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에 펼쳐진 그림자
지방대학에 펼쳐진 그림자
  • 이아영 기자
  • 승인 2022.10.1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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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닫는다’ 일명 벚꽃엔딩은 수도권으로부터 거리가 먼 지역의 대학일수록 신입생을 구하기 어려워 차례대로 학교가 없어진다는 속설이다. 몇 해 전부터 등장한 이 말은 지방대학이 차례차례 없어지지 않고 한 번에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로 바뀌었다. 지방대학의 소멸은 단순 지방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소멸의 문제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한국지방대학의 소멸 원인은 무엇이며, 부산에 위치한 우리대학은 어떤 상황인가?

 

지방 소재 대학의 위기

_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 4년제 대학 전체 입학자 수는 2010년 38만 1천여 명에서 2020년 32만 9천여 명으로 13.6%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고교 졸업자 수가 63만 3천여 명에서 50만여 명으로 21.0% 대폭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방대학의 학생인구 감소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입학자 수 감소 폭이 가장 큰 지역은 울산으로 10년 새 17.9%가 감소했다. 타 지역 역시 ▲경남 -16.6% ▲전남 -16.4% ▲경북 -15.6% ▲충남 -15.4% ▲전북 -14.7%로 입학자수가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 전국 대학 입학생 수 [제공: 한국지방행정연구원]

 

_일각에서는 지방대학의 소멸문제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말한다. 하지만 학령인구-대학 입학생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은 오히려 대학 입학생 수가 증가하여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0년 전국 대학 입학생 수 표에 따르면 ▲서울 +0.9% ▲인천 +1.8% 로 수도권에서는 지방과는 반대로 입학생 수가 늘어났다.

_지방행정연구원의 ‘지방대학 위기대응 및 상생협력 방안’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만 18세 학령인구는 47만 6천 명 정도로 대학 입학정원(49만 2천 명)보다 적다. 신입생 모집 미달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미달인원의 90%가 지방대학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학 소멸은 정말 대학운영만의 문제인가?

_교육부는 지난 9월 15일 석간보도자료를 통해, 대학 적정규모화 계획의 참여대학을 발표했다. 총 96곳이 참여했으며, 전국적으로 1만 6197명의 입학정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소인원의 88% 1만 4244명을 지방대학 74곳이 차지했고, 수도권 대학의 참여는 22개 대학에서 1953명 12% 감소로 저조했다. 

▲표2: 권역별 대학적정규모화 계획 [제공: 교육부]
▲권역별 대학적정규모화 계획 [제공: 교육부]

 

일각에선 ‘대학 적정규모화’는 지방대학의 정원만을 줄이는 계획이라는 지적도

_교육 당국은 대규모 미충원으로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정원감축 계획한 대학들에게 지원금 투자를 약속했다. 지원금 토대 대학정원감축은 수도권 대학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고, 지방대학에게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렇듯 지방대학정원이 감축된다면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고, 이는 결국 지방대학과 지방의 몰락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라 지적한다.

_학생 수 감소로 일어난 지방대학의 붕괴, 그 붕괴로 인한 영향은 지역사회로 빠르게 퍼지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청년층 지역이동의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의 수도권이동 현상은 대학입학과 구직단계에서 주로 일어나며, 이동한 인구는 다시 지방으로 쉽게 이동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직장의 수와 인프라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어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청년 인구가 빠져나가며 지방 인구가 감소하고, 감소한 청년 인구는 쉽게 채워지지 않아, 지방의 고령화가 가속화되어 지방 소멸이 더 빨라진다는 것이다.

 

지방대학의 소멸, 위기 대책: 지역사회 공생 프로그램

_지방행정연구원은 ‘지방대학 위기대응 및 상생협력 방안’ 리포트를 통해, 지방대학의 소멸위기 대처법에 대해 지자체, 대학, 지역 기업의 상생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학은 지역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을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하며 이를 통해 지역기업의 발전과 성장을 촉진하므로, 지방 대학의 육성은 지역 기업과 연계 속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방 대학의 경쟁력의 산출을 위해서 지역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 지역인재 육성 및 기술 혁신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_이어 교육정책에 한정되기보다 다양한 지역산업 및 일자리정책, 청년 정책 등 다양한 정책과 연계해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산시의 청년산학창업국 지산학협력과에서 대학 지원 업무를 지역산업 정책과 연계하는 것과 같이, 지자체 차원에서 통합적 대학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대학의 현황은?

_우리대학은 지방대학의 위기로부터 안전한 것일까? 대학알리미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작년 4월 기준 재학생 충원율(정원내 재학생수/(학생정원-학생모집정지 인원)X100%)은 100.8%, 신입생 충원율(정원내 입학자 수/정원 내 모집인원X100%)은 99.9%로 미달 난 학과는 없었다. 우리대학 도덕희 총장은 KNN 인물 포커스 인터뷰에서, “우리대학에는 아직까지는 미달한 학과가 없었지만 해가 지나갈수록 입학 성적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며 우리대학 또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리대학 재학생 충원율
▲우리대학 재학생 충원율 [제공: 대학알리미]
▲우리대학 신입생 충원율 [제공: 대학알리미]

 

_이어 총장은 25년 후 지방대학 10곳 중 3곳만 생존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며, 지방대학의 생존문제는 지방대학의 대응전략의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정부와 교육 당국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 지방대학 소멸 문제는 지방의 자체적인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적 지원으로 지방대학만의 자산, 부지를 활용하여 지역사회와 함께 공생할 방안을 모색해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과 삶과 휴식과 배움이 함께하는 복합캠퍼스타운을 조성하여 타지역과의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도 좋은 지역사회 공생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_한편, 총장은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이유에 대해, “수도권 대학으로 학생들이 진학하기를 원하는 이유가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각 대학만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우리 대학의 경우 ▲기숙사 수용률 1위 ▲등록금 대비 교육비 지급 비율 2위 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의 경쟁력은 어디서부터 나오는가?

_우리대학은 해양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학교이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해양금융, 항만물류, 조선기자재 등 특수한 분야의 역량을 키운다. 이후 그 역량을 바탕으로 졸업생들은 전 세계 해양분야에서 왕성히 활동한다. 총장은 대학에서 학생들이 해양산업에 있어 필요한 역량을 집중해서 키우고, 졸업생들이 해양특화 분야에 지속해서 진출한 것이 우리대학만의 경쟁력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더욱더 특성화하고 강화해 대학의 특색을 만드는 것이 경쟁력 강화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총장의 의견이다.

_학술지 ‘부산 해양산업의 지역경제 부가가치 기여도 분석’에 따르면, 해양산업은 부산 총생산에서 6.6%를 차지하며 지역에서 5번째로 높다. 더하여 부가가치 순이익 효과는 부산 산업 중 해양산업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학술지는 향후 전통 해양산업 부가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해양과학기술업 등 신 해양산업의 육성을 위한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부산 해양산업이 지역경제 및 국가 부가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해양산업의 전망이 기대되는 만큼, 학생들의 역량 강화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대학 역시 한국해양대학교만의 특화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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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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