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수님!] 마음에서 마음으로
[안녕하세요 교수님!] 마음에서 마음으로
  • 최혜인 기자
  • 승인 2022.05.05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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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안녕하세요 교수님이란, 항상 우리 곁에 계시지만 교수님에 대해 모르는 학우들을 위해 교수님께서 어떠한 삶을 살아오셨는지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_교직과 조은별 교수

 

[교수소개]

- 성함: 조은별

- 전공: 교육심리

- 연구실 위치: 국제대학 434호

- 전화/이메일: 051.410.4576 / edustar@kmou.ac.kr

- 주요 약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교육심리전공) 박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과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학사

- 주요 경력

) 한국해양대학교 교직과 조교수

한국해양대학교 교육혁신센터 센터장

) 인천대학교 유아교육과 박사후연구원
    한국생산성본부 선임전문위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러닝센터 교수설계자

- 주요 연구 분야: 창의성, 융합교육, 생애목표

 

 

“참된 교양수업을 들었다”며 ‘빛은별’이라 칭송하는 학생부터 “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었단 걸 알게 되었다” 말하는 학생까지. 모두 조은별 교수님의 매력적인 강의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 자신을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마음을 가지는지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소개하는 교수님. 지금부터 교수님의 이야기로 빠져보자.

 

부모님의 남다른 교육관

_부모님은 ‘인위적인 교육, 학교 이외의 교육은 하잘 쓸데없다’는 남다른 교육관을 가지고 계셨다. 그 때는 외고∙ 특목고 등이 자리를 잡아가던 초창기였는데, 주변 친구들이 다들 특목고 시험을 보니까 나도 특목고를 가고 싶었지만 ‘입시 교과교육 위주의 학교는 보낼 수 없다’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사교육을 받지 않고, 야자도 안 하며 독특하고 자유로운 학창 시절을 보냈다.

_사범대학을 진학하며 나도 인위적인 교육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본인의 열정이 끓어오른다면 여러 교육적 서포트가 필요하겠지만, 억지로 하는 교육은 결국 부작용을 일으킨다. 그렇지만 나도 20대 때는 사교육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좋은 성취를 얻는 것 같아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자연스레 따라간 교육의 길

_부모님뿐 아니라 친척 어른들도 대부분 교육계에 종사하셨다. 다들 현직에 계시다 보니 명절 밥상머리에선 “이번에 이런 교육정책이 나왔다더라~”, “우리 반에 어떤 애가~”등의 대화가 오갔다. 다른 집들도 교육에 관해 얘기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전 국민이 다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학교생활을 하니까 말이다.

_입시 무렵 나에게 맞는 여러 학과를 견줘봤지만, 계속 사범대가 눈에 밟혔다. 어려서부터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으며, 교육은 재밌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범대로 진학하게 됐다. 사범대에서 하는 공부들은 정말 재밌었다. 그런데 4학년이 된 후, 교육현장실습을 나가보니 나는 교사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교육의 힘

_사범대 4학년생은 교육현장실습을 필수적으로 나간다. 실습을 나간 학교의 지도 선생님이 과제를 내주셨는데, 학생 한 명을 모니터링 한 후 일지를 쓰는 것이었다. 해당 학생은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는데 어딘지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 학생과 아이컨텍도 많이 하고,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묻기도 하며 온종일 관찰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접촉 빈도가 높았던 것 같다.

_한 달 동안의 실습이 끝난 후가 문제였다. 실습이 끝난 다음 날부터 밤만 되면 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생은 “선생님이 없어서 학교 가기 싫다”,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며 울었다. 처음에는 학교 앞으로 불러 밥도 사 먹이고 학교 구경도 시켜주며 회유했는데, 나중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더라. 그래서 앞으론 선생님이랑 연락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며 한 번에 딱 잘라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한 인간을 한 달 만에 이렇게나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나는 교육자가 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기업으로 눈을 돌리다

_교생실습에서 겪은 문제도 있고, 또 전공이 교과교육 쪽이 아니어서 학교로 바로 가려면 다른 교과를 부전공으로 진행해야 했다. 그래서 교육공학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후, 진로를 틀어 기업으로 가게 됐다.

_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법인인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일했다. 기업 교육과 관련된 연구와 컨설팅을 하는 기관에서 말 그대로 회사원처럼 일했다. 그런데 기업 교육을 다루다 보니 재미가 없었다. 기업은 성과의 논리가 지배적인데, 사실 교육은 사실 장기적으로 차근차근히 해나가야 하는 면이 많다. 100 만원을 쏟아부어도 당장 건지는 게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는 이윤 추구가 목적이니까,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회사는 나와 가치관이 맞지 않아 다른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대학으로

_회사 생활을 하면서 다른 공부를 해보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그때 관심 있던 것이 ‘심리상담’ 쪽이었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밤낮으로 일하다가 주말에는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미술심리치료 자격증도 취득했다. 미술심리치료 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아이들을 대상으로 임상 실습 시간을 채워야 했다. 그래서 2년에 걸쳐 아이들을 만나고 현지 상담가에게 슈퍼비전(조언)도 받았다. 상담선생님이 심리치료보다 교육적으로 접근을 잘하는 것 같으니 그쪽으로 진로를 개발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_그 후 회사를 나와 교육심리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30대에 회사원에서 ‘전업 학생’이 된 것이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학생이 되면 어떻게 먹고 살 거냐는 우려와 함께 집에서 난리가 났다.

_”대학원에 진학하면 생계유지가 될까?”라는 걱정을 하는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대학원에 가면 의외로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다. 교수님과 같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넉넉하진 않아도 본인 하나는 먹여 살릴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길.

 

2020년, 코로나 사번으로 해양대에 오다.

_2020년도 3월에 해양대에 왔는데 오자마자 코로나여서 학생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때는 상황이 심각해서 개강도 연기됐다. 작년 2학기부터 학생들을 조금 만났지만, 다들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제대로 모른다. 지금도 대면으로 시작했지만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조금 불완전한 교직 생활을 하는 것 같다. 학교에 오자마자 동영상 강의 찍느라 세팅하는데 애먹고, 비대면이라 학생들과 소통도 잘 안 되는 것 같아 답답한 부분도 있다.

 

현재 연구하는 분야는?

_지금은 교육 심리 중 창의성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학습자 또는 조직원이 어떠한 환경에서 더욱 창의성을 발휘하는지에 관해 관심이 많다.

_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약간의 팁을 주자면, 창의적으로 되려면 기본적으로 사람이 여유가 있어야 한다. 사람의 사고방식은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로 나뉘는데, 확산적인 사고를 많이 할수록 창의성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 여유를 가지고 이것저것 해보는 게 중요하다. 멍때리는 시간이나 딴짓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는데 일이 잘 안 풀린다면 그 일만 붙잡고 끙끙대지 말고 딴짓을 해봐라. 딴짓하는 와중에도 우리 뇌의 무의식 세계는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다른 걸 해보며 맥락에서 벗어난 다른 자극들을 마주하게 되면 갑자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당장의 과제에 치여 바쁘겠지만 바다도 한번 산책하고, 친구에게 전화해서 안부도 묻는 여유를 가지자.

 

전통적 학문 구조의 학습이 기초돼야

_요즘 융합형 인재가 대세다. 하지만 융합형 인재를 말하기에 앞서 전통적인 학문구조를 학습하는 게 꼭 필요하다. 교육학적으로 보면, 사람이 학습할 때 여러 지식을 막무가내로 긁어모으게 되면 나중에 그 지식을 써먹지 못한다. 지식의 뼈대를 세우고 그 뼈대에 살을 하나하나 붙여가야 한다. 이렇게 쌓인 지식은 마치 설탕 결정처럼 단단하게 결합해 오래도록 꺼내 써먹을 수 있게 된다. 뼈대는 학문별로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져 왔기에 학문마다 모두 다른 체계를 가진다. 체계를 잘 학습하면 그 후에 융합과 응용이 쉬워진다. 옛날 교육방식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대학에 와서 전통적인 틀을 따라 깊이 공부해 본 뒤, 다른 분야와 결합해보라.

 

 

교수와 학생의 생각이 다를지라도

_내가 학생들에게 조언해주고, 그 조언이 학생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지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내가 가진 생각들이 시대와 맞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저 교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말하는지 들어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내 말을 들으면 좋겠다.

 

길어지는 코로나, 자신을 잘 돌봐주길

_코로나로 인해 다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 같은 경우는 혼자 지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별로 힘들지 않았다. 비대면으로라도 누군가와 연결되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던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고립이 심해지면 누구라도 힘들어진다. 창의성 연구에 의하면 ’창작활동‘은 고립감이나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경감시킨다. 여기서 창작은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나를 위해 요리하거나, 다이어리를 끄적거리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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