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점 인간은 없다
소수점 인간은 없다
  • 김찬수 기자
  • 승인 2019.04.17 2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벼랑 끝으로 몰리는 청년 비정규직

_지난 1월18일, 구의역에서 청와대 앞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규모 행진 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2016년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 모 군(당시 19세)과 지난해 태 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 중 숨진 김용균(당시 24세)씨를 대신하여 자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였 다. ‘우리가 김용균이다’라는 플래카드를 두 손에 들고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라는 상식을 요 구한 이들은 노동자이기 이전에 국민이었고, 문제의식에 앞장서기에는 한없이 약한 우리 이 웃, 가족이었다. 

김용균 군의 죽음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위_제공 : 한겨레 신문
김용균 군의 죽음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위_제공 : 한겨레 신문

반복되는 구조

_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단순 인명사고로 그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수리작업규정을 어긴 것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잘못을 기업이 인정하고,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인 반성도 잠시, 또 한명의 노동자 김용균 씨( 이하 김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구의역 사고 이후 불과 2년 만에 발생한 사고였다. 스스로를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불 렀던 김 씨는 생전에 자신의 목소리를 표출하고자 했지만 그는 사회적 약자에 불과했다. 이처럼 누군가의 죽음과 투쟁이 있어야만 비로소 개선되는 법안과 회복되 는 권리에 대한 인식이 사회에 만연히 반복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_ 작년 12월, 국회는 ‘제2의 김용균’이 반복되지 않도록 ‘위험의 외주화’를 비롯해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개정안, 일명 ‘김용균 법’을 통과시켰다. 28년만의 전부개정인 이번 법은 △보호 대상을 규정된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했으며 △산업재해예방을 위해 도급인의 안 전·보건조치 의무를 확대, 노동자가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인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 유해 작업 의 도급을 금지하는 등의 세부 제약을 두어 원론적으로 모두가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_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노동자의 안전에 관한 사업주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 면 산재사망에 대한 형사처분의 하한형을 도입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보완점을 꼬집었다. 반면, 업계에서는 “위험의 외주화는 원청업 체를 비도덕한 업체로 각인시키기 위한 잘못된 표현이다”며 개정안 일부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은 모두의 문제

_기업 수익률 하락 속에 한국 경제가 90년도 도입한 정리 해고, 공공부문 민영화, 파견근무 등의 제도적 컨베이어벨트 는 인간노동을 수익향상의 도구,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보편적인 사회를 초래했다. 2018년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근로자비율이 전체의 33.0%로 2013년 32.5%에서 해마다 증가했으며, 특히 대졸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지난해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통계는 전체 1,112 명 중 정규직 취업자가 전체 11.0%를 기록하며 청년층에서 짊어진 비정규직의 무게를 실감하게 했다. 이는 해가 거듭될 수록 청년의 실업률과 비정규직의 비율이 동반 상승할 우려 가 있다는 점에서 보다 구체적인 대안의 실효성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현재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제 공되어야 할 양질의 일자리를 갖추고 있지 않다”며 “구체적 인 대안이 마련되어 시장뿐 아닌 사회적으로 논의될 수 있어 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근로자비율 그래프_제공 : 통계청
비정규직근로자비율 그래프_제공 : 통계청

 

 

평생 비정규직 해야하나요?

_우리나라 청년층의 비정규직 비중이 지난해 첫 50%를 넘어섰다. 한국노동연구원 오상봉 연 구위원은 “청년층은 학교 졸업 후 노동시장 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나이로, 이들의 입사 시 근로형태는 향후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노동시장 핵심연령으로 자리매김하는지 주요한 영 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_ 실제 졸업을 맞이하는 캠퍼스의 분위기도 예전과 같지 않았다. 어느새 ‘대학 졸업 이후, 바 로 취직’이라는 말이 통상적으로 어려운 말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고학력, 고스펙 을 갖추도록 하는 사회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졸업을 미뤄서라도 하나 더 준비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게 학생 대부분의 의견이다. 지난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15~29세 청년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후 첫 직장을 갖기까지 걸린 시간은 10.7개월로 이는 관련 조사 이후 최장 의 기간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 입학해 졸업하는데 소비되는 시간도 평균 5년 1.1개월로 점 차 증가 추세에 있다. _ 스스로 소위 대학교 5학년이라고 말하는 해양과학기술대학 A학생(26)은 “지난 학기에 졸업 을 미루었다”며 “주위에 온전히 취업에 성공한 동기를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현 심정을 털어 놨다. 또한, 추가적인 졸업유예에 대해 “다음 학기도 좋은 직장을 구할 여건을 위해 졸업을 미 룰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직장을 구한 학생들의 상 황이 마냥 순탄한 것은 아니다. 14년도 졸업을 앞두고 교수님 추천으로 M 기업에 인턴을 지원 했던 경험이 있는 차종배(해양환경학과·08)씨는 “인턴 과정이 직무의 경험을 쌓을 수 있어야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서류, 실험도구 정리에 썼다”며 “기업 내부 작은 벽이 느껴져 힘들었 던 경험으로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_ 현 사회는 청년들을 위해 매년 청년 수당을 지급하며 청년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겠다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 돈 몇 푼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고르 게 제공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4년제 대학 졸업 예정자 취업 현황_제공 : 잡코리아
4년제 대학 졸업 예정자 취업 현황_제공 : 잡코리아
졸업 후 첫 취업까지 걸린 시간_제공 : 통계청
졸업 후 첫 취업까지 걸린 시간_제공 : 통계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