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 문화는 나쁘지만은 않다
기수 문화는 나쁘지만은 않다
  • 문세훈 기자
  • 승인 2022.08.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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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팔굽혀펴기 1,200개 했다고?…한국해양대생 ‘군기 잡기’ 의혹 논란” 작년 4월, 우리 학교에 대한 한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해사대 신입생 합숙소(기숙사)에서 4학년 선배 학생이 1학년 후배를 대상으로 가혹하게 군기를 잡았다는 내용이다.

_ 해사 대학에서 학생들을 통제하는 이유, 근거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해양대학교 승선생활관 홈페이지에는 “한국해양대학교 승선생활관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이 규정의 제2조를 살펴보자. “제2조(교육목적 및 교육목표) ① 한국해양대학교 승선생활관(이하 “생활관”이라 한다.)은 인격을 겸비한 미래해양 리더의 양성을 교육목적으로 한다. ② 제1항의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교육목표는 다음 각호와 같다. 1. 승선생활의 적응을 위한 자율적 체력 증진 및 인격 함양 2. 절제된 행동 및 자기희생을 통한 협동심 배양 및 정신력 강화 3. 상선 사관으로서 필요한 명예 의식 고취 및 리더십 증진” 해석해 보면, “승선 생활에 적응하고, 리더십과 협동심을 갖춘 학생을 양성하기 위함이 승선 생활관의 교육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규정을 통해, 승선 생활관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이유 없는 인권 침해적 교육은 아니라고 보인다. 명확한 이유와 목적을 가졌기 때문이다.

_ 기수 문화의 장점은 실제 승선 생활에서 나타난다. 해사 대학생들은 3학년 때 외부 실습으로 실제 승선 생활을 경험한다. 학교에서 배운 학문적 지식은 사실 실무에서 엄청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습생들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배의 사관들(상사들)한테 1부터 100까지 배워야만, 승선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배의 사관들은 자기 일을 하기에도 너무 바쁜 상황이다. 어쩌면, 그들에게 실습생은 신경 쓰이는 짐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혹시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회사는 물론, 그 배의 사관들에게도 불이익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관들이 실습생에게 일을 알려주는 것은 기수 문화 때문이다. 실습생들이 자기 후배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후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후배들을 도와준다. 또한 자신들도 그렇게 선배들에게 배워왔다.

_ 선배들이 후배들을 도와주는 것에는 승선 생활의 도제식 문화가 한몫한다. 흔히, 승선 생활은 도제식 문화라고 일컬어진다. 도제식 문화는 “특정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제한된 사람에게 직접 가르치는 교육 방법”을 뜻한다. 승선 생황에서 필요한 기술은 오직 승선 생활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또한, 아무나 승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 기관에서 교육받아야만, 그 자격을 갖출 수 있다. 해양 대학에서 교육 및 훈련받고, 승선해서 일을 배우는 해사 대학생들은 일종의 도제식 문화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도제식 문화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제한된 사람이 대상이 된다는 것”이 있다. 다른 대학의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이 승선하고 싶다고 해서 승선할 수 있을까? 연수원이라는 곳에 가서 새로 교육받는 방법 이외에는 일반 대학의 학생이 승선할 방법은 없다. 이것을 비판적으로 본다면, 독점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계열의 사람은 접근할 기회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지속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해사 대학생들은 기수 문화를 바탕으로 하여, 후배들에게 승선에 필요한 기술을 전수하고, 이 후배들은 선배가 되어, 다시 후배들에게 배웠던 기술을 전수한다. 이 지속성은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어왔고, 많은 사람을 배출해 왔기 때문에,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다. 물론 독점적이라는 비판을 할 수도 있지만, 이들이 기수 문화를 바탕으로 해운업을 주도하고 유지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학문과 실무와의 괴리감이 큰 승선 생활의 특성상, 기수 문화에서 발전한 도제식 문화는 해운업의 유지와 번영을 위해, 형성되었을 것이다. 최근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딱딱하고 폐쇄적인 문화가 존재한 해사 대학의 기수 문화. 이것의 존재 이유와 배경을 알게 된다면, 마냥 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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