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년, 국민들은 아직 거리에 있다
촛불 1년, 국민들은 아직 거리에 있다
  • 편집부
  • 승인 2009.05.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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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소통' 현주소 ① - 정부

 지난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에 반대하며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은 이제 반정부 시위로까지 확대 되었다. 일제고사, 미디어법, 한미FTA, 대운하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들은 발표할 때마다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치며 문제를 낳고 있다. 5월 2일, 서울 청계천에는 또다시 촛불이 켜졌다. 촛불 1년, 국민들은 왜 아직도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일까.
 〈엮은이 밝힘〉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여론이 악화되고 민심이반이 가속화되자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박정애(부산대·4) 학생은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국민과의 대화〉를 한다고 했지만 촛불 시민들은 패널 참석조차 못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도 못했다"며 정부의 반쪽 소통을 비판했다. 국민들의 반발을 `홍보부족'과 `오해'에서만 찾는 정부의 아둔한 집착은 집권 1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난 2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린 촛불 집회 1주년 행사에는 촛불시민연석회의 등 3천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작년 촛불집회를 방불케 했다. 전날에는 이미 119주년 노동절을 맞아 `촛불정신 계승, 민생·민주주의 살리기, MB정권 심판 범국민대회'가 열렸고,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 터였다. 대학생 2천여 명 또한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해소를 요구하며 1박 2일 동안 대학생대회를 진행해 5월 초 서울 도심은 `반MB' 외침과 이를 막으려는 진압 열기로 가득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별로 변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일방통행'식 소통법은 개선되기는커녕 `독선'과 `아집'으로 더욱 단단해졌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자신들을 광장으로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정부였다"며 정부가 절차와 의견 수렴을 소홀히 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를 지켜보던 김상규(68·서울 신림동)씨는 "정부가 의사소통을 잘못하고 있다. 경제를 살린다고 해서 뽑아줬더니 부자들만 챙기는 것 같아 찍어준 게 후회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은 김 모(서울시 잠원동)씨는 "지금은 21세기인데 정부는 70∼80년대식 정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부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또 YTN 사태를 시작으로 최근 PD수첩 PD 및 작가들에 대한 체포까지 정부의 언론장악 의도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지난해 조·중·동에 광고 불매운동을 벌여 유죄 선고를 받은바 있는 언론소비자주권모임 대표 김성균(43)씨는 "자기가 떳떳하다면 누구와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자기 이속만 챙기고 1% 부자들을 위한 정책만 하다 보니 시민과 소통을 안 하는 것"이라며 "언론만 장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박윤정(부산가톨릭·2)학생은 "`최진실법'은 변명에 불과할 뿐, 모든 국민을 감시하겠다는 것과 똑같다. 미네르바 구속 등을 통해 실제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 되었다"고 지적하며 "국민들이 바보도 아닌데 정부는 `언론만 막으면 될 것이다'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제대로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없었다. 도심은 말 그대로 `계엄 상황'이었고, 경찰은 이 날 161개 중대 병력 1만3천명을 집중 배치시켜 모든 집회를 원천봉쇄 했다. 경찰은 촛불을 든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까지 `현행범'으로 체포해 공포를 확산시켰다.
 대학생 행동에 참가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던 학생들은 경찰이 역사 입구를 완전 봉쇄해 한 시간 동안 갇혀있기도 했다.
 대학생 행동에 참가한 윤제형(29)씨는 "정부는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소통이냐"고 되물었다. 학생들의 집회를 지켜보던 온정자(인천 학익동·52)씨는 "공부를 하고있어야 될 학생들을 거리에 나서게 하는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혔다.
 촛불 1년을 맞은 2009년 5월 2일은 국민이 준 권력으로 국민의 목에 칼을 겨누는 정부의 변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확인시켜줬다. 진정으로 소통하기를 바랐던 시민들의 실낱같은 기대는 가버린 봄날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박진우 기자
 ars04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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