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MOU 문학공모전 [바다를 담은 이야기] 수필 우수상 정동현
2022 KMOU 문학공모전 [바다를 담은 이야기] 수필 우수상 정동현
  • 정예원
  • 승인 2023.01.16 2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다를 보며

항해융합학부 정동현

 

-처음 영도를 보았을 때

 

처음 영도는 내게 드넓은 바다를 보여주었다. 산만을 보고 살던 나에게 바다는 속을 뻥 뚫어주는 역할을 해주었고 바다의 짠내는 산의 내음과는 사뭇 달랐다. 한 바퀴를 걷다보니 새들도 바다를 거닐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 새들을 보며 그 자유로움을 닮고 싶었다. 새들은 어딜 가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 위에는 배들도 많았다. 작은 낚시 배부터 커어다란 상선까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목적지가 어디인 지 모르게 단 지 걷고만 있었다. 이 거리를 거닐며 나도 언젠가는 목적지를 찾아가겠지. 저 영도를 한 바퀴 돌아보며 나는 여러 장소들을 신기한 것처럼 보았다. 흰여울 문화마을의 벽화를 보았고 부산항의 넓은 선적장과 여러 종류의 배들을 보았다. 배들은 분주히 여러 군데를 다니기에 바빳고 나도 그 배들을 보며 사색에 잠겼다. 그것이 지난 1월이었다.

 

-겨울이 지나고

 

겨울이 막 지난 2월 영도는 꽃샘추위를 맞이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패딩을 입고 다녔으며 밖에 걸어다니는 사람도 많이 없었다. 바다 위에는 한 점에 사람들없이 돛단배만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저 멀리에서는 배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구경했다. 사람들이 없는 자리에서 나는 상상하였다. 봄이 지나고 이 학교를 다니게 될 쯤 나의 시선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하고.. 저 배를 몰고 있는 나의 미래 또한 상상이 들었다. 이때의 나는 바다 위를 거니는 마도로스 같은 것을 상상하며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있었다.

 

-봄이 지나고

 

점점 시간이 지나 옷을 입기만 해도 더운 날씨가 찾아왔다. 그래도 부산이라 그런 지 산에 뒤덟힌 대구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바다는 시원한 바람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었고 나는 그 바다를 지나 학교로 가고 있었다. 바다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내어주고 있었다. 나는 학교를 가기위해 바닷가 위 다리를 지나고 있었는 데 배들이 출항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나를 깨우듯이 큰소리로 외쳤다. “뿌우, , .” 나는 아침잠을 깨워주고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그 소리가 좋았다. 저 배가 움직이기 위해 준비하는 것처럼 나도 인생의 목적지를 향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바다 위에서는 배 뿐만 아니라 더위를 잊기 위해서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또한 즐비하였다. 더위를 잊고 멀리 자유를 찾아 떠나려는 듯 저 멀리 더 멀리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부러웠다. 나는 정어리 속 개체 중 하나 같았다. 바다 또한 그 의지를 알았는 지 바람을 더 세차게 불어주었다.

 

-여름이 지나고


드디어 만물을 뒤덟는 가을이 왔다. 여러 색깔로 뒤덟히는 계절답게 부산의 나무들은 점점 갈색으로 물들어 갔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다였다. 바다는 늘 항상 푸른빛을 유지했다. 다들 물들어 가는 중 혼자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외로워보였지만 지조있어 보였다. 바다는 홀로 그 외로움을 견디며 같은 자리에 늘 같은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나중에 멀리 떠나가더라도 그 바다는 굳건하게 내 추억을 지키고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바다로 둘러쌓인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언젠가 배를 타고 멀리 떠나갈 운명이라도 같은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나는 외롭지 않았다.

 

  • 지나고

 

만물이 얼어붙는 겨울 나는 바다의 시린 추위를 경험했다. 바다의 찰랑거리는 물은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바다의 푸른 빛만큼은 여전히 밝게 빛났다. 바다는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길이고 바다 위에서는 여전히 배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바다는 계절 따위는 타지 않는 것처럼 끝까지 똑같은 모습을 항상 유지했다. 바다의 외형적 모습에서는 나는 상쾌함과 희열감 또는 추억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속 깊이 생각을 했을 때는 다를 것만 같았다.

 

이 속깊은 얘기를 지금부터 해보고자 한다. 바다 위의 저 배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떠나는 것일까. 배들이 항해하는 것을 보고 있을 때면 나는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든다.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자유로움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바다의 연속은 그 자유로움을 오히려 억제하고 공포감을 불러 일으킬 것만 같았다. 항해를 시작해야하는 나 또한 그러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예전에 미척지를 항해한 콜롬버스도 이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도 그렇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일은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불러오지만 실패할 것이라는 공포감 또한 양측에서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을 말이다. 나는 바다를 보며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었지만 세상은 내게 인생의 목적지와 목표를 정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나에게 크나큰 시련이었고 이내 곧 어린아이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항해사라는 직업이 나에게 어떻게 작용할 지는 모르겠지만(시련으로든 또는 새로운 경험으로든) 버티는 것만이 답이다하며 1년을 버티고 있다.

 

학교를 다니며 여러 사람들을 보고 듣고 항해사에 관한 내용을 들었다. 누군가는 바다 위에서의 항해가 처음엔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지만 배를 몇 년씩 타보면 오히려 감옥같을 것이다.”라고 말했으며 군대보다 힘들다.”라고 얘기한 사람도 있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여전히 글을 쓰면서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내 안에서의 갈등, 의문 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속 깊은 이야기 전 순수했던 꿈

 

<겨울이 지나고>에서 언급했던 내용처럼 나는 새와 배 같은 존재를 갈망했다. 새와 배는 여러 공통점이 있었다. 자유와 여러 도시를 여행한다는 점 그리고 바다 위에서 고독하게 서서 망망대해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나는 좋았다. 이때까지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회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바다는 나에게 무엇이든지 해줄 것만 같았고 정말로 그때의 나는 순수했었다. 어릴 때도 나는 사색에 잠기고 여러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는데 그때마다 등장했던 게 미지의 영역인 바다였다. 아직도 기억나는 영화가 있는데 그것은 <캐리비안의 해적>이었다. 잭스패로우 선장처럼 보물을 찾아다니고만 싶었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