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는 대학평가
울고 웃는 대학평가
  • 박진우기자
  • 승인 2009.10.0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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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지표 제각각 … 대학 현실 반영 못해, 대학 순위 달리 발표 … 신뢰도 부족

 국내에 수많은 대학들이 경쟁과 평가의 잣대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 시행 중인 대학평가이다. 교육 수요자에게 올바른 대학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가에는 공정한 경쟁 원리를 도입해 대학 개혁을 선도하겠다는 취지로 시행하는 대학평가는 취지처럼 긍정적인 기대도 있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평가결과와 제각각인 평가지표로 인해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대학평가가 어떻게 진행되며 대학발전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엮은이 주〉

▲ 2009년 중앙일보, 조선일보 대학순위 발표 결과

널뛰기식 평가지표 혼란만 가중

 중앙일보가 지난 1994년부터 매년 9월마다 전국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평가를 실시하며 조선일보도 역시 올해 처음으로 영국의 QS(Quacquarelli symonds)사와 공동으로 `2009 아시아 대학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중앙 일간지로는 두 번째로 대학평가에 나섰다.

 중앙일보의 평가 기준(2009년 9월)은 교육여건 및 재정, 국제화, 교수연구, 평판 및 사회진출도 등 4개 영역으로 분류해 대학평가를 실시하며 조선일보(2009년 5월) 역시 연구능력, 교육수준, 졸업생 평가, 국제화를 대학평가의 평가지표로 삼고 있다. 

 중앙일보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조선일보도 대학평가에 뛰어들면서 순위매기기식의 대학 평가의 문제점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교수 신문〉은 6월 29일 신문을 통해 한 지방 거점대가 지난 해 9월 〈중앙일보〉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서 30위에도 들지 못했지만 지난 5월에 발표한 〈조선일보〉의 아시아 대학평가에서는 국내대학 중 15위에 진입한 사례를 들며 "대학 교육의 질이 1∼2년 사이에 크게 나아지거나 나빠지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8개월 만에 같은 대학을 두고 평가 결과가 뒤바뀌었다"며 "대학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널뛰기식 평가결과가 오히려 혼란만 가중 한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질적 평가 없는 수치 평가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교수 연구부분'으로평가의 핵심적인 지표가 바로 교수당 논문 게재수이다. 그러나 논문의 의미나 질적 수준을 반영하지 않은 채 오로지 수치화시켜 점수를 매기는 것은 연구 중심 대학만이 대학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단순히 교수 연구와 논문을 질이 아닌 양으로 평가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더욱이 대학마다 규모나 특성, 목적 등 각각의 다른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한 가지 잣대로 전국의 모든 대학을 평가한다는 것은 대학평가의 신뢰성이나 공정성을 의심케 만든다.

대학 서열화 고착화 우려

 대학평가가 단순히 평가 그 자체로만 끝나지 않는다. 대학평가가 대학의 서열화를 재생산하고 또다시 학벌사회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평가 지표 중 `평판 및 사회진출도'를 살펴보면 더욱 학벌사회를 조장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올해 `졸업생 평판도' 영역에서는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유능한 사원들의 출신 대학을 최대 30곳을 뽑아달라고 해 734명의 응답을 받아 평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관적 인식을 배제할 수 없고 학연, 지연 등이 아직까지 존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평가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소위 `명문대 출신'이므로 그들이 평판도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그저 서열을 다시 나열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굳이 중앙일보·조선일보가 나서서 순위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대학평가에 끌려가는 대학들

 지난 5월 12일 조선일보에서 자사의 대학 평가를 연이어 이틀간 1면과 기획 보도로 다루었다. 발표 이후, 중앙대 커뮤니티에 이 평가의 학교 순위에 대해 분노와 실망을 표하는 의견들이 올라왔고 이에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대학평가 결과에 대해 사과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이에 조선일보는 5월 15일자 신문을 통해 "총장이 학생들에 `초라한 성적표' 사과… `본지 대학평가' 큰 반향"이라는 기사를 보도하며 중앙대, 서강대, 동국대, 건국대 사례를 들었다.

 중앙대의 경우 총장 명의로 전교생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선일보의 대학평가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거둔 데에 대한 사과를 하였다고 전했으며 동국대는 오영교 총장 주재로 아시아 대학평가 대책회의를 열어 "학교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생략) 조선일보가 확인해 줬다. 당장 이번 학기부터… (생략) 일류 교수 채용에 나설 것이다"라고 밝혔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조선일보의 `아시아 대학평가'가 대학가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공정한 평가 잣대 마련해야

 아직은 중앙일보·조선일보의 대학평가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대학 순위가 발표되고 나면 학생과 대학은 떠들썩해진다. 대학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순위에 오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언론기관이 요구하는 각종 평가지침을 이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진리 탐구에는 서열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대학의 특성화를 무시 한 채 대학을 평가한다는 자체가 의문스럽다. 물론 어떤 기준도 완벽한 평가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학을 선택하거나 평가할 때 대학의 순위가 아닌 대학의 특성 및 여러 가지 고려 대상 요인들을 각각 세밀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 순위 서열화를 넘어 원래의 취지대로 대학 발전에 이바지하려면 단순 지표를 보여주기식 평가가 아닌 평가의 의미를 제대로 구현하고 공정한 평가가 되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순위에 집착하는 우리의 모습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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