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로
그때, 그 시절로
  • 조경인 기자
  • 승인 2019.04.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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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감성의 부활

_대학생 아치씨는 날씨에 맞게 옷장에서 체크무늬 자켓과 일자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 오늘은 친구와 SNS에서 유명한 카페에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고풍스러운 가구들로 꾸며져 최근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라고 한다. 아치씨는 그와 어울릴 만한 아날로그 카메라를 챙겨 서둘러 약속장소로 출발했다.

_아치씨의 일상에서 엿볼 수 있는 문화가 하나 있다. 체크무늬 자켓, 일자 청바지, 고풍스러운 가구, 아날로그 카메라. 바로 다시 돌아온 ‘Retro(레트로)’이다.

레트로가 주를 이룬 2019 GUCCI S/S 컬렉션
레트로가 주를 이룬 2019 GUCCI S/S 컬렉션

 

Retro, Re;tro

_Retro(이하 레트로)란 우리나라 언어로는 복고풍이라 표현하며,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제도나 풍속, 또는 그런 유행을 의미한다. 레트로 콘텐츠의 대부분은 1980~90년대의 문화를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최근에는 패션뿐만 아니라 광고, 게임, 음악, 가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하며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레트로의 부활, 그리고 부상

_우리나라의 레트로 열풍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경기침체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많은 이들이 과거의 추억에서 위로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소비행동 심리학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슬픔과 상실감을 겪을 때 과거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고 이를 통해 생성되는 다양한 감정들이 현재를 벗어나는 해독제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_레트로 문화에 대한 감상은 세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기성세대는 레트로 문화를 통해 자신들의 10~20대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긴다. 당시에 유행했던 패션, 음악이 현세대에서도 유행하는 것을 보며 신세대와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안심한다. 20~30대 초반 젊은 층들은 레트로 라는 것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레트로를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써 받아들인다.

 

요즘의 레트로 문화

_그렇다면 20대는 최근 어떤 방식으로 레트로를 즐기고 있을까?

아날로그 필름을 이용해 활용한 사진
아날로그 필름을 이용해 활용한 사진

_첫 번째는 아날로그 필름이다. SNS 이용이 잦고 사진을 통한 기록이 일상화된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아날로그 필터를 이용하여 사진을 촬영한다. 최근 일 년 사이에는 구닥캠, 후지캠 등 옛 감성을 살린 어플리케이션들이 많이 등장하며 그 열기를 더하고 있다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中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中

_음악은 레트로 장르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또 하나의 예이다. 드라마 혹은 영화를 통해 이전의 노래가 유행하고, 다른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되어 불려지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레트로를 컨셉으로 음악이 발매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레트로를 주제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수 잔나비의 노래가 음원차트 10위권대에 진입하며 다시 한번 레트로가 부상하고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영도에는?

신기잡화점 내부 모습
신기잡화점 내부 모습

_레트로 감성은 우리대학이 위치한 영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도구 청학동에 위치한 신기잡화점30년 동안 누군가의 집이자 회사의 창고로 쓰이던 곳을 개조해 잡화점으로 탄생시킨 곳이다. 복고 느낌 물씬 나는 간판부터 시작해 7080 느낌의 내부의 인테리어는 옛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어렸을 때 보았던 문구류, 불량식품이 비치된 곳에서는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식분도영 내부 모습
식분도영 내부 모습

 

_두 번째는 영도구 와치로에 위치한 분식집 식분도영이다. 식분도영은 영도분식을 거꾸로 한 단어로 영도만의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부는 이전의 가정집에서 볼법한 꽃무늬 앞치마와 식탁보, 라디오 그리고 옛날식 가구와 식기들로 꾸며져 있어 한층 친근감을 더한다. 음식 역시 옛날 분식의 달콤한 맛을 살려 사람들로 하여금 향수를 느끼게 한다

카페드220볼트 내부 모습
카페드220볼트 내부 모습

_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영도구 청학동에 위치한 카페드220볼트이다. 카페 이름이 적힌 큰 굴뚝이 우뚝 솟아있어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내부는 위에서 소개한 신기산업, 식분도영과는 또 다른 느낌의 엔티크한 커피 기구들과 조명, 가구로 디자인되어있다. 또한 루프탑에서는 영도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이제는 뉴-트로의 시대!

_레트로가 유행하는 요즘, 새롭게 등장한 단어가 있다. 바로 ‘Newtro(이하 뉴트로)’이다.

레트로 게임기 (나 혼자 산다 中)
레트로 게임기 (나 혼자 산다 中)

 

_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과거에 유행했던 디자인, 소품 등을 다시 찾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과거의 것을 현대 기술에 발맞춰 새롭게 개조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거의 그래픽과 현대 기술을 접목한 레트로 게임기, 블루투스 LP판과 같은 엔터테이먼트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식품업계, 패션업계에서는 옛 디자인을 인용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등 뉴트로는 하나의 장르로써 자리매김하고 있다

 

레트로, 뉴트로 그리고 그 시대의 우리

_‘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이는 레트로를 다시 찾는, 그리고 새롭게 뉴트로라는 장르를 만드는 현재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 속 돌고 돌아 찾은 그때의 그리움이 우리를 다시 추억에 젖어 한결 편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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