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민주적 셔틀버스 노선 변경? 그 실상은
비민주적 셔틀버스 노선 변경? 그 실상은
  • 김채빈 기자
  • 승인 2022.06.0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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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지난 5월 16일, 학교 순환버스(일명 셔틀버스) 노선이 변경됐다. 기존 노선은 해사대학관 앞에서 출발하여 공대 1호관 앞 정류장, 하리, 승선생활관, 대학본부를 경유하여 해사대학관 앞 도착지를 운행했다. 변경된 노선의 경우, 대학본부를 경유하지 않고, 공학 1관, 어울림관, 미디어홀 앞을 운행한다.

 

(기존 셔틀버스 노선.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변경된 셔틀버스 노선.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_ 셔틀버스 노선 조정과 관련하여,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BRIDGE에서 지난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한 294명 가운데, 148명, 50.3%가 노선변경에 반대했다. 총학 비대위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본부 측은 ‘설문조사 결과 노선 조정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고, 학생의 안전을 위해 셔틀버스 노선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우들은 “노선 변경 반대 의견이 과반수가 넘었는데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학생의 의견은 무시하는 것이냐”, “국제대를 경유하지 않아서 불편하다” 등 많은 불만의 목소리를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브리타임)와 본지의 제보방에 표출했다.

(셔틀버스 노선 변경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브리타임)에 게재된 불만의 목소리)

 

 

_ 본지는 셔틀버스 노선 변경과 관련한 자세한 내막을 조사하기 위해 ▲학생복지과 ▲총무과 ▲재정과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BRIDGE ▲명품전세버스 ▲버스 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셔틀버스 노선 변경, 그 배경은?

_ 총학 비대위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 본부 측은 정차지 변경 사유로 ▲190번 버스와 접촉사고, 건널목 횡단 학생의 대인사고 등 학생 안전과 관련된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함에 따라 셔틀버스 주차장 및 운행 노선의 변경에 대한 필요성 대두 ▲해사대학관 앞에 정차함에 따라 교수 연구실에서 매연 및 소음으로 인한 민원 발생을 들었다.

_ 해사대학관 매연 및 소음에 대해 셔틀버스 정차지와 인접한 곳에 위치한 33명의 해사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불편 사항을 조사했다. 33명 중 연락이 닿은 16명 교수들의 답변을 종합하면, ▲”소음이나 매연으로 인해 수업에 방해된 적은 없다” ▲”거리가 멀어 괜찮다” 등의 ‘관련 없다’는 의견과 ▲”엔진소리와 매연으로 불편함을 느낀다”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해 불편하다” ▲”소음과 매연보다는 흡연 냄새로 인해 힘들다” 등 다양한 불편 사항을 제시했다.

_ 소음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본지는 직접 ▲버스 정차지 ▲해사대학관 141호 강의실(정차지와 인접한 강의실) ▲해양과학기술관에서 2일간, 오후 2시, 5시에 ‘dB Meter’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측정했다. 측정 결과, 오후 2시, 5시 학내 평균 데시벨은 51~53dB 수준이었으며, 버스 출발시를 기준으로 ▲ 버스 정차지 68~70dB ▲ 해사대학관 141호 강의실 33~41dB(창문 열린 상태) ▲ 해양과학기술관 53~55dB 로 측정됐다. 데시벨 측정기로 측정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가 아닐 수 있으나, ▲ 버스정차지 15~19dB ▲ 해사대학관 141호 강의실 8~10dB 정도 데시벨이 상승했다.

(셔틀버스 정차지와 인접한 해사대학관)

 

(버스 정차지 바로 앞에서 측정한 데시벨)

 

_ 학생복지과 김조광 학생지원팀장은 소음 및 매연 민원과 관련하여 “학생들이 버스에 타기 전, 편의를 위해 미리 여름철에는 에어컨, 겨울철에는 히터를 틀어놓는다.”며 “이로 인해 엔진 공회전이 발생하여, 해사대학관 교수연구실로부터 끊임없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더하여, 학생들의 안전과 관련해 “지난 2019년, 해사대학관과 해양과학기술관 사이 건널목에서 셔틀버스와 학생이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났으며, 올해 출차하는 190번 버스와 셔틀버스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며 “후진으로 진입하고, 좁은 공간에서 유턴하는 등, 학생들의 안전에 대해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고 셔틀버스 노선 조정 배경에 대해 밝혔다.  

_ 총무과 이창기 총무과장은 “올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 따라, 학내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관장이 처벌받게 되고 학교가 보상하게 되었다”며 “안전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학생 순환버스를 이용하는 모습)
 

 

셔틀버스 개선됐으면 좋겠다”

_ 본지는 지난 5월 11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셔틀버스 관련 불편 사항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대한 학우들의 응답을 종합하면, ▲”하루에 두 번 중리를 운행하는데 운행 횟수를 늘렸으면 좋겠다” ▲”영도 입구에서 해양대로 바로 가는 셔틀을 만들어 달라” ▲”버스를 늘려, 노선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주말에도 운행해달라” ▲”버스 시간이 정확히 지켜지지 않아 지각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등의 다양한 불편 사항을 제시했다.  

_ 이에 학생지원팀장은 “셔틀버스의 노선 변경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시내버스의 경우, 버스 준공영제로 인해 부족한 재정을 부산시가 지원해주지만, 마을버스는 그렇지 않다”라며 “셔틀 노선을 늘리게 되면 마을버스의 노선을 잠식하게 된다. 그렇기에 영도구청과 협의해서 결정하게 된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12시 10분, 12시 50분 점심시간에 중리를 운행하는 셔틀버스의 경우도 학생들이 점심식사를 나가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주위 소상공인들의 편의를 위해 요청한 결과, 영도 구청이 허가해준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버스 노선이 가지는 의미와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정거장을 만드는 것은 도로를 점유하는 일”이라며 “작년에 101번 버스를 학내로 유입시키려 협의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버스노선조정위원회는 1년에 2번 개최되는데, 한번 부결되면 그 뒤로 안건을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_ 총무과장은 “총무과에서 담당하는 학교버스의 경우, 원래 직원들 출퇴근용으로 도입되었지만, 학생들의 요구로 여유가 있을 때, 학생들 또한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고, 운행하지 않는 낮시간에 남포동, 대연동을 각 2회 운행하는 것으로 사용 중이다”고 말했다.

 

혼자만 탈 때도 있는데, 학생 셔틀버스 예산 낭비 아니냐”

_ 해양인문사회대학 2학년 A 학우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가끔 셔틀버스를 탑승하면, 아무도 없다”며 “하리에 자취하는 학생들만을 위한 셔틀버스 운영은 예산 낭비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이에 버스 기사 이탁기씨는 “오전 8시 이전인 오전 7시 30분, 7시 45분 버스의 경우, 90% 확률로 이용하는 학생이 없거나, 한두 명이다”라며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간대는 오전 9시~11시, 오후 3시 30분~5시, 오후 7시~9시이다”고 답했다.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버스 기사님)

 

_ 블렌디드 수업을 진행한 2021년 10월과 전면 대면 수업을 진행 중인 2022년 4월 순환버스 운행일지를 학생복지과 측에 요청하여 살펴본 결과, 오전 8시 이전의 경우, 평균적으로 2~7명 정도의 학생들이 이용하였고, 늦은 밤의 경우는 4~45명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시험 기간의 경우, 이용객의 수가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순환버스 예산에 대해 학생지원팀장은 “동아대 경영문제연구소에 원가계산을 의뢰하여 예산을 편성한다”며 “아침 8시, 저녁 6시에도 중리를 운행할 수 있도록 원가계산을 의뢰해 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셔틀버스 계약은 1년 단위이다. 한 번이라도 더 운행하고, 더 연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운행 중인 셔틀버스)

 

학생들의 의견은 무시하는 것이냐”

_ 설문조사 결과, 과반수가 넘는 학생이 셔틀버스 노선 변경에 ‘반대한다’고 답했으나, 셔틀버스 노선변경이 그대로 실행된 것에 재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해양인문사회대학 소속 3학년 B 학우는 “노선 변경에 대한 투표를 했고, 과반수 이상이 반대하는 결과가 나왔는데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고,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인 것이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_ 설문조사 결과 반영에 대해 학생지원팀장은 “해당 설문 결과, 약 300명이 응답했고, 결과 또한 한두 명 차이로 바뀌는 상황이었다”며 “본교 전체 학생 수가 약 6,700명이며, 응답 대상이 5%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전체 학생들의 의견이라 볼 수 없었고, 학생들의 의견이 비슷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양인문사회대학이나 공학 2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전체 학생들과 교수, 교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결정하였다”며 “학생들이 조금만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학생복지과에서 학생들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설치한 가판대)

 

_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BRIDGE는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반영되지 않은 점, 유감스럽다”며 “이번 노선 변경에 있어 총학 비대위는 노선 변경 결정자가 아닌, 학생 의견을 전달하는 입장이었다”고 답했다. 또한 “이번 상황을 통해 ‘총학 비대위 차원의 대응이 부족했나’ 스스로 되돌아보는 순간이었다. 앞으로는 학생 의견을 전달하는 데 있어 더욱더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총학생회 비대위가 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의견 반영을 위해선

_ 한국해양대신문 장영경 국장은 “학우들의 의견을 대신해 대학 본부 측에 전달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우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이다” 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국해양대신문에서 다시 설문조사를 실시했음에도 참여율이 저조했다”라고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총학을 비롯한 다른 학생자치기구들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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