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누, 시즈위 벤지를 만나다
미누, 시즈위 벤지를 만나다
  • 박수지 기자
  • 승인 2010.04.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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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새벽'의 실천무대
   광복동 번화가의 ABC마트 옆 조이너스 건물 6층에 극단 `새벽'이 숨 쉬고 있다. 새벽이 운영하는 소극장 `실천무대'는 70여명정도가 오밀조밀 앉을 수 있는 작은 무대다. 연극을 보고 있으면 배우의 대사 사이의 숨소리, 허공을 보는 눈빛, 진심담긴 목소리가 생생히 느껴진다. 객석과 무대가 너무 가까워서 맨 앞줄에 앉은 사람이 발을 내밀면 무대 위에 발이 놓이게 될 정도다. 관객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새벽다운 무대이다.

 이번 작품부터는 관객과 함께 극을 만들어가기 위한 `사전제작발표회' 시간을 마련해 공연에 앞서 작품 낭독 시연을 했다. 극단이 준비한 무대를 관객이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작품의 구성에도 참여하고, 극이 끝난 후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동안 사회성 짙은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던 새벽이 이번 4월 14일부터 〈미누, 시즈위 밴지를 만나다〉를 선보인다.

▲ 진지한 표정의 배우들
 `미누'와 `시즈위 밴지'는 누구일까? `미누'는 지난해 11월 23일 한국에서 강제 출국된 네팔 이주노동자 `미노드 목탄'(한국명 미누) 이라는 실제인물이다. 그는 1992년 한국에 와서 20대와 30대를 보냈다. 18년을 한국에서 살면서, 다국적 밴드 `스탑크랙다운(stop crackdown의 보컬,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 이주노동자영화제, 다문화 교육 등의 활동을 해 온 `미누'. 그는 이러한 일들을 통해 이주민과 한국인과의 진정한 소통을 고민해 왔다. 이번 작품이 그에 대한 전기나 다큐는 아니다. 그를 모티브로 해서 한국의 현재를 돌아보고자 한다. `시즈위 밴지'는 `미누'같은 실제인물은 아니지만 세계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실제'인물이다. 1994년 `넬슨 만델라' 라는 흑인인권운동가가 대통령이 되기 전, 남아공의 백인정권은 수십년간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를 앞세워 비백인들을 극단적으로 차별했다. 이러한 인종차별에 저항한 연극인 `아돌 후가드'는 연극 `시즈위 밴지는 죽었다(1972)'를 통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다른 이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 흑인 노동자의 삶을 다루었다.

 〈미누, 시즈위 밴지를 만나다〉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강제추방을 앞둔 미누가 사진사 서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전개된다. 미누가 서씨와 함께 보았던 연극 `시즈위 밴지는 죽었다'에 대한 이야기가 네팔에서 한국으로 온 미등록 이주노동자 `미누'의 이야기와 함께 극중극을 구성한다. 각각 1인 2역을 진행하는 배우들을 통해 관객은 `미누'가 느낀 `시즈위'와의 동병상련을 충격적으로 혹은, 슬프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시즈위 벤지와 사진사 서씨
 1970년대 남아공과 2010년 한국의 만남이 억지스럽지 않은 이유는 우리 사회에도 알게 모르게 `한국판 아파르트헤이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즘 흔히 외국인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불안하다. 잠정적 위험을 가진 대상으로 보거나 배타적인 태도가 일반적이다.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외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다. 우리도 잠정적 외국인 노동자 신분이다. 우리의 사고를 샤워시켜줄 〈미누, 시즈위 밴지를 만나다〉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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