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지역 언론 비망록] "지역 언론, 그게 뭔데요?"
[2022 지역 언론 비망록] "지역 언론, 그게 뭔데요?"
  • 한재신 기자
  • 승인 2022.12.05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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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MBC 모니터단 1기 공동취재팀
부산지역 4개 국립대학 학보사 참여
웹진으로 시리즈 기획기사 연재

지역 위기가 소멸 이슈로 이어진 사이 지역의 모든 것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역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 지역의 2030 청년들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언론을 실질적으로 잘 모를뿐더러 거의 소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실 2030 청년들이 언론을, 뉴스를 회피하는 현상은 전국적이다. 올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2 한국’을 보면 응답자 3명 중 2명(67%)은 뉴스를 접했을 때 회피한 적이 있었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의 52%에 비해 15%p 증가한 것이다. 연령대로 보자면 20대가 9%로 가장 높고, 30대가 6%로 그다음으로 높았다.

이에 지난 10월 ‘부산MBC 모니터단 1기’의 학보사 출신 기자 4명이 만나 공동취재팀을 구성했다. ‘부산MBC 모니터단 공동취재팀’(이하 취재팀)은 지난 4월부터 약 10개월간 진행한 ‘부산MBC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언론에 대한 청년의 인식 수준을 취재했다. 우선 지난 11월 2일부터 11월 26일까지 부산 지역의 청년(만 18세~34세)에게 온라인으로 ‘지역 언론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선택형 객관식과 일부 주관식 문항으로 구성된 약 16가지 항목에 251명(여 164명·남 87명)이 응답했다.

[부산 MBC 모니터단 공동취재팀 제공]
[부산 MBC 모니터단 공동취재팀 제공]

 

2030에게 뉴스는 ‘필요한’ 정보 아냐

선별력 있는 정보를 처리 과정 없이 받아들일 수 있던 과거와 달리, 2030세대는 분별하기 어려운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들에게 언론은 여러 상품 가운데 하나였다. 청년들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 언론을 소비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설문조사 결과, 부산 지역 청년들 절반(50.6%)이 지역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하지 않는 이유 1위(49.6%)로는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을 꼽았고, ▲홍보가 부족해 알지 못해서(44.9%) ▲흥미가 떨어진다(40.9%) ▲접근성 자체가 어렵다(31.5%) 등이 뒤따랐다. 소비하는 응답자(49.4%) 가운데에서도 ‘일주일에 2~3회’(39.5%), ‘하루에 10분 미만’(48.4%) 소비하는 조합이 가장 많았다. 한창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연경(가명)(24세, 사하구) 씨는 “무엇보다 옛날처럼 정보가 신문에만 있다고 느껴지는 시대가 아니라 그런 것 같다”며 “필요한 내용이 신문보다는 다른 곳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역 언론을 보더라도 그 이유가 ‘불수의적인 경우’가 82.3%(102명)(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지역 언론을 접하는 경로(복수응답)가 인터넷 포털(53.2%)이나 SNS(66.1%)라는 응답이 각각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 직접 검색어를 입력하기보다 알고리즘을 통해 노출 혹은 추천돼 소비한다는 말이다.

물론 지역의 소식을 접하기 위해 직접 지역 뉴스를 찾는 경우가 57.3%(71명)로 뒤를 이으며 유의미한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김동조(25세, 연제구) 씨는 지역 보도에서 기대한 만큼 만족스러운 정보를 얻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부산 지역일간지 2가지를 주 3~4회 소비하는데 “신문을 보면 지역 행사와 같이 정보가 제한적”이라며 “지역민에게 지역의 현실적인 문제를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통찰력이 담긴 보도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내 이야기 빠진 언론’ 효용↓ 피로 ↑

같은 조사에서 청년들은 대다수가 지역 언론에 대해 효용(기댓값에 대해 만족하는 정도)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이 적었다. 지역 언론에 대한 효용 감도를 5점 척도로 나타내는 문항에서 ▲효용을 매우 느끼지 못함(1점) ▲효용을 느끼지 못함(2점) ▲보통(3점)의 비율이 55.8%(140명)에 달했다. 청년들은 지역 언론의 역할에서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청년들한테 지역 언론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그 역할을 ‘중앙 언론에 비해 지역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58%)이라고 답했다. 또 28%(71명)는 ‘지역민만의 이야기를 담는 것(풀뿌리 언론)’이라고 답했다. 미지근한 효용 실태와 달리, 지역 언론에 대한 역할 기대는 명확한 것이다. 청년들은 지역민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보도를 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대에 못 미치는 지역 뉴스가 지역 언론에 대한 청년들의 효용 정도를 떨어뜨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은순(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지역 언론이 청년에게 훨씬 더욱 더 효용성이 있으려면 일자리와 즐길 거리가 많은 이 두 가지가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며 “지역 언론이 ‘재미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혁신을 이루어 나가며, 지역의 근거리에서 볼 수 있는 맛집, 장터 같은 소소한 콘텐츠를 질 좋게 생산한다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모두가 위기, 혹은 괴멸 수준이라고 말하는 지금 여기에도 돌파구는 있을까. 그동안의 취재에서 우리 취재팀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두 달여간 부산 지역 곳곳을 취재하며 청년들과 전문가들을 만났다. 지역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역, 언론, 청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위기에서 일어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역 언론의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역 언론을 중심에 놓고, 청년들과 지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함께 일어설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기사 시리즈
1. ‘진짜 부산’이 담긴 언론에 대해 ‘청년’이 답하다
2. “제 점수는요 ‘1점’”, 뉴미디어 시장에서 외면 받는 지역언론
3. 한계점 명확한 ‘커뮤니티’... 지역언론이 대체할 수 있을까
4. 부산 지역 교수 3명 만나 들어본 ‘지역언론’
5. 대학 교지가 지역 독립언론으로 ‘뉴스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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