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전히 달콤한 관조와 두려운 진실로의 한 걸음
[취재수첩] 여전히 달콤한 관조와 두려운 진실로의 한 걸음
  • 김채빈 기자
  • 승인 2022.11.21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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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지난 2017년, 박원호 정치학 서울대 교수가 쓴 『‘기레기’를 위한 변명』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_ 지인들 중 기자가 있는 사람들은 너무도 잘 알 것이다. 기자들은 대체로 공손하지 않고, 얌전하던 사람도 기자가 되면 제법 대담해진다.”

 

_ 이어 기자들은 민의(民意)에 의해 선출된 적이 없어도 기자증 하나 목에 걸고 정부 부처를 출입하고, 고시에 합격한 적이 없어도 정책을 난도질하며, 그 흔한 학위 하나 없이도 세상 만물에 대해 오지랖이 넓음을 자랑할 수 있다” 라 기자에 대해 논평한다.

 

_ 개인적으로 위의 서술에 대해 동의하고, 대학 학보사 기자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학생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지 않고, 학보사 기자 명함 하나 가지고 대학 본부를 출입하며, 시험 하나 치르지 않고 대학 행정과 교수의 행동에 대해 마음껏 비판한다.

 

_ 기자의 자격도 없고, 전문적인 능력 없이도 ‘학보사 기자’가 된다. 하지만, “학보사 기자가 필요없는가” 라 되묻는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절대적으로 ‘NO’이다. 그들은 너무나도 필요한 사람들이다.

 

_ ‘기자’를 장래로 희망하는 이 한 명 없음에도, 주위 학우들이 겪는 불편 사항이 있는지 유심히 살피고, 소리치고 있지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찾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또한, 아무도 관심 없는 기사 한 줄을 위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학보사 기자를 필요로 하는 단 한 명을 위해 그들은 필요하다.

 

_ 학보사 기자로서의 나는 어땠는가

 

_ 내가 대학부 기자가 되어 경험하고 알게 된 내용들은 대학 구성원 모두가 알아야 하는 ‘사실’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모든 ‘사실’들을 기사로 쓰지 못했다. ▲장래가 두려워 교수의 잘못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대학원생 ▲’고소’를 들먹이며 기자를 압박하는 교수와 정치인 ▲후배의 안위를 걱정하며 덮으라는 현직 기자 선배 등 ‘학보사 기자’를, ‘나’를 보호해주는 것은 우리들 스스로뿐이었다.

 

_ 『우리는 권력과 금력 등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내·외부의 개인 또는 집단의 어떤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도 단호히 배격한다.』

 

_ 한국기자협회에 기재된 첫 번째 윤리강령인 ‘언론자유’조차 지키지 못했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발로 뛰며 취재했다고 자부하지만, 스스로에게 떳떳하지는 못한 기자였던 것 같다. 

 

_ 그럼에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한국해양대신문사에 들어와 처음으로 쓴 글은 “달콤한 관조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는 제목의 사설이었다. 관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때로는 비관적이고 냉철했으며, 때로는 열정적이며 분노를 불태웠다. ‘기자’가 무엇인지,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수많은 질문들을 고민하며 나의 대학 생활은 흘러갔다.

 

_ 여전히 관조는 달콤하고, 진실로의 한 걸음, 반 발자국은 두렵지만, 나의 이 두려운 한 발자국이 후배들에게 또 한 발자국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소망하며, 고민하고 또 고민할 그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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