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
검경수사권 조정
  • 이은진
  • 승인 2021.02.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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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 역사적인 개정이 있었다. 바로 검경 수사권 독립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수사·기소 분리의 수사권 조정이, 권력기관 개혁 차원에서 국정과제로 선정되어 추진되었다.

정부는 2018621일 행정안전부 장관·법무부 장관이 서명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경소위원회는 이를 반영하여 20181112일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바탕으로 201918일 소위원회안을 마련하였다. 2019430일 여·4(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채이배 의원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였다. 이는 2019831일 사개특위 종료 후 201992일 법사위에 회부되었고, 2019123일 본회의에 부의되었다. 20191224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창당 준비 중의 대안신당)는 형사소송법(박주민 의원 발의) 및 검찰청법(유성엽 의원 발의) 수정안에 합의하였고, 2020113일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찬반론의 대립

수사권 조정은 2020년에 들어서야 이루어졌지만, 관련 논의는 오랫동안 있어 왔다. 2000년대까지 검사가 경찰을 전적으로 지휘하는 감독 체제의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수사권, 공소권, 형 집행권 전부를 검사가 쥐는 입법은 외국에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검찰 조직의 권한이 막강하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 검찰의 정경유착과 편향된 권한 사용 등으로 인해 검찰 조직 체질 개선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수사와 기소가 통합된 기존 시스템이 겪는 문제점도 많았다. 먼저 수사와 기소를 하나의 기관에서 수행하게 되면, 수사에 대한 객관적인 심사가 어려워 오류가능성이 커지고 수사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 게다가 검사의 수사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으므로 도덕적 해이와 부패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높인다. 그리고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함으로써 생겨나는 집단주의 조직문화 속에서, 검사의 수사권한은 검찰의 조직적 이익과 목적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행하고, 특히 검사가 직접수사를 개시·진행하는 경우에는 그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범죄인을 엄벌에 처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역할과 소추기관으로서 부당하고 무리한 기소를 자제해야 하는 객관적인 임무 사이에서 갈등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부터 주장된 사안이다. 1954년 제정 형사소송법에서 입법자가 검찰에게 수사권을 부여했으나, 이는 소송법적 법리나 이론에 비추어 적합하고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다. 광복 이후의 경찰력을 일제강점기 친일 조선인 경찰들로 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사에게는 기소권만 주자는 것은 법리상으로 타당하다. 이는 외국의 입법례를 함께 살피면 명확해진다.

우선 우리나라 법체계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대륙법계 국가의 대표주자인 독일에서는 경찰이 자체적으로 필요한 수사를 하고 수사를 마무리해서 그 결과를 검사에게 송치한다. 검사는 경찰의 수사를 기초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수사 시스템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크게 구별되는 점은 관청으로서의 검찰에 수사를 담당할 수 있는 집행공무원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명문으로는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무상으로는 경찰의 독립적인 수사가 가능하다. 따라서 수사절차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경찰의 협조 없이는 사건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찰과 검찰의 협력관계가 수립되어 있다.

영국은 2003년 형사사법법을 제정하여 기소권을 검찰에게 부여하고 경찰과 검찰의 협력하에 효율적으로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였다. 경미사건을 제외한 모든 범죄의 기소여부를 검사가 결정하게 되었고, 검찰의 주된 임무는 경찰에 대한 법률적 조언과 소추심사·결정 및 공소유지가 되었다. 이후 경찰은 범죄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사실의 발견에 초점을 맞추어 수사를 진행하고, 검찰은 경찰의 증거수집에 관하여 직접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 조언을 하는 시스템으로 정립되었다. 이와 같이 영국에서도 검찰과 경찰은 상호협력관계이다.

미국에서는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범죄의 수사는 경찰이나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한다. 미국 검찰은 수사인력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나, 다른 수사기관이 적절하게 취급하지 못하는 특수범죄에 대해 직접수사권을 행사한다. 경찰은 수사절차에서도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어서 수사종결권을 갖는다. 검찰은 기소권을, 경찰은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진 기관이므로, 검찰과 경찰은 상호협력할 수밖에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검찰의 수사능력을 의심하는 주장도 있다. 법률가로서의 자격이 수사를 잘 할 수 있다는 수사능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검사의 법률가로서의 자격은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준수 여부 확인 또는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를 위한 근거로 제시될 수 있을 뿐이고, 검찰에 수사권이 있어야 할 근거로는 적당치 않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기존의 형사소송법 체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입장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모든 권한 행사에는 남용의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설령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남용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남용된 경우와 올바르게 행사된 경우의 비율이 문제되며 만약 후자가 절대다수라면 수사지휘권 자체를 폐지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또한 법리적으로 따져볼 때 수사종결권이 경찰에 있게 될 경우, 기소권자인 검사의 권한을 침해하게 된다. 형사사법체계상 기소권의 실질적 내용은 검사에게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다시 말해 수사를 마친 피의자에 대하여 법리판단과 증거판단을 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검사에게 속한다. 그러므로 기소권 없는 사법경찰관이 입건된 형사사건에 대하여 기소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수사종결을 하는 것은 검사 고유의 권한을 침해한다. 이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주장해 온 경찰 측의 자기모순이기도 하다.

기존의 시스템은 부정한 청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일반인은 조서 작성 및 영장신청, 사건송치서의 의견서 작성에 대하여도 사법경찰관에게 재량이 있다고 인식하여, 사법경찰관은 수사과정에서 청탁을 받을 수 있다. 경찰 실무자들은 이러한 청탁을 수사는 검사의 권한이라고 거절할 수 있었다. 이러한 청탁이나 외압은 검찰 송치 전 단계에서 이뤄지는데, 검사의 수사지휘는 이에 대한 강력한 예방, 견제, 차단의 기능을 한다. 피해자 등 이해관계자의 막연한 불신을 예방할 수 있었다.

 

개정안의 내용

개정 전 형사소송법이 인정하는 수사절차 주재자는 검사였다.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으며,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 이에 따라야 했다. 검사의 수사지휘는 모든 사법경찰관리에게 인정되는 것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가장 굵직한 변화는 바로 이러한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기초한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하여 검찰과 경찰 양 기관의 관계는 기존의 지배관계에서 대등한 상호 협력관계로 바뀌었다. 경찰은 일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검찰은 기소권과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사법경찰관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및 시정조치 요구권 등 사법통제 권한을 갖는다.

경찰에 수사권이 주어짐으로써 수사는 일차적으로 사법경찰관이 담당하고, 사법경찰리가 보조한다. 이에 따라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 유형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등으로 한정된다. 대신에 검사는 사법경찰관의 일차적 수사과정에 대해 감독권을 가진다. 검사는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실의 신고가 있거나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에게 사건기록 등본의 송부를 요구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검사는 경찰에 과거 수사지휘권과 유사하게 시정조치, 재수사,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한 후 범죄의 혐의 여부에 따라서 송치처분 또는 불송치처분을 통해 수사를 종결한다.

형사소송법 개정 전 우리나라의 수사제도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인정하고,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집중되어 검찰과 경찰이 상호협력관계가 아닌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었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도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어 있거나, 수사권과 기소권이 검찰에 집중되어 있더라도 양 기관은 상호협력관계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태껏 우리나라에서 경찰이 독립하여 수사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은 우리 민족이 공유한 아픈 역사와 관련이 있다. 일제 강점기의 경찰은 많은 권한과 재량을 누리면서 한반도 민중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억압했다. 그러므로 해방 이후 경찰권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새로 임명한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적법절차에 기초하여 경찰을 지휘·감독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정치사의 관점에서 살피면 과거 군부독재 정권에서 권력기관이었던 군대가 개혁된 이후 검찰 조직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고,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어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형사법 체계는 국민의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한다. 모든 국민이 피의자, 피고인 내지 범죄인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각기 타당한 근거를 내세운 논쟁이 오랜 기간 있었다. 어느 쪽의 입장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더 잘 보장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결국 이 시대의 입법자는 변화를 선택했고,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개정되어 202111일부터 시행된다. 이제 남은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눠 가진 두 국가기관의 상호협력이 가져올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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