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교수님] 철학 is My Life
[안녕하세요교수님] 철학 is My Life
  • 장영경
  • 승인 2022.02.05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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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법정학부 강우예 교수님

_‘안녕하세요 교수님이란, 항상 곁에 계시지만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우들을 위해 교수님께서 어떠한 삶을 살아오셨는지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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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형사법, 법철학

1991319992월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1999320018월 중앙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2003820053월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로스쿨 법학석사(LL.M.)

2005120077월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로스쿨 법학박사(S.J.D.)

 

 

_철학 이야기를 하실 때면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수업하시는 교수님. 무엇이 교수님을 철학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을까. 교수님의 삶에 들어가보자.

 

 

 

철학이 너무 좋아서

_학창시절에 반항기가 많았다. 과거의 교수님들은 강의에 충실하지 않았고, 법학강의서 내용은 지금보다 더 어려웠다. 그래서 법학보단 다른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철학이다.

_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땐 대학사회가 조용하지 않았다. 변혁이론을 읽은 학교 선배들이 운동을 하러 다녔고. 나 역시 그쪽 관련 책을 읽다 보니 독일고전철학에 관심이 갔다. 그때 헤겔을 읽으면서 철학에 눈을 떴다. 철학의 사고를 따라가는 것은 정말 대학공부보다 재밌었다.

_이렇게 법학보단 철학에 점점 관심이 많아졌다. 책을 더 읽고 싶었지만, 고시공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고시 공부를 시작하면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읽을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둘러보니 교수님들은 책 읽을 여유가 많아 보였다. 그래서 교수가 되기로 했다.

 

형법을 통해 법철학으로

_법철학을 전공으로 하고 싶었는데, 그 당시 법철학 전공 교수가 없었다. 그래서 법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교수님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 그때 교수가 아버지 뭐하시냐고 물어봤다. ‘법철학만 하면 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_법철학과 형법은 유사점이 많았고, 따라서 형법을 택하면 철학 같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법철학을 공부해서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꿈을 품었었다. 그 당시는 법철학에 대한 견해가 풍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_처음엔 형법이 별로였다. 그래서 미국에 갔는데, 그때 만난 한 교수님이 형법은 신앙, 철학, 심리학과 연관 있어 인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수 있는 학문이라 말했다. 이후 형법 공부를 해보니 매우 체계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그 체계성을 가지고 사고를 하는 게 내 적성에 맞았다.

_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형화된 틀을 가지고 법에 접근하는 건 사실 잘못됐다. 실제적인 내용을 가지고 유연하게 상식에 맞는가 등과 같은 더욱더 엄격히 객관적 가치를 향해 맞춰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법적인 사고가 재밌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흥미로워진다.

미국 유학을 결정하게 된 계기

_얼떨결에 유학을 결정했다. 원래는 칸트와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만나러 독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우연히 어떤 교수님과 영어 강독을 하게 되었다. 당시 영어 실력이 뛰어났던 편이라 교수님이 미국행을 추천했다. 나 역시 미국 판례에 관심을 가지던 차였다.

_미국에서 처음에는 영어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하나도 안 들려서 너무 힘들었다. 조금 적응이 된 뒤에야 미국 법학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그땐 정말 미친 듯이 책 읽고 논문도 열심히 하고 거의 책에 파묻혀 살았다. 도서관 문 열 때부터 닫을 때까지 공부했다. 사람들이 정신병 걸린 줄 알았다더라. 살면서 전공 공부를 제일 열심히 했다. 진짜 법학은 미국에서 깨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있었던 특별한 일

_첫째는 미국 교수법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 선생님들은 모르는 것이 생기면 이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다그쳤는데 미국은 달랐다. 학위논문을 쓸 때, 갈피를 잡지 못한 나는 지도교수를 찾아갔다. 그때 그가 어느 한 문장을 짚으면서 이 부분이 좋다. 날카롭다라며 관련 자료를 주었다. 더불어 너는 이러한 부분에 재능이 있다라고 말하며 내게 용기를 주었다. 내가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들어주시더라.

_둘째는 다양한 영역에 관심이 많은 나와 같은 별종들이 미국에는 많다는 사실이다. 유럽 같은 경우는 한 우물만 파는데, 미국은 비슷하지 않은 것들을 넘나들며 공부를 한다. 그러면서 법 경제학, 법 심리학, 법과 교육, 법과 문학과 같은 교접한 학문이 탄생한다. 이러한 접근법이 마음에 들었다. 교수들도 여러 학위를 가지고 다양한 학문을 가르친다. 학문적 강대국임이 확실히 느껴졌다.

 

해양대 부임 후

_독일 교수님들은 세미나 끝나고 학생들과 맥주를 마신다. 나도 해보면 좋겠다 싶어 초반 몇 년 동안은 세미나 끝나고 학생들과 맥주 한잔 씩 했다. 하지만 김영란법 이후로는 꿈도 못 꾸게 됐다. 참 아쉽다.

_졸업 후 탄탄한 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뿌듯하다. 한국석유공사 사내변호사로 있는 한 친구가 기억에 남는다. 형법 특강에서 처음 만났다. 그 수업은 사례 문제를 내주고 이론 공부 후 풀이를 하는 수업이었는데 이 친구만 답안이 남달랐다. 답안을 쓸 때 쟁점도 쉽게 찾고 해결책도 쉽게 풀어 쓰더라. 로스쿨을 권하자 집이 가난해서 힘들다고 했다.

_그래서 내 이야기를 해줬다. 나 역시 집이 잘사는 편은 아니었기에 빚을 진 채로 미국 로스쿨을 다녔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내가 다짐했던 것처럼 자신을 믿어라.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줬다. 이후 로스쿨에 합격하여 지금은 변호사로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충만으로 가득한 배움의 장

_거창한 것보단 수업 시간에 만나 대화하면서 보내는 그 순간순간에 충만을 느꼈으면 좋겠다. 교육이라는 것은 순간의 체험이다. 일방적인 지식 주입보다는 지식이 호흡하는 체험의 시간이 되게 하고 싶다.

_따라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질의응답이다. 학생들과 가장 밀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처음이라 대답을 잘 안 하는데, 이제부터는 질문을 강하게 할 테니 잘 준비하고 오길 바란다.

 

어떤 교수가 되고 싶은지

_‘열정이 식지 않는 교수. 순간순간이 체험의 장이 되고 지식을 함께 공유하고 호흡하도록 도와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도록 열정적으로 힘쓰고 싶다.

_또한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교수가 되고 싶다. 지금은 형법에 시간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심리학이라던가 다른 학문을 공부하면서 교육 방향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싶다. 심리학이나 통계학과 형법을 접목하여 새로운 과목을 개발하고 싶다. 이것이 퇴직하기 전까지 이루고 싶은 꿈이다.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_건강하세요! 20대가 제일 힘들 때다. 인생에서 앞은 잘 안 보이고 똑바로 아는 건 많이 없고 성인과 청소년 중간에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것은 3가지가 있다. 1번은 성취를 해서 잘난 인간이 되어 찬사를 받는 것, 2번은 자기가 좋아하는 소소한 것들을 하는 즐거움, 3번은 학문하는 즐거움이다.

_나 역시 이러한 학문적 쾌감을 가지고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대학에서만 느낄 수 있지, 사회에 나가면 느낄 수 없다. 대학이라는 자유로운 공간 안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으로 가득 차길 바란다.

 

 

 

※ 해당 기사는 제 325호에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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