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전, 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청와대 이전, 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 최승혁
  • 승인 2022.09.0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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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하 윤 당선인)은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그리고 중장년층과 젊은 인재가 함께 국정에 참여하는, 이른 바 ‘제대로 일하는 정부’라는 슬로건을 걸고 폐쇄적인 청와대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명분 하에 청와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10대 공약에도 청와대 이전을 넣어 놓았을 정도로 청와대 이전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22대 대선에서 최종 당선되며 청와대 이전은 눈 앞의 현실로 가시화됐다.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 집무실 등의 설치 장소를 두고 서울 광화문의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청사, 용산의 국방부 청사 등 총 3곳을 놓고 검토했으며, 이 중 국방부 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하고 5월 10일까지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산 국방부 청사의 경우 지휘통제 시스템, 데이터 관리, 집무공간 최적화를 통해 국가안보위협 시 신속대처, 국방부 청사 지역은 이미 군사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던 만큼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국민 불편의 최소화, 용산 공원 개방을 통해 미국 백악관 형태의 국민소통의 공간인 대통령실 구현, 광화문 청사로의 이전보다 임대비용, 리모델링과 이전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 지출이 가능해 효율적인 점 등의 이점이 있다는 것이 윤 당선인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안보에 위해가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로 군 수뇌부의 위험 분산이 불가하다. 국방부로 집무실을 이전할 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군정권자인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한 곳에 모여있는 구조이며, 최대 군령권자인 합참의장까지 한 곳에 모여있는 구조가 된다. 이에 북한이 유사시 용산 집무실 및 국방부 부지를 우선 타격지점으로 설정하여 군 지휘부 몰살을 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합동참모본부는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최근 북한의 도발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되고 있으며, 군 당국이 평소보다 더 흔들림 없는 24시간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시기에 이삿짐을 옮겨야 할 상황이고, 가용 업무공간을 찾는데 난항도 겪고 있어 안보 공백이 매우 우려되고 있다. 또한 국가위기관리센터의 부재를 비롯하여 대통령 경호 문제, 인수위 측이 당초 발표한 사업 비용에 비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예상 소요 비용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삼 정부부터 꾸준히 이어진 집무실 이전 논의…실천 못한 까닭은?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공약은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에서 벗어나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집권 초기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을 꾸준히 추진해왔지만 결국 청와대를 대체할 공간을 찾지 못해 이행하지는 못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을 처음으로 내세운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1993년 대선 후보 시절 군사독재와 결별하겠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에서 집무를 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지키지는 못했다. 대신 1993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 첫 날 1.21사태로 인해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됐던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을 개방했다. “문민정부 시대에 걸맞게 국민들이 청와대 앞을 자유로이 통행하도록 해서 국민과 좀 더 친숙한 대통령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년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와 과천 제2정부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경호, 비용 등의 문제로 중단했다. 대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던 관례를 깨고 처음으로 서울청사에서 주재, 청와대 경내에 위치한 조선 왕조 생모 7인의 신위를 모신 칠궁 개방, 마지막으로 청와대 관람 허용 대상을 단체 관람객에서 개인·외국인 관람객으로 넓혔다.

 

 그 중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 공약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2002년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냈던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중단됐다. 관습헌법에 의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로 규정된다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경복궁 4대문 중 유일하게 비공개로 남아 있던 북문인 신무문을 개방하고, 창의문에서 와룡공원에 이르는 북악산 성곽로 구간을 처음으로 개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초반 정부 서울청사 별관으로 집무실, 비서실, 경호실 이전을 검토했지만 역시 이전 대통령들이 그랬던 것처럼 비용, 국회 승인 문제 등으로 중단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대선 후보 시절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당선 이후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를 광화문 대통령시대 준비자문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집무실 이전 공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한시적으로 개방되던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하는 등 집무실 이전을 위한 준비 단계를 거쳤다. 하지만 그 역시 이전 정부에서 제기됐던 문제점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이전을 보류했다.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 유 석좌교수의 입장이다.

▲ⓒ중앙일보

 

임기 시작일부터 민간 공개, 기존 청와대 부지 구체적인 활용 방안 모색해야…  

 

윤 당선인 측은 임기 시작일인 5월 10일부터 바로 청와대를 국민에게 함과 동시에 최근 개방된 북악산 남쪽 탐방로도 청와대 개방 시간에 맞춰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관람 인원은 한 팀당 최대 6천500명으로 2시간씩 간격을 두고 관람하도록 해 하루 최대 3만9천명이 청와대를 둘러볼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인수위 청와대이전TF는 청와대 개방을 앞두고 관련 홈페이지를 개설하였으며, 이곳에는 청와대 개방의 의미와 관련 정보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4월 14일부터 5월 22일까지 이를 통해 청와대 활용 방안에 대한 국민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취임 이후 청와대를 완전히 개방해 새롭게 단장할 것"이라며 "특히 K팝과 우리 전통음악의 합동 공연 같은 문화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8일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에 보고한 청와대 경내 활용 방안과도 맞물린 것으로, 청와대 야외 공간을 공연·전시·체육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활용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서울 한가운데에서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74여년 만에 금단의 땅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만큼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의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여 청와대가 가진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잘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4월 27일 현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와대 이전은 어쨌든 진행중이다. 청와대의 권위와 고립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곁으로 한걸음 다가온 만큼 국민의 목소리를 더 잘 듣고 좋은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를 기원한다.

 

 

<참고자료>

윤석열 공식 유튜브, [용산시대] 대통령실 이전의 필요성 <윤석열 공식 유튜브> 2022.03.20

장관석 기자, 신규진 기자, 전주영 기자 [동아일보 | 정치] 尹측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 적극 검토” <동아일보> 2022.03.16

정빛나 기자, [대통령실 용산 이전] '국방부 시계 제대로 도나' 안보공백 우려도 <연합뉴스> 2022.03.20

윤삼근 기자, “청와대를 국민품으로, 대통령은 국민속으로" [Q&A]대통령집무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는 이유는? <창업일보> 2022.03.20

유설희 기자, [정치] ‘탈권위’ 상징 청와대 이전 공약의 역사…김영삼부터 문재인까지 ‘단골 공약’ 2022.03.20

김승욱 기자, '완전개방' 靑서 K팝 공연 본다…인수위, 문화공간 조성 검토 <연합뉴스> 2022.03.31

성지원 기자, 윤석열, 대본 없이 45분 회견…지시봉 잡고 ‘용산 이전’ 설명 <중앙일보>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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