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서 기자가 되기까지
피해자에서 기자가 되기까지
  • 김성안
  • 승인 2022.05.06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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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2개월정도 빌라에서 산 적이 있다. 그곳에서 각종 명목으로 뜯긴 비용들은 어디를 봐도 과도했다. 사장에게 비용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가며 돌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장은 철저히 나를 무시했다. 이 악덕한 사장이 또 다른 어린 학생들을 속여 나쁜 이득을 취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 익명 커뮤니티에 글을 써 올렸다.

_사장은 이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경찰에 내 글을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실제로 내가 당한 피해, 돌려받지 못한 돈에 대해 적은 것뿐이니 죄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장은 내 말이 모두 거짓이라 말했고, 난 각각의 피해 사실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무죄를 입증해야 했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으니,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성했다는 점 또한 입증해야 했다.

_이후 2달 동안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법률 자문을 구하러 다녔다. 곧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고, 가서 경찰에게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내가 왜 무죄인지 설명했다. 그곳에서 입증하는 내내 ‘내가 피해를 받은 건데 이렇게까지 힘들게 자료를 준비해서 입증해야 하나?’ 라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은 억울하다는 이유로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로지 기록된 사실을 기반으로 판단할 뿐이었다.

_1달이 지난 뒤, 경찰서에서 수사 결과 통지서가 도착했다. 결과는 ‘혐의 없음’ 이었다. 당연한 결과라 생각했지만, 막상 사건이 접수되고 입증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죄가 될 수도 있는 건가 하는 걱정에 마음 졸이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잘못한 게 돼선 안 됐다. 그리고 결국 내가 맞았다.

_앞으로 억울한 일을 마주하면 이날의 사건을 떠올릴 것 같다. 내가 정말 결백하다면,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준비해 나가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_지금 난 준비 과정 중에 도움을 주신 기자님을 따라 학보사(신문사)에 들어와 있다. 내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우리대학 안에도 억울한 피해를 받았으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학우들에게 다가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_학교의 새로운 소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부당한 일이 생겼을 때 이 사실을 알려 학생들의 편을 만들어주는 것도 학보사 기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대학 학우들이 억울하게 받은 피해가 생긴다면 당장 달려가 취재해서 같은 문제 때문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힘을 쏟아 부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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