을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운동과 학업을 적절히 병행하여 원하는 목표로 도달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해 언젠가 목표를 달성하길 바란다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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