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자를 위한 경보기, 약자를 위한 확성기
[사설]강자를 위한 경보기, 약자를 위한 확성기
  • 방재혁
  • 승인 2019.12.16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_기자가 꿈이라는 말을 하면 종종 왜 하필 기자냐는 질문을 받는다. 자주 고민하지만 명쾌한 답이 떠오른 적이 없다.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 사람의 언론인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는 언론인,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버린다.

 

_언론은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실에 무게를 두느냐 하는 것이 정말 큰 차이를 불러온다. 흥미를 끌기 위한 자극적인 사건에 몰입하면, 중요한 진실은 묻히고 만다.

 

_유명 연예인 설리 씨와 구하라 씨가 잇따라 자살을 택하면서 연예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이후 몇몇 언론들의 태도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곳저곳에 [속보], [특종] 태그가 붙고 보도가 이어졌다. 설리 씨의 시신 운구 장면을 사진 기사로 내보내고, 구하라 씨의 마지막 쪽지가 발견됐다며 마치 궁금증을 유발하는 듯한 기사들이 넘쳐났다. 고인의 괴로움은 묻히고 유명인이 이승을 떠나는 과정만이 자극적으로 남았다.

 

_버닝썬 사건은 경찰과 연예계 유착이 핵심인 사건이다. 몇몇 언론들은 이런 유착관계보다 승리, 정준영 등 연예계 스캔들에 중점을 둔 보도들을 계속했다. 독자들은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황금폰, 마약 등등 자극적인 내용에 빠져 머릿속에 유착관계라는 단어가 희미해졌다.

 

_이렇듯 흥미로운 가십거리들은 독자들의 흥미를 잠시 끌 수 있지만, 그것이 언론이 반드시 전해야 할 진실은 아니다. 언론은 결국 단순히 사실을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올바르다고 판단한 사실을 전해야 한다. 이게 곧 언론의 정의(定義), 언론이 행할 수 있는 정의(正義). 필자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언론은 강자에게는 경보기, 약자에게는 확성기가 될 수 있는 언론이다. 현실은 강자들은 언론을 은폐에 이용하려 들고, 약자들은 언론에 휘둘린다. 그러나 옳은 언론이라면 강자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감시하고 있으니 경각심을 가질 것을, 약자에게는 언제든 들어줄 테니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해야 한다.

 

_대학언론도 대학생을 위한 흥미 위주의 가벼운 기사도 다뤄야 하지만, 본질은 정의를 실천하는 신문이 되어야 한다. 잘 들리지 않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대학과 교육부에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대학언론이 정의와 진실에 다가서려고 노력할수록 신문 가판대에는 독자의 손길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