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한국 무기를 구매하다
폴란드, 한국 무기를 구매하다
  • 김영민
  • 승인 2022.11.16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밀리터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급격히 떠오르는 나라가 있다. 바로 폴란드. 네티즌 중에는 과장으로 혈맹, 아니면 아예 한 몸이 되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무기와 관련해 나왔던 튀르키예(터키)나 동남아 국가들과는 전혀 무관한 폴란드가 구매했다는 점, 그리고 그 규모가 상상 이상이었던 점. 그러한 이유로 인해 이번 수출계약이 주목받게 되지 않았나 싶은데. 일단 방산 수출의 명세에 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무기, copyright, 언스플래시

 

 

1. 방산 수출이 뭘까?

지난 727, 한국과 폴란드 사이에 한국산 각종 무기 구매에 관한 기본 협정이 체결되었다. 이는 나름의 강제성을 가지는 단계인 만큼, 여러 언론에서는 양국의 계약이 확실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 간의 계약이라는 것은 본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이번 수출계약 역시 2018년부터 지속해서 논의는 되어왔던 것이었다.

기존에 한국 방산 수출의 주요 대상지는 동남아시아였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 한국 방산 수출대상국 1위가 필리핀, 2위가 인도네시아였던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동남아를 대상으로 한 수출무기의 대부분이 군함이었던 것도 큰 차이점이다. 중국과의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의 격화에 기인했던 것들이었음을 볼 때, 분쟁의 격화가 무기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에 폴란드와 계약한 무기의 수량은 FA-50 경공격기의 개량형 48, K2 전차 980, K-9 자주포 648대로 물론 세부 사항은 차후에 달라질 수 있겠으나 그 규모만도 한화로 약 2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이는 작년 한국 무기 수출액의 약 3배에 달하는 쾌거이지만, 폴란드의 경제 규모를 고려해보면 더 놀라운 일이다. 폴란드 의회에 따르면, 올해 폴란드 정부예산 지출 규모는 약 5100억 즈워티(한화 150조 원 가량)로 이번 계약 금액은 폴란드 국가 예산의 13%에 달한다. 그렇다면 왜 폴란드는 그런 엄청난 돈을 들여 무기를 사려고 하는 것일까?

 

2. 왜  그렇게 많은 무기가 필요할까?

폴란드는 러시아와 역사적으로 붙어있던 관계로, 많은 충돌을 겪어왔다. 소련 시절에는 영토를 빼앗기고 위성국으로 전락하기도 했던 만큼, 러시아의 위협은 폴란드에 있어 대단히 가까운 것이었다. 그렇기에 폴란드는 철의 장막이 무너진 뒤에 NATO에 가입하며 친미 노선을 선택했고, 무기체계 역시 공산권을 벗어나 서방의 무기로 새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박차를 가한 사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위성국이나 마찬가지이므로 폴란드는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지형상으로 보면 폴란드는 동쪽 국경에 마땅한 자연장애물이 없고, 한편으로는 NATO라는 조직의 창이라고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서 밀려오는 난민들을 받아주고 대대적인 국방증강계획을 발표한 것도 그러한 위기의식의 발로이다.

 

 

폴란드-우크라이나 우호, copyright, 언스플래시

 

 

그렇기에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을 제공한 나라들 중 하나였고,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가 운용할 수 있는 소련제 전차 100여 대를 분실(?)이라는 형태로 지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무기를 지원한 만큼 그 빈자리를 새로운 무기를 구매해 충당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유명한 미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들이 아닌 한국 무기를 골랐을까?

 

3. 왜 한국 무기를 골랐을까?

가성비 모름지기 싸고 좋은 물건은 누구나 선호하는 것이지만 그사이에 존재하는 적정한 선을 찾는 것이 협상의 근간이다. 한국은 폴란드가 육성하려고 하는 서방제 무기의 틀 안에 있으니 시스템에 비슷한 점이 많고, 자국산 보병 화기나 전차, 항공기까지 생산할 수 있지만 비교적 국제무기 시장의 신흥강국으로 튀어나온 편이기에 목이 뻣뻣하지도 않다. 한국은 영토의 크기는 작지만 다양한 기후나 지형이 존재하기에 그 모든 상황에서 가동되는 무기는 적용성도 뛰어나다.

한국의 K2 전차와 경쟁하던 대상은 독일의 레오파르트 2와 미국의 M1 에이브럼스였다. 폴란드는 동유럽 국가의 특성상 서방처럼 풍족하지 못하기에 도로상황도 서방보다 나쁘다. 미국처럼 충분한 석유나 항공자산이 없기 때문에 연비가 낮은 M1 에이브럼스는 폴란드에서 주력으로 사용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독일의 레오파르트 2는 전차 자체의 가격보다 수리 및 기타비용이 더 많이 들고 생산성도 심하게 떨어져서 선택받지 못했다.

생산성 생산성은 무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폴란드는 국방력의 확충과 더불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물자까지 보충해야 하기에 많은 숫자의 무기를, 그것도 빨리 필요로 하게 되었다. 유럽은 냉전이 종식되고 30년 동안 지속적인 군축을 경험했기에 대규모 생산이 아예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역시 지난 10년간 군사적 개입을 자제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철수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대규모 무기 생산에 나서는 것은 어렵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냉전 시절의 거대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고 제조업도 살아있는 상태이다.

긴급성 폴란드와 계약을 체결하고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난 1019, 창원의 공장에서 K2 전차 수출용 물량이 처음 출고되었을 정도로 군수산업체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또한 전차 1,000대 이상의 거대한 계약인 만큼, 계약 내용에는 폴란드에서의 라이선스 생산(원 제작자와 계약을 맺어 허가를 받고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 각종 기술지원, 항공기의 경우에는 조종사 교육을 위한 비행학교 설립 등 각종 부가지원이 제공될 예정이다.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빠른 전력투입을 위해 K2가 폴란드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차병을 한국에 보내 훈련받게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한국산 무기의 장점에 폴란드 측에서는 만족했는지 지난 1019(현지시각) 한국에서 다연장로켓포 천무 288대 등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지난 9월 고양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DX 코리아 2022에서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요르단 등의 국가들이 고위급 인사들로 구성된 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방산전시회 현장의 전시물들, 촬영자의 허가 얻음

 

생각해볼 이모저모

현대전에서 무기는 국가 과학기술력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무기를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나라의 기술력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일이다. 그러나 무기는 동시에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전쟁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어떤가. 단순히 수출해서 좋다 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우연히 나온 우크라이나 유니세프 광고를 보고 해본 생각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독자 각자에게 맡길 일이다.

 

출처

(“K2전차 K9 자주포, 대폴란드 1차 이행계약 체결”, <방위사업청 보도자료>, 2022.08.27.)

(“한국, 무기 수출 세계 8··· 최근 5년간 무기수출 176.8% 증가”, <해외문화홍보원>, 2022.07.25.)

(김태훈, “폴란드군, 국내서 전차 훈련한다후속 계약도 '순조'”, <SBS 뉴스>, 2022.08.29.)

(“K-방산 수출 잭팟 릴레이조짐... 슬로바키아 전세기 대절 20일 방한”,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DX KOREA 2022>, 2022.09.1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