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소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 박수지 기자
  • 승인 2010.03.08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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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세계, 소비로 둘러싸인 상품 시장


 사람들은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앤디워홀의 작품을 보기위해 티켓박스에 줄을 선다. 그들은 왜 앤디워홀에 열광할까? 그의 작품 소재는 모두 상품이거나, 상품화된 사람이다.

미국에서 즐겨 먹는 수프 통조림(그림 1)부터, 희대의 섹시 아이콘 이었던 `마릴린 먼로'같은 대중성을 띤 유명인사가 그의 캔버스에 담겨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제작과정이 간편한 판화 기법으로 일단 판이 완성되면 단시간 내에 수십 장을 찍어낼 수 있어 상업적인 포스터 등에 많이 이용된다.

 

 

역시 실크스크린 기법을 이용한 그의 작품 〈마릴린〉은(그림 2) 일부러 채도를 높이고 화장을 진하게 만들어버려서 마릴린 먼로가 사람이라기보다는 상품화 되어버렸다.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듯 희소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데도 그의 작품 〈마릴린〉은 192억원에 낙찰되었다. 결국 현대사회에서 추구하는 `개성'이라는 것은 대량생산에 갇힌 한정된 개성처럼 보인다.

 그는 상품을 작품으로 만들어 자신의 작품을 곧 상품으로 만들었다. 단적인 예로 앤디워홀의 작품을 캐나다에 전시하기 위해 출품시킬 때 관세가 매겨지는 에피소드가 있기도 했다.

원래 예술품에는 공산품과 달리 관세가 매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세가 붙은 작품은 〈브릴로 상자〉다. (그림 3) 브릴로는 미국인들이 소비하던 세제 상표였고, 앤디워홀의 작품 〈브릴로 상자〉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상표를 똑같이 복제한 것이었다.

워홀은 자신이 만든 예술품이 공산품 취급을 받음으로서, 공산품 자체도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것에 자랑스러워했다. 이것은 곧 워홀이 그만큼 상품에 찬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워홀 스스로가 "사업을 잘하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라고 말했듯, 그의 상품소비에 대한 긍정적 견해가 전시회를 보러가는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아닐까.

 필자는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대학생이다. 생활에 있어 소비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딱히 과소비를 하지 않더라도 치약, 샴푸와 같은 생필품부터 시작해서 기호에 맞는 다양한 상품들을 소비할 수 밖에 없다.

때로는 소비로 가득한 생활이 지겹다. 하지만 소비를 부정하면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쯤되면 앤디워홀과 같은 소비에 대한 긍정이 되레 마음이 편해진다.

 `걸어다니는 팝아트' 낸시랭은 돈에 대한 사랑을 거침없이 드러내기로 유명하다. 대중문화의 상품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상품화해 자본을 모은다. 부자가 되길 소망하는 사람이 많다.

돈이 많다는 것은 자유로운 소비를 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하고, 일을 한다는 것은 곧 취업을 말한다. 아직 사회에 발을 디디지 않은 대학생이, 10%를 육박하는 청년실업률을 마음가득 큰 짐으로 여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일까? 하지만 대중이 좋아할만한 것을 골라 작품을 만들던 앤디워홀과 유사하게 학점, 스펙, 토익으로 만들어져 시장에 내보내지는 `상품' 대학생이 최고의 예술품이 될지는 미지수다.

 상품에 중독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이 맞다면 앤디 워홀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작품에도 열광할 수 있음은 당연할 것이다. 이것이 시대의 당연한 흐름인지 달라져야 할 문화인지는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다만 지금 우리는 상품 앞에 줄을 서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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