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해대인’, 앵커 스피릿은 어디로 갔는가?
사라져가는 ‘해대인’, 앵커 스피릿은 어디로 갔는가?
  • 한국해양대신문사
  • 승인 2022.05.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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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융합학부 21학번 박영상

요즈음 세간에는 BC(Before Covid), AD(After Disease)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예수의 탄생으로 기원전과 기원후가 나뉘어졌듯,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 펜데믹이 전 세계인의 삶을 통째로 바꾸었다는 현실을 빗댄 것이다. 이러한 범세계적 현상에서 한국해양대 또한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이의 영향으로 한국해양대학교는 긴 기간동안 불가피하게 비대면 수업을 실시하여야 했고 전통적인 오랜 행사나 세미나, 모임 등등 많은 활동들을 취소해야만 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교내 행정이나 학사 일정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현재 1학년, 2학년 생활을 하고 있는, 즉 코로나 시대의 신입생들에게 ‘이모집’이나 ‘할매집’, ‘해대이모’ 등에 대해 물어본다면 과연 어떠한 반응이 나올 것인가? 대부분의 대답은 ‘모른다’ 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학교 생활을 했던 학생이나 기성 세대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대답은 조금 달라질 것이다.

 실제로 본인은 이에 대해 궁금한 생각이 들어 간단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실험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코로나 이전 학번인 17,18학번(해사대학 73,74기) 10명, 코로나 이후 학번인 21,22학번(해사대학 77기,78기) 10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케 하였다. 설문 내용은 앞서 언급한 ‘이모집’, ‘할매집’등과 같은 해양대생으로서 알 수 있는 대학가의 시설과 ‘단합 구보’, ‘적도제’, ‘해대인의 밤’ 등의 교내 행사 등이 주가 되었다.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우선 코로나 이전 학번들은 전체 문항의 약 85퍼센트에서 ‘알고 있다.’ 혹은 ‘들어는 보았다’의 답변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학번의 답변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전체 문항 중, 단 23퍼센트만이 ‘알고 있다’, 혹은 ‘들어는 보았다’의 답변을 보였다. 이러한 극단적인 설문 결과는 단 3년의 시간이 한국해양대학교의 문화적 단절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 측에서는 더 많은 감염과 피해를 막기 위해 발빠르게 대처하였고 오랜 기간동안 비대면을 유지하였다. 그 덕분에 우리는 조금이나마 감염을 늦출 수 있었고 이후 부분적으로 대면 수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 잃은 것 또한 분명히 많다. 몇 년의 시간동안 학교 주변의 상권은 학생들의 발길이 끊겨, 많은 추억의 가게들이 문을 닫고 말았다. 70여년 동안 이어졌던 수많은 행사와 문화들은 그 맥이 끊겨 버렸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한국해양대학교는 좋든 싫든, 필수불가결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일례로 해사대학에서는 많은 규제와 제한들이 점진적으로 풀리고 있다. 일반 대학에서는 이전보다 많은 사이버 강좌나 컨텐츠들이 활성화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시대의 흐름이자 많은 긍정적 유인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해대인’의 의미 또한 퇴색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해양대학교는 특수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로서,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해대인’의 정신 아래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선배들은 자신이 닦아온 길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후배들은 이를 토대로 또 다른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 왔다. 또한 선,후배들 간의 친목 도모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선 하나의 ‘해대인’으로 융화되는 과정이었다.

해사대학 승선생활관의 정문에는 커다란 앵커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름은 ‘앵커 스피릿(닻 얼)’이다. 조그만 닻으로 거대한 선박을 지지하는 감투정신, 선박이 정박해 쉬고 있는 동안 일을 하는 봉사정신, 더러운 진흙에 자신의 얼굴을 박는 희생정신이 선원이 가져야할 정신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의 선배들은 4년간 배움의 터전에서 배운 것을 통해 사회로 나아가고, 이들은 닻과 같이 든든하게 사회인으로 거듭나며 후배들의 앞길을 지지해주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모교에 방문하여 재능을 기부하거나 금전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배움을 보장해주고자 많은 기부금을 기부해주셨다. 후배들은 이러한 정신을 가슴에 안고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받은 것들을 똑같이 후배들에게 돌려준다. 이러한 정신의 기초가 바로 앵커 스피릿인 것이다.

 코로나가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다. 그와 함께 우리의 일상도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의 또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미 대학 생활 , 절반을 지나고 있는 필자로서는 정상적인 대학 생활을 제대로 느낄 없을 지도 모르고 졸업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 해양대학교의 정신, 얼과 해대인이라는 이념을 가슴 속에 품고 언제나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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