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선거 속 학생 자리는 여전히 비좁다
총장선거 속 학생 자리는 여전히 비좁다
  • 이은민 기자
  • 승인 2019.04.19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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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유권자는 학생대표 78명만 인정, 학생 투표반영비율은 4.125%

간선제로 진행되었던 지난 총장 선거와 달리 올해는 직선제 방식을 채택하여 보다 민주적인 선거를 이끌었다. 그러나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과는 달리, 우리대학 학생들이 총장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총장선거의 투표반영비율도 현저히 적은 현실이다. 우리대학의 앞날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대표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선거에서 학생의 선거 영향력이 미미하다면 어떻게 될까?

 

여전히 비좁은 학생의 자리

_우리대학은 지난 3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됨에 따라 많은 변화를 짊어지고 새로운 총장을 임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 227, 우리대학 제8대 총장임용후보자 추천 선거에서 기호 5번 방광현 후보자(공과대학 기계공학부 소속)141.675표로 제8대 총장 임용 1순위에 올랐다. 2순위 도덕희 후보자와는 4.604표 차이를 보였다. 약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려진 이면에는 학생 선거인단의 영향력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우리대학의 학생 선거인단 투표반영비율은 4.125%, 교수 100%, 교직원 18.625%에 비해 현저히 낮다. 여기서 투표반영비율이란, 총장선거에서 발휘하는 선거 영향력을 비율로 따진 것이다. 비율 구성은 투표 시작 전 미리 구성원 간 합의를 통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 유권자가 재학생 전체가 되더라도 투표반영비율이 낮다면 선거 영향력이 미미해져 투표에 큰 의미가 없게 된다.

 

25명의 학생 표가 교수 1표와 같다면

_한편, 총장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유권자의 자격을 충족하는 자는 총장 및 전임교원 교직원(대학회계직원 포함) 공무원 신분을 가진 조교 학생대표이다. 우리대학의 전체 유권자 660명 가운데 학생대표는 약 11%(78), 교수 39%(263), 교직원 41%(275), 공무원 신분을 가진 조교 7%(50)에 비해 다소 낮은 편에 속한다. 또한, 학생대표자로 구성된 선거인단 78명은 우리대학 전체 재학생 *6278명을 대표해 투표하게 되지만 전체 재학생의 약 1.24%, 전체를 대표하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

_특히, 이번 총장선거가 방학기간 중 진행된 탓에 학생들의 관심도가 낮았으며 선거정보도 제대로 접할 수 없었다. 학생 유권자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며, 학생 투표반영비율을 어떻게 합의할 것인지 등 총장선거를 앞두고 학생들끼리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여건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홍선우 학생(전파공학과·15)학생 선거인단 구성과 투표반영비율 등 중요한 안건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를 통해 결정하기 위해 선거일정을 2주 정도 늦출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평의원회에서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선거일정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나중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계약학과 311명 제외, 2019.3.21. 기준

 

누가 양보해야 할까? 여전히 비좁은 학생 자리

_우리대학 총장선거권 자격을 갖춘 학생은 총학생회 정·부회장, 총동아리연합회 정·부회장 그리고 각 단과대학 정·부회장을 비롯한 각 학과·학부의 대표자에 한한다. 그렇기에 일반 학생들은 총장선거에 직접적인 참여가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학생 유권자 허용범위와 투표반영비율을 어떻게 합의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학내에서 여러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_국제대학 소속 A 학생은 학생대표가 아니더라도 우리대학 학생으로서 총장선거에 당연히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학생중심대학에서 학생의 유권자 자격에 제한을 두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공과대학 소속 B 학생은 재학생 수에 비해 학생 유권자도 적을뿐더러 투표반영비율도 타 직능단체에 비해 너무 낮은 것 같다다음 선거에는 학기 중에 선거일정을 잡아 학생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제대학 소속 C 교수는 학생 투표반영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학생 투표반영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다른 한 쪽이 양보해야 하는 만큼 합의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_우리대학 직능단체는 학생, 교수, 교직원 그리고 조교로 구성된다. 4개 직능단체의 투표반영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한 집단의 투표반영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한 집단의 비율이 일정 부분 감소해야하는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의 투표반영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그 양보대상이 자신이 소속된 직능단체가 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서로 간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_최근 주변 대학들 사이에선 총장선거과정에서 학생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거나 학생 유권자 비중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서울대의 경우, 27대 총장선거에서 총장선거 정책평가단 투표에 학생의견을 적극 반영하였고 모바일 투표를 통해 약 8000명 재학생 유권자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작년 성신여대에서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장선거에 학생의견을 반영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이화여대, 상지대 등 다수 대학들이 총장직선제에서 학내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고루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_그러나 이들 대학도 학생 투표반영비율은 여전히 낮다. 이화여대와 성신여대는 전체 재학생이 총장선거에 참여했지만 학생 투표반영비율은 각각 8.5%9%에 그쳤다. 비록 전국국립대학 평균 학생 투표반영비율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교원에 비해 저조한 현실이다.

_우리대학은 직전 총장선거 대비 이번 선거의 학생 투표반영비율이 2%에서 4.125%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민주적인 학생 선거권을 구성하기 위한 논의는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선우 총학생회장(전파공학과·15)학생 투표반영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은 비단 우리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대학이 연합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학생 뿐 아니라 직장협의회와도 함께 힘을 모아 가장 민주적인 투표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_보다 많은 학생 유권자가 바탕이 된다면 학생의 선거 영향력이 높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총장임용후보자 입장에서도 다수 학생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게 되어 학교 전체 구성원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의 명분과 책임에 더욱 힘이 실린다. 더불어 학생 유권자 범위가 확대되었을 시 그에 상응하는 투표반영비율이 뒷받침되는 것도 중요하다. 단지 총장선거에 전체 학내구성원이 참여했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민주적이고 모두가 납득할 만한 투표반영비율을 합의하는 데까지 도달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_학생중심 대학에서 총장을 선출하는 영향력이 가장 적은 집단은 학생이다. 우리대학을 대표하는 총장을 임용하는 가장 중요한 선거인만큼 학생의 목소리를 우선적으로 들을 수 있는 선거제도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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