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인턴은 왜 착취의 대상이 되었는가
청년인턴은 왜 착취의 대상이 되었는가
  • 심은정 기자
  • 승인 2021.04.20 11:2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높은 인턴 지원율과 반대되는 기업 내 근무 환경 실태”
“청년인턴, 현장실습생은 근로계약서 작성 못해, 최저임금 보장 어려워”
“전화받기, 잔심부름하기 모두 근로 범주에 포함…현장실습과 근로의 경계 모호”
“청년구직자의 희망을 기업이 악용하지 않아야”

20211, 부산시 소재의 A 기업의 실습 과정에 지원한 친구가 있다. 별다른 전형 없이 선발되었기에 다들 축하해주고 부러워했다. 구직시장이 얼어있는 최근 상황에서 공공기관에서 일을 배우게 된 것이니 운이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코로나 19 때문에 교육 필수 이수자들에게 비대면 교육방법을 안내하는 직무를 맡았다. 그러나 출근 2주 뒤 걸려온 전화에서 그 친구는 울고 있었다. 전화벨 소리가 이제 무섭다고 한다. 부서에서 꺼리는 민원처리 직무에 배치되어 감정노동자로 근무한 것이다. 부서에서 서로 미루는 전화를 울며 겨자 먹기로 돌려받아 욕설을 듣고, 하대를 당해가며 일한다고 했다.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해 받은 한 달 치 월급은 현장실습지원센터에서 지급하는 지원금 40만 원이 전부였다.


사업체가 인턴에게 직무를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서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업무를 시키는 것이 정당한가. 과로를 견딜만한 보상이라고 지원서 작성할 스펙을 제공하지만, 비인간적인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청년고용 촉진지원사업으로 시작된 청년인턴제

 

20159월부터 시행된 청년인턴제는 청년층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임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부담함으로써 공기업 또는 민간기업에서의 인턴 채용 기회를 제공하여 정규직으로서의 취업 가능성을 꾀하는 청년고용 촉진지원사업을 말한다.

이를 통해 신규대졸자 또는 실업상태에 있는 만 30세 미만의 청년층에게는 직장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중소기업 및 민간기업에는 부족한 인원과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급여수준은 당사자 간 약정으로 정하되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노동부가 지원하며 610개월간 청년들을 채용하게 된다. 청년인턴의 종류로는 체험형 인턴과 채용연계형 인턴이 있다.

체험형 인턴은 기획재정부가 직무 역량 이해도를 높이고자 도입한 제도로 재계약 또는 정규직 의무전환 없이 3~6개월간 근무하며 업무 경험과 조직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채용연계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공공기관 근무 분위기 파악과 업무 경력을 쌓을 수 있다.

 

대학생의 높은 인턴 지원율 = “필요해 보이는 건 뭐라도 해야죠

 

2019521,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64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하계인턴 관련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70.3%가 체험형 인턴 확대에 지원하겠다고 답했으며, 그중에서 이미 지원을 했다는 비율을 13.5%로 나타났다.

 

또한 학년이 높아질수록 지원의향도 증가하였으며, 그 이유로는 '인턴이 취업 필수 자격조건이 돼서'59.3%, '해당 기업의 근무 분위기, 조직문화를 알아보기 위해'29.4%, '직무 경험을 통해 내게 맞는 진로를 찾기 위해' 27.2% 순으로 차지했다.

이는 대학생들이 인턴제도가 직·간접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청년 구직자의 열정을 악용해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기피직무에 배치하여 당장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식으로 입사한 직원은 사수가 바빠도 시간이 지나면 배우거나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실습생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3개월 동안 계약한다. 실습생들은 예정된 실습 계획서와 다르게 부서에서 급히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도우며 보낸다. 설문조사 결과 부산시 소재의 B 국가 연구소에서 실습한 우리 대학교 학생들 10명 중 4명은 실험 기기 설거지를 하는 등 계획서에 명시된 실험은 배우지 못했다고 한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운영하는 '체험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불가를 내걸어 아르바이트 대용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거기에 더해, 채용형과 체험형 인턴의 선발 횟수도 차이가 났다. 채용형을 뽑을지 체험형을 뽑을지 공공기관의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실상은 체험형이 월등히 많았다.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청년고용 정책을 책임진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도 40% 가까이 최근 2년간 채용형 인턴을 선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 관계자는 "일부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금을 인건비 절감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정규직 전환을 꿈꾸고 '열정페이'를 받으며 버티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선발됐다고 좋아했는데 돈도 못 받고 힘들어요.현장실습생의 눈물

 

사진출처 픽사베이

한국해양대학교는 인근에 해양 클러스터가 구축되어있어 실습의 기회가 많다. 또한, 한국해양대학교 LINC+사업단에서는 2017년부터 현장실습지원센터를 운영해 해양대학교 학생과 기업 간의 연결을 돕고 있다.

 

기업에서 실습하는 대신 학점을 받는 조건으로 신청, 배치되도록 하는 현장실습지원센터를 운영한다. 본래 현장실습지원은 기업에서 실제 직무교육을 하고 채용 연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산학협력을 위해 학교와 사업체, 학생은 실습협약서를 작성한다. 실습협약서가 실습생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지만 제대로 구축되어있지 않아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것을 따라가는 사업장이 대다수다. 안전을 위한 보험과 관련해서는 학교 측에서 부담한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협약서에 임금에 대한 언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맞춰서 지급하는 기업은 없고, 지급하는 기업이 드물다. 이마저도 정확한 기준 없이 회사 내규에 따라서 지급한다고만 되어있다.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학교와 인력 보충이 필요한 사업체가 학생을 이용해서 본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실습생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또한, 실습생은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4대 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없고 최저임금도 적용되지 않는다. 도급계약을 체결한 현장실습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습생들은 짧은 교육기간을 마치고 실제 업무에 투입되어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

 

근로자성은 계약보다 실질에 따라서 판단. 결국 근로자 아닌 실습생 없어

 

노무제공자가 근로자인지 아닌지의 판단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근로자성은 실질에 맡긴다는 판결을 해왔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대판 1994.12.9., 9422859) 한다며 실질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계약의 형식이나 명칭보다 실제로사업장에서 종속 근로를 하는지로 근로자성 판단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중심 현장실습생에 대해 기업에서 제도의 취지에 맞게 실제로 학습이나 실습만을 시킨다면 실습생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학습’, ‘현장실습’, ‘근로의 경계는 대단히 모호할 수밖에 없다. 기업 현장에서 잔심부름이나 전화받기 등의 단순한 잡무를 수행하는 것은 실습과 무관한 엄연한 근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에서 현장실습생에게 이 정도의 잡무도 시키지 않을 것을 기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최근 판례는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관하여 기존의 원칙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더하여 사용자에 의하여 형식적으로 제거 또는 위장되었던 근로자성의 징표를 실질적인 노무제공 실태와 부합하는 방향에서 판단하였다.

 

대학원생, 텔레마케터, 웨딩 플래너, 프리랜서, 예술직종 종사자를 근로자에 포함하면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현장실습생에 대한 근로자성 부인은 최근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청년구직자의 희망을 사업체가 악용하지 않아야

 

사진출처 픽사베이

청년 실업의 심각성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청년들은 청년인턴과 현장실습 선발도 감지덕지라고 토로한다.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늘리더라도 스펙을 위해 체험형 인턴에 지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사업체의 의도가 좋다고 해서 과정이 항상 정당화될 수는 없다. 헌법의 정신은 인권보장이고 인권의 정신은 인간 존엄과 평등이다. 특히 노동인권은 실질적인 인간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인권이다. 대학생들이 사업 현장에서 얻어가는 것들이 많다고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까지 제공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사업체 업주들은 인턴 또는 실습생들에게 교육기회를 준다고 변명하지만, 잡무를 떠넘기고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주는 것은 엄연한 범죄이자 인권을 짓밟는 행위이다.

 

최저임금은 일반적으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기준으로 책정하는데, 스펙을 쌓고자 하는 청년들은 그보다 저임금으로 일한다. 노동은 체험이나 학습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도 없고, 치환될 수도 없다. 사업체가 최저 시급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며 착취한 노동력으로 청년들의 절박한 희망을 악용하는 편법만 많아져서는 안 될 일이다.

 

청년고용 촉진을 위해 진행된 인턴정책이 기회와 가능성으로 포장된 채 청년들에게 서럽고 초라한 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대 대학생의 처지에서 바라볼 때, 현 상황이 개선되려면 현장실습에서 기업과 학생 사이의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학생의 불만을 수용하고 기업과의 원만한 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기업은 실습생을 교육한 보고서를 매주 제출하는 등의 감시체계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인권보장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근로가 아닌 학습의 범주에 학생을 둘 생각이라면 제대로 된 배움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1. “[사설] 청년 구직자 희망을 착취하는 못된 인턴제도”, <중앙일보>, 2015-01-09

2. “[출구없는 청년취업-] 체험형 인턴? 채용형 인턴?...청년 두 번 죽이는 인턴제도”, <아주경제>, 2016-09-26

3. “현장실습생, 근로계약서 써서는 안 된다고?”, <오마이뉴스>, 2018-09-11

4. 이보라 기자, “90년생, N포세대? ‘청년팔이제대로 하고 있나요?”, <경향신문>, 2019-10-0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채훈 2021-07-03 15:37:38
이런게 있는지 몰랐네요 사이트도 깔끔하고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