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으로 다가온 기후변화의 위협
눈앞으로 다가온 기후변화의 위협
  • 최승혁
  • 승인 2022.11.3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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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으로 다가온 기후변화의 위협

39기 수습국원 최승혁

 

-힌남노와 기후 위기, 그 상관관계

 

지난 96일 태풍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관통하며 사상자 19, 재산 피해 약 17,300억원, 이재민 약 2,700명이라는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발생시켰다. 태풍 루사와 매미, 에위니아에 이어 역대 4위의 피해 규모다.

특히 포항지역의 경우 포항제철 공장 대부분이 물에 잠겨 49년 만에 고로 3기의 가동이 정지되면서 12천억의 잠정 피해액이 발생하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어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그 피해가 극심하여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포항지역 피해 현황, ⓒ한겨레21

 

힌남노는 기존 태풍과 발생 지점에서부터 차이를 보이며 태풍의 공식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9월 힌남노가 열대저압부에서 태풍으로 발달한 곳은 북위 26.9도 일본 도쿄 남동쪽 1,280해상으로, 북위 25도 이상의 위도에서 태풍의 강도 분류상 최고등급인 초강력에 이를 정도로 강한 태풍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경우 주로 북위 520도에서 발생하는데 이런 공식이 깨진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태풍과 힌남노가 가지는 차이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인 차이로는 발생 위치와 여느 태풍들과 달랐던 독특한 궤적에 있다. 힌남노가 기존 태풍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도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 꼽히고 있다. 해수면 온도는 태풍 발달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보통 수온이 26 이상인 곳에서 발생하며, 북위 25도 상에서 태풍이 강하게 발달할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해수면 온도가 충분히 받쳐주지 못해서다. 북위 25도 이상의 경우 2728 정도의 평균 해수면 온도를 가지는데, 이는 힌남노처럼 강한 태풍을 만들어내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힌남노가 위치한 일본 오키나와 동남동쪽 약 250부근 해상의 수온은 2930에 달했고, 이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12도 높은 수치였다.

더불어 북위 30도를 넘어간 뒤에도 강한 세력을 유지한 점도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북위 30도 부근까지 올라오면 낮은 해수면 온도 등의 영향으로 세력이 약화되지만, 힌남노의 경우 중심기압을 살펴보면 지난 4일 오전 9시 북위 26도에서 중심기압 940hPa, 4일 낮 3시 북위 27도에서 935hPa, 5일 오전 9시 북위 29.8도에서 930hPa, 5일 낮 12시 북위 30.2도에서 930hPa로 오히려 세력이 더 강해진 것을 알 수 있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라니냐 현상도 해수면 온도 상승에 한 몫을 했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힌남노가 정체하다가 북상하면서 세력을 키운 것은 동중국해 수온이 높기 때문인데, 지난 40년 동안 동중국해의 수온이 여름철에 1.5도 이상 높아진 것으로 최근 분석하고 있으며, 서태평양 온도를 높이는 라니냐 현상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태풍들과 달랐던 독특한 궤적도 힌남노의 이름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무역풍이 우세한 저위도 해상에서 발달해 북상하면서 서쪽으로 이동하고 편서풍이 우세한 중위도 해상에서 북상하면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시계방향의 회전 경로를 보인다. 그러나 힌남노는 중위도 해상에서 발달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남서진하다가 급격히 꺾인 후 북상하는 기이한 경로를 보였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과 태풍의 남쪽에 발달했던 열대 저압부의 영향을 받아 이런 경로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힌남노 이동경로, ⓒ동아 사이언스

 

-기후 위기 주요 원인과 문제가 되는 이유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해 최근에는 연간 590억 톤까지 늘었으며, 교토의정서, 파리 협약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는 늘어나기만 하였다. 최근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보고서는 마지막 경고를 담은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8년 안에 세계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43%를 줄여야 하며, 가능한 많은 분야를 신속하게 전기화하고 그 전기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기후는 지구가 탄생한 이래 계속 변해 왔다. 과거의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는 인간 활동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 다르다. 산업혁명 이후 급속하게 증가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했고 이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의 증가로 인한 대기 구성 성분의 변화가 지구온난화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지구의 평균 온도가 높아지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해수 표면의 온도가 올라가며 해양순환의 변화가 나타나고 이에 세계 각지에서 홍수와 가뭄의 빈도가 증가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홍수와 가뭄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공기 중의 수증기 함유량이 많아지며,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대기 중에서 약 7%가량수증기량이 증가할 수 있으며, 온난한 기후에서는 호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호우가 증가하면서 비가 오는 날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며, 거기서 더 기온이 올라가면 토양에서 증발량이 많아져서 가뭄이 심해지거나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로 인하여 홍수와 가뭄의 발생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며 2018년 여름에 마른장마가 지속되면서 폭염이 기승을 부린 것 또한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가 심화하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뿐만 아니라 허리케인, 사이클론으로 불리는 열대성 저기압의 발생 빈도나 강도, 전파 경로 등의 주요 특성이 전반적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수온이 상승하면서 열대성 저기압 활동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었으며, 상위 1% 이내의 가장 강력한 태풍 강도가 증가하는 것 또한 해수면 수온 상승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태풍의 에너지원은 따뜻한 해상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상승하여 상공의 찬 대기와 만나 응결할 때 방출되는 잠열이다. , 해수면 수온이 상승한다는 말은 점점 더 위력적인 태풍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산업화 이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로 온실효과는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구 안에 열에너지가 점점 더 많이 축적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해양에 90% 이상의 열에너지가 흡수돼 해수의 온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중이다. 태풍을 비롯한 열대성 저기압이 만들어지는 열대 해역의 해수 수온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도양과 태평양에 걸쳐 분포하며 해수면 수온이 가장 높은 영역인 웜풀(warm pool)’의 확장이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웜풀 영역 관측사진, 동아 사이언스

 

웜풀 해역은 한반도 면적의 200배 이상 되는 거대한 지역으로 최근 들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웜풀 해역 내 해수의 수온이 가파르게 상승할 뿐만 아니라 확장 속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매년 한반도 면적(23km²)만큼 증가했지만, 최근 약 그 2배인 40km² 정도씩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태풍의 에너지원인 웜풀 해역이 확장된다는 건 좋지 않은 신호다. 앞으로 더 습하고 더 강력한 바람을 동반하는 위력적인 태풍을 한반도에 더 근접한 위치에서 마주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힌남노처럼 중위도 해역에서도 강력한 태풍이 발생하고 한반도에 근접해 다시 강화되어 그 대처를 어렵게 하는 일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 중심 부근의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67m 이상인 슈퍼 태풍도 앞으로는 수십 년만이 아니라 2~3, 혹은 매년 찾아올 수도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는 경우 2100년까지 한반도 영향 태풍 발생은 1.5, 태풍의 강도는 1.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

 

그렇다면 세계 각지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하는 노력에는 무엇이 있을까?

현재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제해사기구인 IMO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선박 연료유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선박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의 총량은 국내 전체 발생량의 6.4%로 나타났고, 이 중 황산화물인 SOx10.9 %, 미세먼지(PM10/PM2.5)9.6 %로 이는 각각 승용차 5천만 대, 트럭 50만 대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양과 같다. IMO는 세계 모든 해역에서 선박용 연료의 황산화물(SOx) 성분 함유율 상한을 기존 3.5%에서 202011일 이후 0.5%로 대폭 강화하는 IMO 2020을 부과하였으며, 20184월 제72차 회의에서는 2050년 선박에서 배출되는 연간 총 온실가스 수준을 200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계획도 제시하였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선박의 배출규제를 강화하는 법을 최근 제정하고 자발적 배출규제해역(Emission Control Area, ECA)을 지정하여 일반 해역보다 강화된 규제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약간의 노력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쓰레기 분리배출, 장바구니 사용, 종이컵 대신 개인 컵 사용하기 등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94kg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는 물론이고 14.2그루의 나무 식재 효과를 볼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는데,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된 식량의 1/3은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상태로, 이들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나 차지한다. 먹을 만큼만 받고 남기지 않고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당장 약간의 생활 속 실천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나온 과거는 돌이킬 수 없으나 수십 년 후의 기후변화는 우리의 실천에 달려 있다. 원인을 아는 만큼 지금 당장 행동으로 나선다면 미래는 충분히 바뀌고 개선될 수 있다. 성숙한 세계시민으로서 미래세대에게 더 나은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프리미엄 리포트] 태풍 힌남노 능가하는 슈퍼태풍 2~3년마다 올 수도 <동아사이언스> 2022.10.15.

권원태 APEC 기후센터 원장, [기후 칼럼] 기후변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시사오늘> 2021.03.25.

진재성 기자, “환경위한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기후위기 극복합니다” <이로운넷> 2021.04.12

류석우 기자, ‘힌남노피해 포항 주민들 물길 건드리는 게 아냐” <한겨레21> 2022.09.30

 

<이미지 출처>

류석우 기자, ‘힌남노피해 포항 주민들 물길 건드리는 게 아냐” <한겨레21> 2022.09.30

[프리미엄 리포트] 태풍 힌남노 능가하는 슈퍼태풍 2~3년마다 올 수도 <동아사이언스> 20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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