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사회’가 궁금했다.
나는 이 ‘사회’가 궁금했다.
  • 김찬수 기자
  • 승인 2019.12.09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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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영화 <벌새> 안의 은희는 가장 보편적인 삶을 살고 있다. 도서관보다 노래방이 좋고 가족과 친구에게 사랑받고 싶
은 사춘기 소녀의 삶은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은희를 통해 1994년 성수대교 붕괴를 목격한다. 가냘픈
벌새가 날갯짓 하는 것처럼 이어지던 우리의 삶보다 박약하게 허물어진 사회와 대면한다.


_내가 세상으로 첫 걸음을 내딛은 2014년, 세상은 여전히 허약했다. 소치 올림픽 방송 중 속보로 전해진 경주 리조
트 붕괴 사고,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이 귀가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는 이를 대변했다. 이는 사회적 도덕성 상실 속에
친구와 동생들을 무력하게 가슴에 묻는 것 외에 내게 책임을 묻을 힘조차 없는 사회의 민낯이었다.
어쩌면 이후로 나는 은희 못지않게 스스로에게 매순간 되물었는지 모른다.
‘무엇을 위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이게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_철없고 모든 것이 서툴렀던 1학년 시절을 뒤로하고 군 제대 이후 본격적으로 세상 앞에 우뚝 서기 위해 많은 것을
들여다봤다. 다양한 책과 뉴스 언론 그리고 영화.
모두 하나 같이 사회와 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그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해 충돌 하는 가치들을 대
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이 좋았다.


_하지만 배움의 자세로 사회와 소통하고자 학보사의 문을 두드린 늦깎이 수습기자는 매번 자신감은 없고 이상은
높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초라해보였다. 그래도 학보사는 디딤돌로써 내가 사회를 알아가는 과정이 더
디지 않고 잘못되지 않았다 다독여 주었다. 덕분에 사회부 기자라는 과분한 직책 아래 세상을 알아간다는 마음가
짐으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동기, 선·후배들과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다.


_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계속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던 의문을 다시 떠올려 본다면 이제는 사람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치열한 취재와 인터뷰로 만난 사람들의 일상은 언제나 시대와 사회를 담고 있었고 그렇게 살
아있는 사회를 만났으니까 망설일 여지는 없다. 그럼 이제 이 의문에 무엇을 더하면 좋을까? 쏟아지는 사회적 문
제들은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당신이 귀 기울인다면 사회는 이야기해
줄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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