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MOU 문학공모전 [바다를 담은 이야기] 수필 최우수상 이상민
2022 KMOU 문학공모전 [바다를 담은 이야기] 수필 최우수상 이상민
  • 정예원
  • 승인 2023.01.1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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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내 기분

해사수송과학부 이상민

 

“1등 항해사님, 이거 해도 되겠습니까?” 내가 위탁실습도중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난 실습 항해사이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할 수 없었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바다라는 곳은 낮에는 햇빛에 비치는 바다가 아름다워 보이지만, 밤에는 거친 파도로 인해 두려워진다. 그런 바다위에 사는 우리와 같은 선원들에게는 항상 모든 것을 조심히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첫 승선인 실습 항해사, 나에게는 모든 것이 어색하고 무섭게 느껴져 무엇을 할때에는 함부로 할 수가 없다. 한 번은 레이저 온도계를 쓰고 갑판위에 두고온 적이 있었다. 온도계를 챙기는 것을 까먹고 방에서 자고있던 나에게 전화가 왔었다. “실항사, 너 레이저 온도계 어디다 뒀어? ”그 말을 순간 잠이 다 깨버렸고 바로 죄송하다고 하며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급하게 갑판으로 나갈려고 했다. 문을 여는순간 많은 비가 쏟아내리고 있었다. 비가 갑판위 철판에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둔한 내 머리를 치는 소리같았다. 결국 갑판위에서 온도계를 못 찾고 그대로 1항사님이 계시는 사관사무실로 들어갔다. 역시 내 머리를 탕탕치는 잔소리를 실컷 들었다. 그대로 방에들어가 가만히 스커틀 (창문)밖으로 쳐다봤다. 파도의 높이가 최소 4m이상 되어보이는 파도가 하얀 백파를 일으키며 우리 배를 괴롭히고 있었다. 마치 그 파도의 모형이 오늘 나의 기분을 표시하고 있는거같았다. 그렇게 파도처럼 화가 나있는 상태에서는 주로 바다를 보며 멍을 때린다. 일정하며 힘찬 소리를 내는 파도를 보면 아무 이유없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지겹다기 보다는, 정이 들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바다가 이렇게 백파를 들어내며 성질을 내지는 않는다. 바다도 잔잔할 때가 있고, 보통일때도 있다. 이런 바다를 보면 부러울때도 있다. 파도는 바람에 의해 물의 표면이 영향을 받아 생기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파도는 오랫동안 바람이라는 힘에 의해 괴롭힘을 당해왔어도 달라지는 경우가 없다. 지조와 절개가 있는 이런 파도의 고유 특성은 사람이 봐도 신기하고 부럽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지조와 절개가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항해를 하던 도중, 1등 항해사님은 미국 도착시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한 이불을 세탁하라고 나에게 말했다. 말을 들었을때에는 당연히 내가 실습하러 온 서열이 제일 낮은 사람이니까 이런 것도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세탁을 하며 가만히 앉아있으니 화가 났었다. 그래서 일부러 세탁을 늦게하고 1등 항해사님을 화나게 해 잔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다.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같은 짓이다. 그런 단순한 말도 제대로 듣지 않고 화만 내는 내가 정말 철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소한 일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내가 고독하고 어려운 대한민국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요이다.

그는 희망과 자신감을 잃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희망과 자신감이 산들바람처럼 불어올 때처럼 더욱 새롭게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라는 책에서 나온 말이다. 실습을 가기 전, 책이라도 한권사서 배에서 읽고자 하는 마음에 구매하여 배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이지 이 책의 주인공인 노인을 생각하면 나의 현재 모습이 부끄럽다고 말하고 싶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기 싫어한다. 심지어 그 일이 힘들든, 사소한 것이든 다 똑같이 하기싫어한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노인은 우리와 다르다. 힘든 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똑같이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을 추구했고, 그의 의지와 끈기로 바다에서의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 맞서나가며 고난과 역경을 극복했다. 거친 파도를 일으키는 바다에 작은 배 하나를 끌고 물고기를 잡아서 살아 돌아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인가? 거친 파도속에 배를 몰고나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 일 것이다. 본인 또한 그런 불의를 가진 사람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만약 내가 육상에서 저 책을 읽었다면 불의를 가졌겠지만, 실습 도중 이 책을 읽으니 생각이 달랐었다. 실습을 하며 이때까지 해왔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고, 무엇보다도 젊고 열정이 가득해야하는 본인이 단순한 실습기간동안에 불평만 가득한 것이 매우 한심스러웠다. 노인은 바다를 좋아할까 ? 때로는 먹을 수 있는 양식을 가져다 주고, 때로는 무섭게 휩쓸어갈만한 힘을 가지고 와 겁을 주는 귀신과도 같다. 그런 양면성을 가진 바다 위에서 외롭게 떠다니는 섬과 같은 상선에서는 당연히 본인과 같이 매일 불평을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불평이 많은 날에는 혼자 쉬는 시간에 선박에 제일 위에 있는 탑 브릿지에 올라가 바다를 보며 멍을 때린다. 신기하게 기분이 안 좋을 때 탑 브릿지에가 주기적인 파도가 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난게 없어지고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아무런 생각이 안들게된다. 파도가 좋아서일까? 그저 파도가 화난 필자가 타 있는 선박에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나를 달래주는 것처럼 느껴서라고 말하고 싶다. 파도가 배에 부딪히는 소리를 자세히 듣다보면, 파도를 보고싶은 마음이 들고, 그 소리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바다를 보고 있다.

파도에 휩쓸려 배가 가라앉지는 않을까?” 라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새벽마다 잠을 자주깼던 본인의 모습을 생각하며 이제는 갑판 위에서 파도를 반기고 멍을 때리는 실습 막바지를 생각해보면 파도는 정말 본인의 기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려는 파도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불평만 했던 내가 이제는 나를 달래주는 파도를 알아주고 내 기분과 같이 살랑대는 파도를 반겨주면서 바다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누구든지 처음 느끼는 것은 두려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마음이 바뀌어지지 않고 적응을 못한다면 어려워질 수 있다. 개방적인 마음과, 행동하기 전 많은 생각을 하는 버릇 등 좋은 습관들을 갖춘다면 파도를 적응할 수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늘 일정하게 쭉 유지되어지지는 않는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에게는 몇 분 단위로 기분이 좋았다가 안 좋았다라는 오락가락하는 순서를 거치게 된다. 파도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 텀이 사람보다는 길지만, 그 기복이 심해지는 구역을 들어가는 순간부터 배의 모든 사람들의 기분이 달라진다. , 파도는 사람의 기분을 좌지우지한다고 말해주고싶다. 아침에 일어나 항해당직을 가기 전, 배가 자주 흔들려 머리가 아프고 속이 안 좋아지면 그 날 하루는 우울해지며 본인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그 날은 자주 혼나고, 되는 일도 없고 힘든 하루가 예상되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아침에 일어나 잔잔하고 빛을 반사해 예쁜 바다가 되면 선교에 올라갔을 때 분위기가 달라보인다. 본인도 기분이 좋지만, 뒤에 올라오시는 다른 사관님들과 선장님들의 기분이 정말로 좋아보이신다. 밥을 먹을때도, 얘기를 나눌때도 정말로 기분이 좋으셔서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감정 기복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여 그 기복이라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인의 생각은 다르다. 늘 선박에 해를 입히는 파도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들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 늘 기분이 좋고 늘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는가? 본인또한 선박에 승선하기 전, 육상에서는 감정 기복이 존재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멀리하면서 감정 조절이라는 것의 어려움을 직접 느껴보지 못했다. 하지만, 선박에 승선하고나서 승선생활을 하고난 후 본인은 느꼈다. 본인또한 감정 기복이라는 큰 안 좋은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렇지만, 승선을 하고 나면서 감정기복이라는 것을 단점이라기 보단 하나의 사람들의 특성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사람의 감정은 늘 일정할 수가 없다. 물론 본인의 생각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감정이 정말로 이해할 수 없을정도로 이상한 사람들도 있다. ‘이중 인격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감정은 우리들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닌, 그 감정을 느낀 사람에서 이해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내 사회생활은 상선이라는 곳에서 3, 혹은 3년 이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바다라는 곳이 처음에는 설레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두려움이 제일컸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시작해보지도 않고 도전하지 않는 것은 어렵고 힘든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쩔때는 조용히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때로는 열정이 넘쳐 과하기도 한 파도를 보면 본인은 많은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자연도 지조와 절개가 있듯이, 사람도 또한 묵묵히 조건을 따지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처럼 상선에 승선하여 일하는 것은 육상에서 일하는 남들과는 달리 일이 힘들고 사람들을 자주 보지못해 외롭기도 한 고된 직업이다. 그럴때마다 파도를 보면된다. 파도를 보며 늘 저렇게 바뀌지않는 파도처럼 본인도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다보면 기분이 나아지고 언젠가 행운이 따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앞서, 많이 강조한 감정부문에서도 힘들고, 지치고, 외롭고, 그립고 등 많은 감정들에 의해 하루하루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조절하지 못한 감정으로 인해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고, 나 자신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며 며칠동안 안 좋은 날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순간들은 잠깐이다. 계속적으로 이런 감정들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 감정에 지배당하며 상선에서 살아간다면, 당장 상선에서 내려야한다고 생각한다. 실습을 하면서도 많이 혼나고, 많이 주눅도 들고 울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것은 이 모든 순간들이 정말로 잠깐이라는 것이다. 다음날, 사관님들은 정말로 뒤끝도 없으시고 나를 대하는 것이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만약, 본인이 그때 혼난 이후로 계속해서 본인의 감정을 다루지 못하고 들어냈다면 아마 사관님들이 더 혼내고 나의 감정을 건드리며 결국 본인은 하선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모든 것을 인내하고 넘기라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잠깐의 순간을 넘기기 위해 스스로가 움직여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대부분 기분이 안 좋을 경우 방에 있으며 아무것도 안하고 생각을 하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등 일명 을 하게 된다. 그것은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더 싹 트게해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본인같은 경우, 다른 방에서 노래를 크게 틀며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을 1달 반동안 진행하여 몸무게를 15kg감량을 성공했다. 그 성공에 따른 성취감과 동시에 어느샌가 감정 컨트롤이 가능해져 사관님들과의 대화에도 감정을 드러내지않고 오히려 기분이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다. 사람은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드러내어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그 감정을 다 들어내다보면 어느샌가 자신이 피폐해져 있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힘든 자신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그 방법을 통해 멋진 인간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감정을 잘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바다위에서 여태까지 상선과 어선 등 모든 선박들을 안전항해 하시고 있는 모든 선원분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본인의 기분을 잘 나타내는 파도가 되어서 선원분들에게 기쁨과 안전함을 안겨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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