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구는 침몰 중
영도구는 침몰 중
  • 김민창 기자
  • 승인 2019.04.2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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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부산 영도구에는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전설이 하나 있다. 영도의 중심 봉래산에 있는 삼신할매 전설이다. 봉래산 정상에는 구부정한 할머니의 모습을 닮아 ‘할미바위’라고 불리는 봉우리가 있다. 이곳에 삼신할머니가 깃들어있어 영도주민을 평안하게 지켜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이 영도구를 떠날 때, 삼신할머니가 심술을 부려서 못살게 한다는 속설도 있다. 이제는 그런 전설도 통하지 않는가? 부산 영도구는 도시 소멸이 전국 대도시 중에 가장 빠른 곳이다. 시에서는 "이대로 놔두면 2040년쯤엔 지역 자체가 소멸한다"란 분석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 속 지역사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영도구에 있는 우리 대학에 어떤 영향이 올까?

방치된 아파트 내부
A 아파트의 전경
A 아파트의 전경

 

삼신할머니도 소용없는 쇠락
_“사람 살 곳이 못 돼, 여기 얼씬도 하지 마” 영도구에 있는 A 아파트에서 만난 70대 노년의 거주민이 꺼낸 첫마디였다. 다른 주민은 어디로 갔는지 찾기 힘들었다. 좀 더 주민을 찾으려 A 아파트 단지를 돌아봤다. 하지만 수거 안 된 종량제 쓰레기봉투와 잡초뿐이지 사람은 없었다. A 아파트는 수세식 화장실 등 당시에는 최신 주거시설로 꼽혔었던 것이 의심될 정도였다. 주변 지반은 붕괴해있으며 아파트 외벽은 금이 심하게 가 있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난간은 애처롭게 겨우 고정돼있었다. 4개 동 총합 250여 세대 거주 가능이라는 숫자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주민을 찾고자 어두컴컴한 아파트 입구에 있는 계량기를 살펴보았지만, 녹이 슬어 고장 난 지 오래였다. 직접 1층 복도에 가보았더니 건물을 청소하거나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먼지가 자욱했고 정리 안 된 짐이 마구 흩어져있었다. 내벽도 이미 심각하게 금이 가 있었고 바닥은 울퉁불퉁했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문이 열려있는 방이 있었다. 손기척을 내보았지만 역시나 사람은 없었다. 집 내부는 이미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가구는 고장 나 있었고 쓰레기가 방바닥을 가득 채웠다. 

 

영도의 관광 흥행의 신기루
_이는 화려했던 부산의 구도심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꼴이다. 2008년 15만2118명이던 영도구 인구는 작년 12만3521명으로 줄었다. 10년 만에 인구가 20% 넘게 감소했다. 가임 여성 인구와 65세 이상 고령 인구 간을 비교한 ‘소멸위험지수’를 보아도 상황은 녹록지가 않다. 영도구는 현재 0.45로 ‘소멸 위기’ 단계에 해당한다.

_부산시에서도 이런 위기를 의식하고 동구와 영도구는 물론 인근의 중구 등을 아우르는 ‘부산 원도심 재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심이라 교통 접근성이 좋고 바다를 낀 자연조건에 낡은 항만 시설 등을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영도구청 도시재생추진단 서정희 단장은 “최근 여러 마을을 대상으로 동네 꾸미기 사업을 하며 지역에 새로운 바람이 들어섰다”며 “레트로 열풍으로 곧곧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창업한다.”며 소견을 밝혔다.

청학동에 있는 구멍가게
청학동에 있는 구멍가게

 

_실제 자료에도 효과가 나타날까? 국세청에 등록된 자영업자 기준으로 부산 평균 폐업자는 신규사업자보다 0.75배 많다. 이에 반해 영도구는 0.85배로 부산시 거주지역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이는 다른 지역에 비교해 폐업자가 많은 편이라는 의미로 유추할 수도 있다.

_창업해도 걱정이다. 3월 기준으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지역/업종의 성장률 ▲주민 이용 비중 ▲사업장 운영 기간 등을 고려해 만든 전국 창업지도에 따르면 영도구는 부산광역시에서 창업하기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진단받았다. 
 

 

살고 싶지는 않은 섬, 영도

통계청에서 분석한 영도구의 지역안전등급(5등급이 최하점)
통계청에서 분석한 영도구의 지역안전등급(5등급이 최하점)

_왜 영도는 사람이 살고 싶은 동네가 아닐까?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먼저 영도구에는 사람이 살기 위한 기초 시설이 많이 부족한 형편이다. 의료시설의 경우, 작년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영도구의 병상확보율은 1.19%이며 부산시 행정구역 중 13등으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_두 번째로 도시 안전이 부족한 실정이다. 통계청에서 산출한 영도구의 지역안전등급은 2018년 기준으로 5등급으로 부산시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영도구 주민 윤예림 씨는 “영도구가 안전한 도시와는 거리가 먼 점은 사실이다”며 “재개발에만 집중하지 말고 도시 안전에 대해서도 생각해주었으면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_세 번째로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다. 사실 등기부등본상 영도구의 많은 빈집은 모두 주인이 있다. 그러나 재산 가치는 거의 없다. 그저 혹시 모를 미래의 재개발 기대 심리로 주택 소유권은 유지하는 것이다. 이로 재개발 조합의 행정처리가 지연된다는 의견이다. 영도구청 건축과 김문환 팀원은 “영선동 근처 아파트 단지의 경우 조합원 수가 2700명이나 된다”며 “조합원이 각자 다른 곳에 사니 재개발 진행할 시 의견 수렴 부터 시간 소요가 많이 된다”고 했다. _ 이런 상황에 질린 주민도 차츰 동네를 떠나게 된다. 앞서 만난 A 아파트 거주민은 “재개발도 흐지부지됐고 시설은 50년이 넘었다”며 “이에 지친 주민은 돈을 모아 이곳에서 벗어나기가 1순위이다”고 말했다.
 

영도 사랑방 손님, 아치인
_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대로 인구감소가 지속하면 영도구는 2040년에 자연 소멸한다. 영도구의 그나마 있는 편의시설마저 사라진다면 우리대학의 경쟁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우리대학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미 이 진통을 겪은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_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뉴어크는 과거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도시이다. 그러나 제조업이 쇠락하며 생 활여건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하여 원주민들이 도시를 떠나게 되었고, 그 자리를 저소득층이 채우 게 됐다. 그리고 범죄도 빈발하게 되어 미국의 도시 중 범죄율이 상위 20위 권으로 위험한 도시로 전락했다. _ 그리고 이곳 구도심에 뉴저지의 주립대학 ‘럿거스 대학’이 있다. 럿거스 대학 경비원은 항상 산탄총을 장전 한 채 상주 중이고 대학 근처에서 강력범죄도 자주 일어난다. 이에 럿거스 경영대학원 학생인 김민석 씨는 “ 경찰차가 10분 간격으로 중산층 거주지를 순찰한다”며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갔을 때 실제로 강도를 만난 적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한편 이와 반대되는 곳도 있다. _ 영도구와 같은 조선소 중심 산업도시인 스웨덴의 말뫼는 신흥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쇠락하기 시작했다. 기반산업이 무너지자 사람도 기업도 도시를 떠났다. 실업률은 20% 가까이 치솟았다. 이에 말뫼 시청은 고 심 끝에 시립대학을 세우기로 했다. 그리고 대학을 젊은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열린 구조 로 만들었다. 이어 친환경 분야 우수한 연구에 수여하는 상을 제정했고, 구도심 주위에 100% 친환경 주거 단지 개발 사업도 시작했다. _ 그러자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건축 분야 전문가가 말뫼로 모여들었다. 이어서 생명공학, IT, 미디어 등 신산 업 전문가도 들어왔다. 그리고 말뫼를 찾아온 전문가는 단순히 연구만 하지 않고 계속 말뫼에 거주하는 쪽 을 택하기 시작했다. 말뫼에 새로운 이주민이 온 것이다.

말뫼 조선소가 해체된 곳에 세워진 터닝 토르소
말뫼 조선소가 해체된 곳에 세워진 터닝 토르소

 

재도약 기회는 단 한 번뿐!
_ 최근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를 중시하는 도시 재생 과정에서 대학의 역할에 대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 히 현재 많은 대학이 쇠퇴한 지역 근처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과 지역사회 간의 협력을 통한 도시 재생 과정중 대학의 자원을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춰 우리대학은 최근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교양대학을 만들어 평생교육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_ 대학은 공간·시설, 지식·인적, 경제적 자원 등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동시에 교육, 연구, 봉사의 사 회적 임무를 가지고 설립되었다. 우리대학은 이러한 목적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앞으로 지역사회와 우 리대학이 상생을 이뤄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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