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비, 과연 학우들을 위한 것인가
과비, 과연 학우들을 위한 것인가
  • 최세이 기자
  • 승인 2023.04.27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_불분명한 학과 학생회비(이하 과비) 사용에 학우들의 불만이 잇달았다. 지난 3월, 본지에 들어온 제보에 따라 해양인문사회과학대학 소속 모 학과 집행부인 W 집행부의 ▲과비 납부 강요 ▲공금유용 의혹이 제기됐다. 한 제보자는 “같은 학생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해당 집행부의 과비 운영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각 학과 학생회의 과비 운영 문제는 매 학기 초마다 불거지는 논란이다.


_본지는 3월 20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우리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학과 학생회비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173명 가운데, 89%가 이번 학기 과비를 납부했다고 밝혔다. 그중 68.8%가 “학생회가 개최하는 행사 및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를 납부한 이유로 꼽았으며, 실제로 “과비로 운영한 학과 행사 및 프로젝트가 도움이 되신 적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이 54.5%, “예”라고 답한 비율이 39%, “아니요”라고 답한 비율이 6.5%를 차지했다. 반면 과비를 납부하지 않은 학우들도 있다. 이들 중 42.1%가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음”을, 21.1%가 ▲“납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을 미납부의 이유로 설명했다. 

▲”과비 운영에 있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질문에 대한 응답
▲”과비 운영에 있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질문에 대한 응답

  _이어 “학과 내 과비 운영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가 56.1%로 가장 많았고 ”예”라고 답한 비율이 23.7%, ”아니요”라고 답한 비율이 20.2%를 차지했다. “예”라고 답한 학우들 중 63.4%가 “불분명한 과비 사용 내용 공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과비 납부 액수” ▲”학우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 운영”이 그 뒤를 이었다.

 

 

과비 납부 방식은


_과비의 책정과 납부 방식 선정은 학부/학과마다 재량이나 해양인문사회과학대학(이하 해인사대)의 경우 대체로 학기마다 분할 납부 방식, 해양과학기술융합대학(이하 해과기융대)의 경우 대체로 4년 치 일괄 납부 방식을 채택한다. 해사대학의 경우 학부 학생회비를 걷는 대신에 학기마다 사관부 운영을 위한 운영회비를 납부한다. 각 학부 및 학과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해인사대 1학년의 경우 ▲해운경영학부 4만 원 ▲해사법학부 4만 원 ▲국제무역경제학부 4만 원 ▲국제관계학과 4만 5천 원 ▲해양영어영문학과 5만 원 ▲동아시아학과 4만 5천 원을 납부하고, 해과기융대 1학년의 경우 ▲ 데이터사이언스학과 38만 원(일괄 선납) ▲냉동공조공학과 30만 원(일괄 선납) ▲해양스포츠과학과 20만 원(연간 분납)을 납부한다. 해사대학의 경우 모든 학부를 통틀어 매 학기 초에 운영회비 2만 원을 납부한다. 


_적지 않은 금액인 만큼 학우들은 이것이 ‘적절히 책정된 금액인지, 알맞게 채택된 납부 방식인지’ 궁금하다.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장인규 학생회장은 “작년에 이용했던 예산을 기준으로 한 해 행사의 대략적인 예산안을 짠 후에 적당한 금액을 납부받고 있다”고 금액 책정 과정에 대해 밝혔다. 이어 “데이터사이언스학과가 소수 과라서 일괄로 걷지 않으면 MT와 같은 대규모 행사 진행 기획이 어렵고, 지금까지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해왔기 때문에 갑자기 납부 방식을 바꾸면 예산안 수립이 어려워진다”고 일괄 선납 방식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해양영어영문학과 최수빈 학생회장은 “2019년부터 변동되지 않은 금액 그대로 책정하고 있다”며 “MT 비용의 경우 견적서를 받아 그 견적서대로 납부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해사법학부 한의형 학생회장은 “학기마다 진행하는 사업이 달라 사업 기획 후에 총무부와 대략적으로 예산안을 작성한 후 과비 책정 협의를 보고 있다”며 “이번에는 23학번 신입생을 위한 행사들이 많이 기획돼 있고 물가 상승률도 고려해야 해서 학년별 차등 기준을 두어 과비를 책정했다”고 책정 과정을 설명했다. 해사대학의 경우엔 승선생활관 시행세칙 제13장 학생사관부의 재정 제59조(예산편성 및 기본계획서)에 예산 책정 과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해사법학부 학생회비 안내문 일부 <제공=해사법학부 ‘가온’ 학생회>
▲해사법학부 학생회비 안내문 일부 <제공=해사법학부 ‘가온’ 학생회>
▲승선생활관 시행세칙 제13장 제59조 &lt;출처=승선생활관 시행세칙
▲승선생활관 시행세칙 제13장 제59조 <출처=승선생활관 시행세칙>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_해인사대 A 학우는 “학생회비의 사용처에 대해 정확하게 공지하는 것이 투명성 있는 과비 운영”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 총학생회칙 제13장 재정 제75조(결산) 제1항과 제3항에 따르면, 과 학생회는 예산의 집행 후 일체의 경비를 감사 양식, 지침서에 맞게 기록해야 하며 각급 학생회에서는 매학기별로 결산 공고를 해야 한다. 


_▲동아시아학과 ▲국제관계학과 ▲해사법학부 ▲국제무역경제학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등은 종강총회를 통해 한 학기 과비 결산안을 공고한다. 반면 ▲냉동공조공학과 ▲해양스포츠과학과의 경우 따로 결산안 공고를 하지는 않지만 예산, 결산 및 지출 명세를 학우들의 요청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_현재 과 학생회는 과비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해사법학부의 경우 행사와 복지, 두 분야로 나누어 과비 집행을 진행한다. 해사법학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행사로는 ▲야식 사업 ▲전기 학위수여식 ▲신입생 OT ▲개강총회 ▲학부 축구 행사 음료 지원 ▲23학번 동기회 및 대면식 지원 등에, 복지로는 ▲과방 프린터 계약 연장 ▲상비약 구비 ▲과방 복지용품 구비 등에 학우들의 과비를 사용한다. 데이터사이언스학과의 경우엔 ▲신입생 OT 지원금 ▲MT ▲학생회 간담회 ▲간식 사업 등에 과비를 집행한다. 

 


허술한 감사


_우리대학 총학생회칙 제13장(재정) 제76조(감사) 제1항에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는 필요한 경우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회계감사, 사업집행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와 같이 학생회비 감사와 관련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해과기융대와 해인사대 자치내규 제12장(재정), 해사대학 승선생활관 시행세칙 제13장(학생사관부의 재정)에서도 “각 학과 학과회비는 매 학기 말 과비감사위원회의 감사를 받는다”, “재정 감사는 총학생회에서 실시하며 감사 결과는 모든 학생에게 공개하여야 한다”와 같이 명시되어 있는 조항이다. 


_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HYPHEN’ 김민정 대외협력국장(이하 김 대외협력국장)은 “감사위원회는 과비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비리나 횡령 등의 부정 사용이 발각될 경우 징계처분을 내리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감사는 학생회 활동에 지출된 모든 경비에 있어 예산 편성 시 책정되지 않은 모든 사항에 대해서도 공개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감사 이후 모든 자료는 해당 학과 및 단과대학에서 보관하여 소속 학생이 요청할 경우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_일각에서는 “감사가 허술하다”는 의견도 있다. 집행부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해인사대 B 학우는 “각 학과의 총무부가 사용 명세와 영수증을 각자의 방식으로 정리하여 제출한다”고 설명하며 “이런 방식의 감사는 과비가 학과 전체를 위해 사용된 건지, 학생회가 독단적으로 사용한 건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대외협력국장은 “주변에서 영수증 종이 한 장으로 거래 내용을 증명하여 비교하는 방식이 허술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으나, 현재 과비 감사 방식도 학생회와 감사위원회가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보다 더욱 신뢰성 있고, 투명성 있는 과비 감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학생회비 감사 양식 영수증 &lt;제공=매년 총비대위 사무국장이 제공&gt;
▲학생회비 감사 양식 영수증 <제공=매년 총비대위 사무국장이 제공>

 

 

학우들을 위한 과비인가


_학생회의 과비 납부 강요, 공금유용 의혹 논란도 불거진다. W 집행부는 본지에 들어온 제보에 대해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먼저, 과비 납부 강요 의혹에 대해 “납부를 강요하지 않았고 그저 학년별 단체 채팅방에 ‘과비를 납부해달라’고 전송했다”며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안 냈으니까 내라’ 식으로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집행부원 또한 과비를 내고 있고 이를 증명할 자료도 공개할 수 있다”며 “에브리타임 게시글에서 논란이 된 이후 학과 학우들에게 따로 해명도 했다”고 덧붙였다. 


_더하여 학우들이 과비로 낸 돈으로 집행부원 본인의 커피를 사는 등의 공금유용 행위 의혹에 대해 W 집행부는 “학과가 작아 학생 수가 적어서 사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없을뿐더러 실제로 그런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납부 강요 의혹과 같은 맥락으로 과비 사용 내역을 열람해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_한편 W 집행부는 “과비는 개강총회, 종강총회, MT, 간단한 행사들 및 야식 사업 등을 위해 걷은 것”이라며 “학생분들께 ‘학기를 마칠 때마다 결제 내용 및 사용 내용을 열람해 공개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과비 운영


_우리대학 학생복지과 진헌구 학생지원팀장은 “학생회 자체적으로 학생들의 복지나 활동을 위한 일정 금액의 회비를 책정, 수납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회비 금액 및 사용처를 결정하고 예산 집행 후 모든 학생들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차원에서 예산이나 인력 부족으로, 혹은 제도상의 문제로 세밀하게 챙기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학생 자치 기구가 학우들의 요구를 파악하여 과비를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공식적 절차를 거쳐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학생 자치회의 활동과 과비가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_B 학우는 “‘과비를 낸 만큼 혜택이 돌아오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정 인원만이 행복한 대학 생활을 누리는 것이 아닌, 공평하게 혜택이 주어지는 과비 사용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집행부와 감사위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며 “융통성을 갖추되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과비 운영이 집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