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인기도 옛말
철밥통 인기도 옛말
  • 김영민
  • 승인 2022.09.01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정적인 공무원이 최고다. 적어도 지금 20대나 30대 대부분은 이 말을 부모님이나 주위 어른들로부터 한 번쯤은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난 1000년간 유교의 최고가치는 입신양명이었고, 이는 현대에 이르러 공무원이라는 자리로 이어졌다. 필자 역시 공시 준비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통계청이 작년 11월에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이상 청년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에서 국가기관(공무원)이 대기업, 공기업에 이은 3위로 추락했다고 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1.줄고 있는가?

우선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정말로 줄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사혁신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의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아래의 표와 같았다.

 

2021년의 경쟁률은 2013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허위 응시자를 제외한 실질 경쟁률을 보아도 절반 수준이다. 이 통계를 보면 실제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감소하고 있다.

고령화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는데 혹시 청년인구라는 분모가 줄어들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통계청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0660만 명에 달했던 20~29세 인구는 2020년에는 703만 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그렇다면 청년인구가 줄어들어서 경쟁률이 낮아진 것도 아니다.

일단 이 글의 전제, 청년세대의 공무원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된 것일까? 필자는 그 원인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아 보았다. 바로 조직문화, 낮은 봉급, 불확실한 전망이다.

 

2. 경직된 조직문화

현재 청년세대는 군대식 문화에 익숙한 장년층과는 달리, 부당함과 불필요한 조직문화에 곧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청년들에게 공무원이라는 조직은 20, 30년씩 고인 상급자들이 가득한 그야말로 조직문화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9월 대전과 인천에서, 올해 2월 전주에서 신입 공무원이 연달아 자살한 것도 경직된 조직문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년층이라고 해서 군대가 좋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은 아니다. 또 요즘은 팀장, 과장급에도 여성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니 군대에 가지 않는 여성이 군대식 문화를 이어간다는 말도 이상하게 들린다.

 

출처: copyright

공무원 조직은 거대하다. 그 수가 100만 명에 달하는 거대조직이기 때문에 수많은 민감한 법률과 규정에 따라 모든 행동이 이루어진다. 법령에 어긋나는 어떤 사항이라도 민원의 대상이 되며, 그 경우 공무원에게는 견책에서 심하면 파면에 이르는 6가지로 분류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주민센터나 구청 등에서 날아오는 모든 고지서에 상세한 근거 법령과 구제 방법이 기입되어 있는 이유다. 따라서 그러한 특성상 책임 소재가 명확하고 보수적이며 변화를 두려워한다.

또 인적 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큰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대체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사회에서 상급자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상급자는 가깝게는 복잡한 직무상의 조언을 주며, 멀게는 자신의 근무 성적을 평가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공직사회에서 상급자나 부서장에게 관습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일은 굉장히 흔하다. 신입 공무원이 6개월의 시보 과정을 거쳐 정식으로 임용된 것에 선임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떡을 돌리는 시보 떡 문화는 특히 유명하다.

지난 2월 경상북도에서는 부서장 식사 모시기(하급 공무원들이 부서장에게 점심을 사 주는 행사)’, ‘차량 대기(하급 공무원들이 상급 공무원의 출장, 식사를 위해 운전을 해주는 일)’와 같은 불합리한 관행들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사가 날짜만 다르게 여러 차례 나왔던 것으로 보아, 관행의 근절은 요원해 보인다.

 

3. 공무원의 봉급 수준

 

6

7

8

9

1호봉

2,150,200

1,929,500

1,720,300

1,686,500

2호봉

2,250,200

2,017,500

1,803,900

1,709,600

3호봉

2,353,400

2,110,700

1,892,000

1,748,300

4호봉

2,458,800

2,208,700

1,982,000

1,802,400

5호봉

2,567,400

2,310,100

2,075,500

1,872,000

(출처: 인사혁신처 2022년 일반직공무원 봉급표)

봉급이 많은 축이라면 이런 딱딱한 조직문화도 감당할 만할 것이다. 그렇지만 공무원의 봉급 수준도 생각보다 높지 않다. 대부분의 공무원은 9급에서부터 근무를 시작하는데, 가장 많은 숫자인 일반직의 경우를 보았을 때 91호봉 월급은 대략 170만 원. 2022년 기준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이다. 일일 8시간 주 5일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만으로도 191만 원의 월급이 나온다. 9급 공무원은 수당을 제외하면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월급을 받게 되는 셈이다.

물론 공무원의 봉급에는 그 직렬만큼 다양한 수당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다고 할 수는 없다. 일부이지만 수당이 본 월급보다 많을 때도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봉급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봉급을 받기 위해 투자한 것들을 생각하면 확실히 적다. 2017년의 조사자료이긴 하지만, 설문조사의 결과 공무원 시험 합격자의 경우 평균 22개월을 준비했다고 한다. 26개월이라는 기간은 현재 군 복무 기간보다도 길며 20대라는 중요한 시간에 극히 일부만이 성공하는 공시 준비는 엄청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또 매달 평균적으로 62만 원을 지출했다고 하는데 학원비, 교재비, 강의비만으로 26개월 동안 1,600만 원을 사용한 셈이다. 거기에 필요한 생활비까지 더하면 재정적 부담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가 된다.

 

4. 공무원 규모의 확장과 불확실한 전망

공무원은 봉급을 보고 하는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 세금을 받으며 업무를 처리하는 특성상 많은 봉급을 주기는 어렵고, 공무원들도 은퇴 후 자연히 노후보장이 가능해지는 연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연금 상황 역시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

2000년대부터 이미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라는 표어로 경종을 울린 저출산 문제는 2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악화하여 통계청 기준 2020년에 합계출산율이 0.84명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게 되었다.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연금 상황도 불안정해짐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정부는 근 10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늘렸다. 2021~2030년 공무원 연금 적자는 총 612,000억 원에 달하며 이는 모두 국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러한 재정적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는 지속해서 연금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의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공무원의 연금 본인부담률은 9%로 국민연금의 2배에 달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연금의 고갈 시기는 지속해서 앞당겨지고 있고 추가적인 부담률의 증가는 확실해 보인다. 또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연령 또한 지속해서 늦춰지는 추세다. 공무원연금법 부칙 제4조에는 현재의 61세에서 최대 65세까지 수령 연령이 늦춰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무원 집단은 이제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렸고 철밥통이라는 안정성도 보장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공무원은 해임, 파면 수준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잘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지금까지 작은 정부를 추진하던 정권의 경우 공무원 인원을 감축한 전례도 있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안정성이라는 요소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 공시생의 사족

평균적으로 2년 이상의 준비기간과 1,600만 원 + a의 비용이 필요함에도 경직된 조직문화, 낮은 봉급, 불투명한 장래 등 여러 이유로 인해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국가에 있어서 꼭 필요한 직업의 하나이기에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은 노량진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꿈을 위해 매일매일에 충실한 수십만 공시생들에게 합격의 기쁨이 있기를 기원해본다.

 

출처

(최세호, “‘식사 모시기’‘차량 대기관행 근절될까”, <내일신문>, 2022.02.03.)

(“공시 합격자, 매달 62만원 쓰고 평균 26개월 준비했다”, <한겨레>, 2017.10.25.)

(최훈길, “공무원 줄이고 철밥통 손본다..40조 인건비 대수술”, <이데일리>, 2022.03.2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