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자로서 중심에 서지 않는 것
[취재수첩] 기자로서 중심에 서지 않는 것
  • 최세이 기자
  • 승인 2023.04.09 19: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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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언제나 중심에 서는 것. 그것은 기자로서 옳은 일인가.

 

_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에 따르면 기자는 "뉴스를 보도함에 있어 진실을 존중하여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_이처럼 기자는 취재를 진행하거나 기사를 작성할 때, 자기 생각을 되도록이면 배제하여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대학 학보사의 기자도 마찬가지다. 학내 논란이 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지만, 그 사람들을 취재 도중 완전히 "나쁜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은 안 된다. 그러나, 인간이 어떻게 완벽하게 중립의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_취재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판단하에 더 정의롭거나 약하다고 생각하는 편에 서게 된다. 그 인식과 방향은 취재를 진행하는 내내 변화한다. 

 

_학우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듣다가 그 목소리의 진실을 파헤치면 사실 소통의 부재로 생긴 오해거나, 거짓된 정보일 때가 있다. 당사자의 억울함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편을 들고 싶어진다.

 

_20세기 초 언론인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은 "기계적 중립은 저널리즘의 원칙이 아니며, 피상적 중립이라는 모호한 결과를 낳게 되어 건강한 담론 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_기계적 중립은 "거짓 등가성"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사물이나 사안들 사이의 일부 형식적 유사점만 내세워 동등하게 취급해버리는 논리적 오류다. 언론에 대입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자의 양심이나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중립만을 지키는 것이다. 겉보기에 "공정한 기사"는 이러한 기계적 중립을 준수하는 기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가 과연 학우들의 눈에도 공정하게 보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_우리대학 학보사 기자로서 나는, 평소에 중심의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정중앙에 그은 선은 학우들을 위할 수 없을뿐더러 진정한 언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보는 학우의 의견을 대변하고, 학우를 위해 취재하며, 학우가 주인공이 되는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완벽히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학우들을 위한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_”중립”은 사전적으로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아니하고 공정하게 처신한다는 의미를 가지지만, 실제로 중립을 유지하는 기사가 “공정한 기사”가 아닐 때도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중립을 유지하지 않고도 공정한 기사 작성이 가능하다. 나는 이번 330호 기사가 최대한 학우들에게 공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학우들의 편에 서는 취재를 진행하려고 노력했다. 아직 그 정도가 미흡하여 학우들에게 학보사의 진정성이 보일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_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를 품고 한국해양대신문사의 제보방을 찾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언론사의 중립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_언제나 중심에 서는 것이, 반드시 기자가 지켜야 하는 일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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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빈 2023-05-18 23:08:54
대단한 기자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