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MOU 문학공모전 [바다를 담은 이야기] 시 최우수상 박기쁨
2022 KMOU 문학공모전 [바다를 담은 이야기] 시 최우수상 박기쁨
  • 정예원
  • 승인 2023.01.16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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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해사법학부 박기쁨

 

옥빛 파도가 찰랑여

찰삭, 돌을 쓰다듬으면

머랭 거품에 섞이는 돌들

몽돌 몽돌 뭉쳐 굳어지고

 

분주한 파도가 누우려

철석, 철 섞인 돌을 치면

청옥의 편경 소리

몽글 몽글 진주 목걸이 흩어지는 소리.

 

버려지고 잃어버려

성났던 사금파리들

세월같이 감싸는 같은 파도 아래

유리알이 되고 보배로 맺혀

거봉 알처럼 늙어서 온 돌들

 

수정 포도향 하늘을 뚫고

바닷속으로 내리는 햇살

흰 베일이 되어 돌머리를 덮고

흰 물거품이 잠자리 날개로 돌몸을 덮고

돌이 사람과 같이 흙이 되도록

한 겁을 부르는 자장가 소리.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소리는

어쩌면 이렇게 잔잔한 소리

모든 것이 죽어가는 소리는

생애의 끝에 선 돌과 물이 만나

서로를 덮으며 부서져 가는

삶을 씻어내 버리는 자장가 소리.

 

천천히 옥을 드러내며 뻗어온 팔이

투명한 파도 손가락으로 발을 잡아

하얀 사리들이 한 쪽 발에 스며들고

자근 자근, 남은 발은 검은 돌을 밟으며

 

한 쪽 발은 생이 태어난 저승에

남은 발은 생이 돌아가는 이승에

해안선을 그리는 조개의 유해 따라 밟으며

 

삶이라는 풍화 끝에 모두 여기서 만나리라 여기며

언제 올지 모르는 그대를 계속 바라보리라

어딘가 해안선에서 뱃고동 노래를 부르며 출발해

어딘지 모를 해안선 너머로 사라져가는 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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