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이 대통령이라고?
장동건이 대통령이라고?
  • 이홍원 기자
  • 승인 2009.11.12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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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 사이 유달리 대통령에 관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작년은 사상 유례가 없던 촛불집회로 인해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했고 올해는 두 명의 대통령이 연달아 서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태도도 많이 변화한 것 같다. 시대가 바뀌고 많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대통령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지 않나 싶다. PIFF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던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현실사회에 대한 유쾌한 상상이 덧붙여진 냉철한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새로운 세상의 대통령을 꿈꾼다
유쾌한 상상 〈굿모닝 프레지던트〉

 이 작품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고정관념을 가차없이 날려버린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우연히 당첨된 244억짜리 복권 당첨금 전액을 사회에 기부하는가 하면, 30대 젊은 대통령이 선출되어 강대국들에게 소신있는 강경 외교를 펼친다. 또한 중년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도전한다.

 영화속에서 연달아 선출된 3명의 대통령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현실에 존재했으면'하는 대통령을 유쾌한 상상을 통해 가상으로 만들어냈다. 반대로 이야기 하자면 현실사회 속 전현직 대통령들을 풍자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관객들은 TV를 통해 봤던 대통령만의 익숙한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고 현실의 대통령들이 감히 하지 못했던 가상의 대통령들의 모습에서는 탄성을 자아낸다. 영화 속에서 국정지지율이 떨어진 장동건 대통령이 시장에서 순대와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우리에게 낯선 관경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들 생각할 것이다. 도대체 얼마인지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비자금을 꽁꽁 싸매며 29만원밖에 없다는 대통령을 보며 244억짜리 복권 당첨금을 멋있게 기부할 수 있는 대통령을 꿈꾼다. 실용외교를 강조하면서 따뜻 미지근한 외교를 벌이는 대통령을 보면서 `굴욕의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젊고 유능한 대통령을 상상한다. 마초적인 우월주의와 카리스마로 위장한 대통령을 보면서 우리는 가정적이고 어머니 같은 여성 대통령을 바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로 나누지 않는다. 대통령은 취임 선서문에서 밝히는 것과 같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할' 따름이다. 여야로 나뉜 영화 속 정당들도 현실 속 당리당략의 모습을 반영했지만 적어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목적을 가진다.

 이 영화를 제작한 장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두 장면을 빼놓고 굳이 어떤 대통령을 나타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영화 속 풍자 내용이 현실 속 대통령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현실 정치에 관심이 없어진 사람, 정치인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사람, 하다못해 학교의 총학생회장까지 실망한 사람이라면 꼭 한번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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