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부끄러운 글
[취재수첩] 부끄러운 글
  • 조경인 기자
  • 승인 2017.11.15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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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즐거운 일이었다. 과제로 자기소개를 작성하거나 내 이야기를 써야 할 때면 친구들은 앓는 소리를 냈지만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글로 내 생각을 표현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나름 재밌었고 다른 과제보다 잘 해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_그래서 신문사에 들어왔다. 글을 마음껏 쓸 수 있고, 그 글이 신문에 실려 다른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물론 신문사 일은 고되기도 했다. 항상 취재 과정에 있어 낯선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문화부 기사를 주로 쓰는 만큼 이곳저곳 바쁘게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커서 신문이 완성될 때쯤이면 어느새 힘든 기억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신문을 제작하면서 좋았던 기억만 남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장님이 신문을 제작하면서 힘든 일이 있었냐고 물으시면 딱히 없었다고 답한 것 같다.

_이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도 당연히 어려움은 찾아왔다. 바로 내 글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교열을 받을 때면 항상 주눅이 들곤 했는데 그건 내 글에 대한 자신이 부족해서였다. 물론 글을 대충, 노력 없이 쓴다는 의미는 아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그저 내 글에는 깊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 전문적이지도, 고급스럽지 않다. 내 부족함이 글에서 모두 드러난다는 것만 같았다.

_글에 대한 욕심이 생겼기 때문에 부끄러운 마음도 생긴 것 같다. 이전에는 글을 쓰고 난 후에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고, 글을 능숙하게 쓰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니 내 글의 수준이 현재의 상태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더 나은, 더 괜찮은 글을 쓰고 싶어졌고, 내 글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_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 항상 지금의 글이 부끄러운 글이 되지 않게끔 노력하겠지만,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내 글을 부끄러워했으면 한다. 그건 내 글이 그만큼 발전했고, 안목이 성장했다는 뜻일 테니까. 항상 지금 쓰는 글이 내가 쓴 그 어느 글보다 나은 글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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