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선배] 무던한 노력 끝에 빛을 보다
[기자가 만난 선배] 무던한 노력 끝에 빛을 보다
  • 서채연 기자
  • 승인 2023.03.30 2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태균 동문(해운경영학부ㆍ15)

_이번 <기자가 만난 선배>의 주인공은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 권태균 동문(해운경영학부ㆍ15)이다.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뿐만 아니라, 그밖에 무엇이라도 하나 더 얘기해 주려고 했던 그의 따뜻한 마음이 크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공인회계사란?

_공인회계사의 업무는 크게 ⯅회계감사 ⯅용역 ⯅컨설팅 세 가지로 나뉜다. 주 업무인 회계감사는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를 검토해서 오류나 부정 없이 작성됐는지 확인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더불어 회사에 재무제표를 작성해주는 용역업무와 내부 회계와 관련된 컨설팅 업무, 기업가치평가, 분쟁 조정 등이 있다. 권태균 동문은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사의 재산 운용에 확신을 주는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_그는 현 직업의 장점에 대해 “비교적 연봉이 높은 편이고, 주어진 업무만 수행하면 되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며,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회계법인, 금융공기업, 대기업 회계팀 등 일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은 등 좋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연봉이 높은 만큼 업무량도 많고, 잘못된 회계 시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그에 따르는 책임감이 크기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한 편이다”라고 직업적 고충을 전했다.

 

뒤늦게 입학한 대학

_권 동문은 현재 회계사로 일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회계사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권 동문은 군대에서 고졸이라는 학력에 한계를 느껴, 전역 후 수능을 준비하여 24살이라는 나이에 대학을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 입학 후, 한진해운에 입사한다는 막연한 목표를 가졌지만 2017년 초 회사가 없어짐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목적지를 잃게 되었다. 그때 아는 지인에게 우연히 ‘세무사’라는 직업을 추천받게 됐다. 세무사랑 회계사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회계사가 뭔지도 잘 모르고 막연하게 준비했다”며 “남들이 생각하는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공인회계사가 되기까지

_공인회계사가 되기 위해서는 회계ㆍ세무, 경영ㆍ경제 관련 학점과 공인영어시험 점수를 일정 수준 이수해야한다. 그리고 국가 공인시험인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합격해야 한다. CPA 시험은 준비 기간이 최소 3년10개월정도로 길고 시험 난이도로 인해 합격이 어렵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권 동문은 시험 합격을 위해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하는 노력을 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공부하면서 나태해질까 독서실 총무를 맡아 매일 공부를 할 수 있는 외부 환경을 만들었다. 그는 “독서실 쉬는 날이 한 달에 2번 있었는데, 그때를 제외하고는 쭉 계속 공부만 했던 것 같다”고 말하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_권 동문은 어떻게 힘든 시간을 버텼냐는 물음에 “말로만 들으면 엄청 힘들 것 같은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일상처럼 계속 공부했었다. 가끔 너무 힘들 때는 하루 정도 쉬기도 했지만, 그것이 지속되면 나태해질까 봐 길게는 쉬지 못했다”며 “몸이 힘든 것보다는 정신적 불안감이 더 컸다”고 답했다.

_시험을 준비할 당시 26살이었던 그는 “30살이 되기 전 안 되면 포기하고, 그전에는 미련 없이 시험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하자”는 마인드로 2017년 9월부터 CPA 시험 준비를 시작해 2년 10개월만의 합격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성과를 얻게 되었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남들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합격할 수 있었다”며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_합격의 원동력에 대해 권 동문은 ‘롤모델을 향한 동경심’을 꼽았다. 그는 ”인터넷 강의 강사들의 회계사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경심을 가졌고 동경심은 수험 생활 속에서의 원동력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학교 다닐 때는 경영학, 상법 등과 같은 과목들이 마냥 어렵고 지루하다고 느꼈지만,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하며 실생활에 밀접한 연관이 있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점차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말하며 시험 과목이 적성에 맞았음을 밝혔다.

 

기대와 다른 현실

_무던한 노력 끝에 회계사가 되었지만, 기대와 다른 부분도 있었다. 권 동문은 회계사의 감시 권한에 대해 “기대했던 것보다는 크지 않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회계 감사는 검찰 수사와 달리 압수수색과 같은 수사 권한이 없다. 이에 제한된 방법만을 이용하게 되므로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_몇 년 전에는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이 감사인을 선임하는 자유수임제를 시행했다. 자유수임제는 감사인이 교체 압력을 받기도 하고,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업과 회계사 사이에 책임을 줄다리기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현재는 상장회사나 소유ㆍ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비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정부 기관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제도를 시행해 그 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 지정감사제로 인해 대기업과 감사인의 유착을 막고 감사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일의 보람

_권 동문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가장 뿌듯한 순간으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회계기준인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는 전문가적 판단을 중시하는 원칙 중심 기준이다. 그래서 해석의 여지가 많아 회계 관련 문제로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개인이 많다. 그는 ”회계 관련 문제로 힘들어하는 분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 이후, 상대가 나에게 고마움을 표했을 때 기쁨을 느낀다“고 전했다.

_그는 회계사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직업이고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회계사가 잘못된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시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므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 중 하나이다. 그는 ”많은 이가 나의 의견을 신뢰하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숫자 하나하나에 민감해지고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고 힘 주어 말했다.

 

후배들에게

_권 동문은 후배들에게 어떤 시험을 준비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준비하는 것을 추천했다. 그는 “1학년 때부터 준비해 시험을 한 번 쳐보고 내 길이 아니다 싶을 때 빠르게 다른 진로를 탐색하는 것도 20대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_또한 “서울에 있는 회사 입사 시 학벌이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며 “오히려 부산에서는 ‘한국해양대’졸업생으로서의 이점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부산 내에서는 해양대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선박을 보유한 대학은 감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며 “회계사 또한 영업이 필요한데 영업에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_마지막으로 그는 회계사를 준비하는 후배들 중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말로 후배들을 향한 마음을 내비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