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호의 맛있는 대학가 뉴스<3>
김삼호의 맛있는 대학가 뉴스<3>
  • 편집부
  • 승인 2009.05.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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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호의 맛있는 대학가 뉴스<3>

 거위는 결국 하늘을 날 수 없다
 
 가수 인순이가 불러 대중화된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가 있다. 날지 못하는 거위가 운명이라는 벽을 넘어 하늘을 날을 수 있다는 희망을 노래하는 곡이다.
 많은 아이들에게 장래 `꿈'을 물어보면 법조인, 의사, 약사, 교사 등을 답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이들의 `꿈'은 아무나 이루어질 수 없다.
 정부는 다양한 지식과 경력을 쌓은 사람들을 모아서 전문인(專門人)으로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했다. 법학(로스쿨), 의·치학, 약학전문대학원 등은 이미 설치됐고, 교육전문대학원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당초 목표가 사라지고, 돈 `전'자 전문인(錢門人)만 득실대고 있다.
 학비가 너무 비싸다. 전문대학원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졸업할 때까지 최소 1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돈 있는 사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돈 많은 부모를 가진 학생들만 전문대학원에 진할 수 있다.
 `거위의 꿈'은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꿈을 꾼다"고 노래한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아이들에게 `헛된 꿈은 독'이라는 노래 가사의 또 다른 구절을 알려줘야 한다. 실제 거위는 하늘을 날을 수 없다는 사실을.



대학,`별다방',`콩다방'에 접수되다

 
 스타벅스, 커피빈. 최고급 커피가 대학을 점령했다. 패스트푸드점과 호텔 수준의 기숙사도 등장했다. 대학이 화려해지고 있다. 민간자본(민자)을 유치한 까닭이다. 민자 유치는 외부 기업이 자본을 대고 건물을 완성해 일정기간 동안 운영하거나 임대해 투자금을 회수해 가는 방식이다.
 몇 년 만에 대학을 찾은 졸업생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몇 년 사이 대학이 변해도 너무 변한 것이다.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고, 변화를 선도했던 대학 문화가 이제 자본의 최첨병이 되어 `소비'를 선도하고 있다. 정부, 대학, 학생들의 합작 결과이다.
 정부는 대학에 지원을 하지 않은 대신 스스로 살길을 찾으라며 민자 유치를 허용했다. 대학 운영이 어렵다며 죽는 소리를 하던 대학도 `손 안대고 코 푸는' 민자 유치 방식을 선호하고, 학생들 역시 최고급 시설을 선호한다.
 그러나 민자유치에 대한 최종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외부 기업의 투자금 회수는 고스란히 학생들 호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별다방', `콩다방' 대신 잔디밭에서 `알콩 달콩' 얘기를 나누던 대학 캠퍼스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전지적 능력을 가진 고려대 총장

 
 사고를 치셨다. 웃자고 하는 말이었겠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고려대 이기수 총장이 그랬단다. 김연아 선수의 세계피겨선수권대회 1위는 "내가 직접 김 선수와 통화를 하며 고대 정신을 팍팍 집어넣은" 결과라고. 이 총장은 더 나아가 "경기하는 모습이 고교 3학년 때 교사가 시켜서 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며 "고대가 김연아를 낳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순위도 자기 뜻대로 만드는 이 총장은 분명 `전지적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김 선수 코치가 외국인인줄도 모르고 김 선수 출신 고교와 교사들을 모욕했으니 `사이비' 소리 듣기 딱 좋다. 아울러 입학한 지 2달밖에 지나지 않은 학생을 고려대가 낳았다니 당장 김 선수를 직접 낳은 엄마가 항의해도 딱히 할 말 없게 됐다.
 이 총장은 이 자리에서 또 다른 자신의 능력을 시험했다. 바로 `기부금 입학' 도입 주장이다. 김연아도 낳고, 이명박 대통령도 낳으신 고려대이기에 기부금 입학도 `낳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못 말리는 총장이시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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