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사관의 장기 승선 기피 현상 심화, 해결책은? feat. 해외 선사
초임 사관의 장기 승선 기피 현상 심화, 해결책은? feat. 해외 선사
  • 한재신 기자
  • 승인 2022.11.28 22: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기 승선 기피 현황

[사진 1. ▲해기사의 면허별 이직률 제공=2022 선원통계연보]
[사진 1. ▲해기사의 면허별 이직률 <제공=2022 선원통계연보>]

 

_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5년 미만의 승무 경력을 가진 해기사는 2014년 5,966명에서 2021년 7,415명으로 1,449명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10년 이상의 승무 경력을 가진 해기사는 26,074명에서 19,461명으로 6,613명 감소했다. 또한 2021년에는 ▲4급 항해사 63.3% ▲4급 기관사 72.6% ▲3급 항해사 22.8% ▲3급 기관사 21.1%의 이직률을 통해 상당수의 초임 사관들이 장기 승선을 기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장기 승선을 기피하는 이유는?

_11월 3일부터 10일까지 본지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대학 해사대학 학우들은 장기 승선을 기피하는 이유로 ▲교대(로테이션) (32.1%) ▲급여 부족(22.3%) ▲업무 부담(20.5%) ▲선상 인권 침해(17.9%) ▲기타(7.2%)를 꼽았다. 그외 장기 승선을 기피하는 각자의 이유를 자유롭게 밝혀 달라는 질문에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긴 승선 기간 ▲육상직과 해상직의 적은 임금 격차 ▲해외 선진국에 비하여 적은 급여 ▲정상적인 가정생활의 어려움 등의 답변이 있었다.

_이에 본지는 학우들의 답변을 토대로 해외 선진국 선사(이하 해외 선사)와 국내 선사에서 각각 근무 중인 해기사들과 직접 위 사항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선사 = 선박을 이용하여 사람 또는 화물 따위를 운송하는 사업을 하는 회사. 우리대학 해사대학을 졸업하면 취업하게 되는 곳이다.

_장기 승선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해외 선사인 시피크(Seapeak) LNG에서 근무 중인 이동현 일등항해사(이하 이 일등항해사)는 “대부분의 국적선사가 선원법에 명시된 유급휴가일 수에 따른 최소한의 유급휴가만 부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선원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유급휴가는 육상과 비교하여도 턱없이 부족하다. 육상에서 일 년 동안 휴일은 주말과 법정공휴일, 그리고 연차를 더 했을 때 4개월이 조금 넘는 정도인데, 승선 시에도 일 년에 3~4개월 정도 쉬니 오히려 육상보다 적은 일수를 쉬고 있다”며 해외 선진국 대비 부족한 유급 휴가 일수를 강조했다.

_국내 모 선사에서 근무 중인 A 씨는 장기 승선을 기피하는 이유가 ‘복합적’이라고 답했다. 먼저 ▲해기사에 대해 내부에서부터 존재하는 자조적 인식을 꼽았다. 그는 “해양대와 해사고를 비롯한 해기사를 양성하는 학교를 입학하는 동시에 ‘탈출해라’, ‘여기 왜 왔냐’ 등 개인의 선택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있다보니 승선근무예비역 복무 기간만 끝내고 하선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_둘째는 ▲해상 근무에 따른 폐쇄성으로 인해 ‘사람’에 따라 근무 환경이 크게 좌우되는 점을 꼽았다. “마음 맞지 않는 사람과 수 개월간 함께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든 것 같다”며 “취업 후 처음 승선한 배에서는 마음이 맞지 않아 힘들었는데, 지금 승선 중인 배에서는 마음이 잘 맞아서 근무하기가 한결 수월하다”며 폐쇄적인 선박의 특성상 함께 일하는 사람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본적인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 선박

_현재 국내에서 삼등항해사로 승선 중인 B 씨는 선상의 인권침해 현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뱃사람들이 말이 험하다는 말이 잘못된 인식인 줄 알았지만, 막상 승선하니 말도 안 되는 것으로 트집을 잡고 온갖 욕설을 들으며 감정 쓰레기통이 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현재 승선 경력이 길지 않아 배우는 입장에서 참고 있지만, 일부 시니어 사관(선기장 및 일항기사)들은 폭행을 하는 등 선상에서는 폭행이 아직도 존재한다”며 선상 인권 침해의 심각성을 밝혔다.

_인권 침해와 장기 승선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는 “초반에 어떤 사람을 배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장기 승선을 할지, 승선근무예비역만 마치고 하선할지, 군 특례조차 마치지 못하고 입대할지가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허울뿐인 선내 불만처리절차?

_2006년 해사노동협약 절차서 (2006 MLC PROCEDURE) (이하 해사노동협약)에 따라 인권 침해를 비롯한 협약 요건의 위반을 주장하는 선원의 불만 사항을 효과적이며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이등항해사/이등기관사를 선내 고충 상담원으로 임명하며, 선장은 필요시 고충 상담원을 추가로 임명할 수 있다.

_해사노동협약에 따르면 선박소유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불만을 제기하는 선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부당한 대우를 할 수 없다. 고충 상담원은 선원의 불만 사항에 대하여 비밀을 유지한 채 공평한 조언을 하고 선내 불만 처리 절차를 올바르게 이용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_A 씨는 “선내 불만 처리 절차가 존재하고 이항기사가 담당자이긴 하지만 보여주기식인 것 같다”며 선내 불만 처리 절차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근무하다 보면 회사에서 관리하는 선박들끼리 자주 연락하거나 선장님들끼리 정말 많이 통화를 하는 등 사내의 통신망이 굉장히 활발하다. 당직 때 선장님이 선교에 올라오셔서 통화를 하시는데, 남 뒷담화는 기본이고 이 사람 저 사람 평가를 참 많이 한다”며 비밀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에서 불합리한 대우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 회사에 소문이 나는 건 순식간이다”며 불만 제기의 어려움을 밝혔다.

 

해외 선진국 해운회사와 국적선사의 근로 환경 및 조건 차이는?

[사진2. ▲해외상선취업선원과 국적상선선원의 임금 차이 제공=선원통계연보]
[사진2. ▲해외상선취업선원과 국적상선선원의 임금 차이 <제공=2022 선원통계연보>]

 

 

_해외 선사의 인권 침해 발생 시 대응 체계 및 인식에 관하여 이 일등항해사는 “선내 인권 침해 발생 시 신고 절차와 공감대가 잘 형성되어 있다. 한국처럼 회사에 신고하면 불이익이 있을지, 혹은 돌고 돌아 가해자에게 이야기가 들어갈지 등을 걱정할 필요 없이 누구나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는 신고하며, 회사 입장에서도 객관적으로 조사 및 관리한다”고 답했다.

_이어 해외 선진국 선사와 국내 선사의 유급 휴가 및 교대 차이에 관한 질문에는 “먼저 유급휴가 및 교대 측면에서 해외 선진국 해운회사가 월등히 앞선다”며 “현재 근무 중인 시피크 해운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해외 선진국(유럽) 해운회사는 3개월 승선 후 3개월 유급 휴가를 부여받는 3 on 3 off 제도를 시행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절대적인 승선 기간이 국내 선사에 비해 짧을 뿐 아니라, 휴가 기간에 (승선 시)급여의 85~90%를 받는 국내 선사와 달리, 유급 휴가 기간에도 승선 시 급여의 100%를 받는다”고 답했다.

_급여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주니어 사관의 급여 차이는 크지 않지만, 시니어 사관은 (국내 선사 대비) 더 많은 유급 휴가를 부여받으며 1.5배에서 2배 더 높은 급여를 받는다”고 답했다.

 

장기 승선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통계 자료 2. ▲장기 승선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_본지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해사대학 학우들이 생각하는 장기 승선 기피 현상에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법은 ▲급여 인상 (41.4%) ▲교대(로테이션) 개선 (28.8%) ▲선상 인권 침해 개선 (15.3%) ▲기타 복지 확대(7.2%)인 것으로 나타났다.

_더불어 이 일등항해사는 장기승선 기피 현상 해결에 ▲승선기간 단축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선원 복지적 측면에서 사회적 단절을 완화하여 승선 근무에 대한 동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어 급여 측면에서는 ▲선원 비과세 혜택 확대를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외항선원(외국으로 항행하는 배의 선원)이 받는 세금혜택은 월 300만 원 비과세에 그치는 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 인도, 필리핀 등 선원의 비중이 크거나 국가기여도가 높은 나라들은 1년에 183일 이상 승선(해외체류) 시 근로소득세를 전액 면제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해운물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민국에서도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선사들의 대응 방식은?

_지난 13일 해사대학 학우들에게 공개된 선사방문 보고서(16곳 선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선사는 초임 사관의 장기 승선 기피 현상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들의 답변을 종합하면, 승선 기간 단축, 인터넷 사용 확대, 급여 인상 등을 통해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기사라는 직업에 대한 직업의식, 승선 사관으로서의 책임감, 장기 승선에 대한 본인의 의지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밝혔다.

 

해당 기사는 제329호 신문에 실려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